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57

'부분'과 '부문'

매년 연말이 되면 각 방송사에서 한 해동안 많은 활약을 한 가수와 연기자 그리고 코미디언들을 선정해서 상을 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각 시상식에서 진행을 맡은 사회자나 수상자를 발표하러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면 자주 나오는 틀린 표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최우수 연기자 부분'이라든가 '신인 가수 부분'과 같은 '부분'이라는 표현입니다. 이 '부분'이라는 말은 사전적인 의미로는 '전체를 몇 개로 나눈 것의 하나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어떤 공간에 칠을 한다고 가정할 때, 그 공간의 위쪽은 '윗부분'이라고 하고, 아래쪽은 '아랫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과 비슷한 표현으로 '부문'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부문'이라는 말은 '어떤 것을 종류에 따라 나누어 놓은..

'꼬시긴' 뭘 꼬셔?

"지금 나 너무 심심한데 너 나랑 같이 영화 보러 가지 않을래?" "난 내일 시험이 있어서 곤란해. 영미가 시간이 있는 거 같던데 걔를 한번 꼬셔 봐." 대화에서처럼 여러분도 간혹 시간의 여유도 있고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해 보고 싶기는 한데 혼자 하기는 좀 뭣해서 친구에게 같이 하자고 할 때가 있으시죠? 이렇게 '달콤한 말이나 그럴듯한 행동으로 남을 속여서 자기에게 이롭게 끌어들인다'라고 할 때 '꼬신다'라고 말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표준어가 아니라 사투리입니다. 이 때는 '꼬시다'가 아니라 '꼬이다' 또는 준말의 형태인 '꾀다'가 맞습니다. 예를 들면 '순진한 애들을 꼬시지 마세요.'가 아니라 '꼬이지 마세요' 또는 '꾀지 마세요'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표현 중에 '꼬드기..

'까치설'의 유래

'까치 까치 설날은 오늘이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내일이래요.'라는 설날 노래가 있습니다.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집니다. 섣달 그믐날을 '까치설'이라고 하는데 그 유래가 궁금합니다. 사실, 옛날에는 '까치설'이라는 것이 없었다고 합니다. 본래 '작은설'을 '아찬설' 혹은 '아치설'이라고 했는데, '아치'는 '작다'는 뜻입니다. 그러다가, '아치설'이 '아치'의 본래 뜻을 잃으면서 '아치'와 소리가 비슷한 '까치'로 엉뚱하게 바뀐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한 가지 더 알아볼 것은 음력으로 22일 '조금'을 남서 다도해 지방에서는 '아치 조금'이라고 하는가 하면 경기만 지방에서는 '까치 조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아치 조금'이 '까치 조금'으로 바뀌었듯이 '아치설'이 '까치설'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하늘색 참 시원해 보이네요!"

여름철 거리는 밝은 색으로 넘쳐 납니다. 그 거리의 색을 주도하는 주체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의 색상이 아닐까 하는데요. 여름옷으로 각광받는 색상은 뭐니 뭐니 해도 흰색입니다. 하얀 원피스, 하얀 모시, 하얀 티셔츠... 그런가 하면 파스텔 색상이 인기를 끌면서 사랑받는 색이 있죠. 보통 '소라색'이라고 불리는 엷은 푸른색입니다. 이 엷은 푸른색을 너도나도 '소라색'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사실 '소라색'은 좋지 않은 표현입니다. '소라'하면 가장 먼저 어떤 것이 머릿속에 떠오르세요? 아마 바닷가에 사는 소라가 아닐까 하는데요. 밀물이 밀려왔다 빠지면 갯벌에서 주울 수 있는 소라...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소라가 엷은 푸른색을 띠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라색'이란 말의 어원이 소라 자체에서 나오..

'구실'의 어원과 쓰임

'구실을 삼다', '사람 구실을 못한다'의 두 문장에서 쓰이는 두 가지의 '구실'은 같은 단어일까요, 서로 다른 단어일까요? '구실을 삼다'의 '구실'은 '핑계의 밑천으로 삼다'는 뜻이고요, '사람 구실을 못한다'의 '구실'은 '응당 해야 할 일'을 뜻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단어입니다. 먼저 '구실을 삼다'의 '구실'은 한자어입니다. 즉, '입 구(口), 열매 실(實)'이고요, 그러나 '사람 구실을 못한다'의 '구실'은 한자어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사람 구실을 못한다'의 '구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원래 '구실'은 이전에는 '구위실', 또는 '구의실'로 쓰였습니다. 이 '구위실'은 그 뜻이 '공공 또는 관가의 일을 맡아보는 직무'라는 뜻이었습니다. 한자를 보면 '관직'이란 뜻이었는데요, 이것이 다시 ..

