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67

'몸뻬'는 일본말!

올여름 들어 '민소매 옷'과 함께 유행을 끄는 것은 '선글라스'와 '샌들'입니다. 이 가운데 '선그라스'는 1997년에 문화체육부에서 만들어낸 '국어 순화 용어 자료집'을 보면 '색안경'으로 바꿔 써야 한다고 나와있고 '샌들'은 우리가 보통 '센달'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역시 이것도 영어 '샌들(sandal)'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오래전 옷 로비에 대한 의혹 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술렁인 적이 있었죠? 이때 분개한 시민이 옷로비 당사자에게 보내달라며 '몸뻬'를 정부 당국에 보낸 적이 있었는데요. 여기에서 말한 '몸뻬'는 우리가 보통 '고무줄 통바지'를 가리켜 '몸뻬'라고 하지요? '외래어 표기법'을 따른다면 '몸뻬'가 아니라 '몸페'가 맞는데, '몸뻬'는 원래 일본에서 일하기 편리하도록 작업복 바지로 사용..

한여름에 '나시'를 입고 '짬뽕'을 먹으면... 예쁘지 않습니다.

우리말에는 아직도 일본말들이 많이 남아 있고요, 바로잡히지 않은 채 무의식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말 속에 일본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 하는 것은 국어사전에 실려있는 단어의 수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우리 국어사전에 한자어가 70%, 서양어가 6%, 일본어가 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자어 가운데서도 특히 일본식 한자어가 25%나 된다고 하니까 따로 분류된 일본어까지 합치면 약 30%에 해당하는 일본말이 우리 국어사전을 점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어인 '짬뽕'은 본래 '한데 섞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인데요.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말하는 것도 '짬뽕'이고요, 소주와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것도 '짬뽕'입니다. 또 , 어떤 얘기를 하다가 다른 얘..

'동문'과 '동창'...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문'이나 '동창'을 찾을 수 있는 사이트가 있었는데요. 이 '동문'과 '동창'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동문'과 '동창'은 사실상 같이 써도 좋은 같은 의미의 말입니다. 다만 말이 생겨난 곳이 다를 뿐인데요. '동문'이란 본래 '같은 문하생'이란 말로, '같은 스승에게서 배운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중국 '한서'에서 '동문'이란 말을 찾을 수 있는데요. 이 책에는 '동문이란 같은 스승에게서 배운 자이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렇게 '동문'이라 함은 '같은 스승에게서 배운 사람'을 이르는 말이죠. 그런데 오늘날은 이것과는 좀 다르죠? 교육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스승의 집이 아닌 학교에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말은 '같은 학교나 스승에게서 배우는 일..

'단촐하다'와 '단출하다'

"가족이 어떻게 되십니까? "남편과 딸이 하나 있습니다." "식구가 아주 단촐하시네요." 이 경우 '단촐하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흔히 식구가 적어서 홀가분하다는 뜻으로 말할 때 '단촐하다'는 표현을 쓸 때가 많습니다. 대개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모인다는 '모음조화' 규칙을 생각해서 '단촐하다'로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깡총깡총'이 아니라 '깡충깡충'이고, '오손도손'이 아니라 '오순도순'이 맞고, '소꼽장난'이 아니라 '소꿉장난'이 맞는 것도 역시 모음조화 규칙에서 벗어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답은 '단출하다'가 맞습니다. 우리말은 모음조화가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지만, 모음조화 규칙은 후세로 오면서 많이 무너졌고, 현재는 대체로 한쪽 양..

'다르다'와 '틀리다'는 정말 다릅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뒤섞어 사용하는 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다르다'와 '틀리다'인데요, 예를 들어 볼까요? "쟤들은 쌍둥인데도 정말 틀리게 생겼네!" "그 사람은 내 생각과 완전히 틀려." 평소에 이렇게들 많이 쓰시죠? 하지만 '다르다'와 '틀리다'는 정말 '다른' 표현입니다. 이 두 단어의 차이는 각각의 반대말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요, '다르다'의 반대말은 '같다'고 '틀리다'의 반대말은 '맞다'입니다. 바꿔 말하면 '다르다'는 '같지 않다'라는 뜻이고 '틀리다'는 '맞지 않다'라는 뜻인 거죠. 만약 앞서 말씀드린 대로 쌍둥이의 모습을 비교하는 상황이라면, 이때는 두 사람의 생김새의 차이를 두고 얘기하는 것이지, 누구의 생김새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기..

