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느리다'와 '늦다'

높은바위 2022. 9. 21. 17:33

 

외국 여행을 해 보신 분들이라면 '시차'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의 시간과 현지 시간과의 차이를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시간에 대해 말할 때 간혹 잘못된 표현을 쓰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예를 들면 "런던은 우리나라보다 9시간 느립니다."

'느리다'라는 말은 '어떤 행동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빠르지 못하다'는 뜻으로 '속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래서 '걸음이 느린 사람'이라든가 '손놀림이 느리다'와 같이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시간이라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속도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런던이 우리나라보다 9시간 느리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어떤 기준이 되는 시간보다 이르지 않다'는 뜻으로 말할 때는 '느리다'가 아니라 '늦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그래서 어린아이가 말할 시기가 됐는데도 말을 잘 못할 때는 '말이 느리다'라고 하지 않고 '말이 늦다'라고 해야 합니다.

따라서 앞의 예문도 "런던은 우리나라보다 9시간 늦습니다."로 말해야 런던과 우리나라 사이의 시차가 9시간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