'느리다'와 '늦다'

외국 여행을 해 보신 분들이라면 '시차'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의 시간과 현지 시간과의 차이를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시간에 대해 말할 때 간혹 잘못된 표현을 쓰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예를 들면 "런던은 우리나라보다 9시간 느립니다." '느리다'라는 말은 '어떤 행동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빠르지 못하다'는 뜻으로 '속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래서 '걸음이 느린 사람'이라든가 '손놀림이 느리다'와 같이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시간이라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속도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런던이 우리나라보다 9시간 느리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어떤 기준이 되는 시간보다 이르지 않다'는 뜻으로 말할 때는 '느리다'가 아니라 '늦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그래서 어린아..

자주 틀리는 맞춤법 - 소리 및 형태

1) 율(率) / 률(率) 률(率) : 이번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170:1이나 된다. 율(率) : A회사는 이번 상반기에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렸다. * 국어는 어두 위치에 'ㄹ'이 올 수 없다는 제약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본음이 '랴, 려, 례, 료, 류, 리'인 한자가 어두 위치에 올 경우에는 두음법칙에 따라 '야, 여, 예, 요, 유, 이'로 적는다. 그러나 한자음 '렬, 률'은 어두 위치 외에도 비 어두 위치에서 모음과 'ㄴ' 다음에서 두음 법칙의 적용을 받는다. 2) 그러므로 / 그럼으로(써) 그러므로 : 그는 부지런하다. 그러므로 잘 산다. 그럼으로(써) : 그는 열심히 공부한다. 그럼으로(써) 은혜에 보답한다. * '그러므로'는 '그러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때문에'란 ..

"-을 필요로 하다."를 "-이 필요하다."로

우리말을 하면서도 우리말 표현 구조를 두고 필요 없이 영어식으로 표현하는 문제를 짚어봅시다. 그중 대표적으로 "-을 필요로 하다."와 "요구된다'란 말이 있는데 영어식의 표현으로 아주 대표적인 말입니다. 우리말에는 "-을 필요로 하다."가 원래 없습니다. 영어의 "need food"나 "need time"처럼 "need"란 조동사를 직역해서 바로 우리말에 적용시킨 사례이지요. "한 사람이 필요로 하는 분량이 얼마나 됩니까?" 이 말을 우리말 표현으로 고쳐보면, "한 사람에게 필요한 분량이 얼마나 됩니까?"라고 해야 맞습니다. "남북의 경제협력은 정치문제의 해결을 강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이 표현도 역시 좀 쉽게 우리말 표현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죠. "남북의 경제협력은 정치문제의 해결이 대단히 필요하..

'구랍'과 '정월'

새해 1월에 지나간 12월을 가리켜 흔히 '구랍(舊臘)'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구랍에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의 면면을 살펴보았습니다." 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가물가물 잠이 들었다. 이 예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랍(舊臘)'은 어려운 한자어로 그 뜻은 앞서도 잠깐 말씀드렸듯이 '지나간 12월'을 말하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음력으로 지나간 섣달'을 가리킵니다. 이 '구랍(舊臘)'은 12월을 '납월(臘月)'이라고 지칭한 데서 비롯되었는데 '지나간 납월'이 줄어서 바로 '구랍(舊臘)'이 된 것입니다. 덧붙여서 '구랍(舊臘)'을 대신하여 다른 말로 '객랍(客臘)'이란 말도 있습니다. 여하튼 '구랍(舊臘)'과 '지나간 12월'은 결국 같은 말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구랍(舊臘)'을 대신하여..

고뿔 → 감기(감기의 어원)

지금은 감기라고 하지만 옛날에는 모두 '고뿔'이라고 했습니다. '코'의 옛말이 '고'였기 때문에 '고뿔'하면 코에 뿔이 난 것처럼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코에 불이 났다'는 표현입니다. 즉, '코에 열이 난다'는 뜻인데요. '고뿔' 이전에는 '곳불'이었습니다. '코'를 뜻하는 '고'에 '불'이 붙었던 것인데, 이후 '곳불'에 '불'이 된소리로 돼서 '고뿔'이 된 것이죠. 그런데 요즈음 '감기'라는 한자어가 쓰이고 있는데요. 이 '감기'란 한자말은 느낄 '감(感)'에 기운 '기(氣)'자를 쓴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어입니다. 혹시 일본어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감기를 바람 '풍(風)' 사악할 '사(邪)를 써서 '풍사'라고 합니다. 감기와 관련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