'늘일래요', '늘릴래요?'

'기간을 며칠 더 늘려주십시오'라고 말할 때 '늘여'가 맞는지, '늘려'가 맞는지 궁금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질문하신 '늘여'와 '늘려'는 '늘이다'와 '늘리다'가 각각의 기본형입니다. 이 가운데 '늘이다'는 타동사고요, 반면에 '늘리다'는 '늘다'의 사동사로 쓰인 타동사인데, 아무튼 '늘이다'와 '늘리다'를 구분하기란 여간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서로 간의 의미가 흡사해도 분명히 구분되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늘이다'의 뜻은 '본디보다 더 길게 하다'란 뜻입니다. 예를 들면 '고무줄을 늘이다', '엿가락을 늘이다'처럼 대상이 '탄력성이 있는 물체의 길이'를 말할 때 '늘리다'로 쓰지 않고 '늘이다'라고 써야 합니다.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늘이다'는 '탄력성이 있는 물체의 길이'..

'대두', '대맥'은 '콩', '보리'로

저희 유통업체는 곡물과 야채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미, 대두, 대맥, 수수, 기장 5곡을 중심으로 흑임자, 송엽, 표고와 야채류인 당근, 연근, 우엉, 시금치...... 해조류인 해태, 곤포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자, 여기 고쳐야 할 낱말이 여러 개 있는데 먼저 은 으로, 는 로 바꿔야 쉬운 우리말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이 광고지에 쓰인 다른 중국식 말투를 우리말로 쉽게 고쳐 보면, 는 이라고 하면 되겠고 은 로, 는 로, 은 로 바꾸면 쉬운 우리말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또, 는 으로, 는 로 쉽게 고쳐 말하면 좋겠습니다. 자, 중국식 말투가 많은 이 광고지를 우리말로 바꿔서 읽어보면, 라고 하면 되겠지요.

'임신부'는 '임산부'의 부분집합

"임산부는 태교에 신경을 써야 한다." 맞는 말일까요?, 틀린 말일까요? 결론적으로 틀린 말입니다. "임신부는 태교에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해야 합니다. '임신부'는 '임신(姙娠)+부(婦)'이니 '임신한 아녀자'란 뜻입니다. 그러면 '임산부(姙産婦)'는? 이 말은 '임부(姙婦)'와 '산부(産婦)'를 합한 말입니다. 즉 '임신한 사람과 낳은 사람 모두'를 가리키는 말이니 '임신부(姙娠婦)'보다는 범위가 훨씬 더 넓습니다. 적절하게 가려서 써야겠습니다.

'안전한 사고(?)', 피로를 다시 회복하나요?

'공장 따위에서 안전교육의 망각, 또는 일상의 부주의로 인하여 일어난 사고' 사전에 올라있는 '안전사고'의 의미입니다. 하지만 '안전'과 '사고'를 연결해 보다가 아무래도 어려워 포기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것입니다. '사고'는 안전하지 않아서, 불안전해서 일어나는 것인데 '안전사고'라는 말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전도 무조건 믿을게 못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말하고 비슷한 게 '피로 회복'입니다. 어떤 제약회사는 이렇게 광고합니다. -'피로 회복'엔 역시 ○○○' '피로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는 약'이란 뜻입니다. 사라진 피로, 겨우 없앤 피로를 다시 '회복'시키는 약을 사 먹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축구선수 김민재가 재원(?)... 그러면 여자(?)

한자말 때문에 말을 잘못 쓰는 경우는 수 없이 많습니다. 소리글자인 우리말글과 달리 뜻글자인 한자는 하나하나가 독특한 뜻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제대로 쓰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김민재는 축구는 물론 광고업계에서도 인정받은 재원이다." 윗글에서 '재원'대신에 쓸 수 있는 말은 얼마나 많은가... '재주꾼'도 괜찮고 '젊은이'라고 해도 별로 무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꼭 쉽지 않은 '재원'같은 말을 쓰다 보니 잘못된 말이 되는 것입니다. 한자로 '才媛'이라고 쓰는 이 말은 '재주 많은 젊은 여자'를 가리킵니다. 즉, 남자에게는 절대로 쓸 수 없는 말입니다. 또 '여자이긴 하되 젊어야 하고 나이가 지긋한 여자는 안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이 두 가지 점만 잊지 않으면 말을 잘못 써 낭패를 볼 일이 없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