한국의 현대시 감상

57. 꽃

높은바위 2005. 6. 30. 05:54
 

57.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방울 나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없는 날이여


  복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라오길 기다리나니

  마치매 저바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 바다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城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보노라

 

                1946. 육사시집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