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40

저 달이 '초생달'이니 '초승달'이니?

여러분께서는 서녘 하늘에 걸린 눈썹처럼 예쁘게 떠 있는, 초승에 돋는 달을 '초생달'이라고 하십니까? 아니면 '초승달'이라고 하십니까? '초생'은 '음력으로 그 달 첫머리의 며칠 동안'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초생'을 '초승'이라고도 합니다. '초승'의 '승'은 '날 생(生)'의 한자음이라고 합니다. '초승달'은 '초생'이 그 어원이지만 전설모음화로 '초승달'로 바뀌게 된 것이죠. '날 생(生)' 자를 '승'이라고 발음하는 것은 '이승, 저승, 짐승'의 경우에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초생'과 '초승'은 다 같은 한자어지만 그 음이 어느 나라 음이냐에 따라 다른 것으로 다 같은 표준어로 되어 있었습니다만, 2016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초생달'은 '초승에 뜨는 달' ⇒규범 표기는 '초..

'있으시다'와 '계시다'의 구분

우리말에는 다른 외국어에서 볼 수 없는 존댓말이 무척 발달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는데, 우리도 무심코 쓰는 우리말의 존댓말이 가끔 혼동되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서 '있으시다'와 '계시다'란 말의 차이를 살펴볼까 합니다. '있다'의 존댓말이 바로 '있으시다'와 '계시다'인데 어떤 경우에 '있으시다'를 쓰고 또 어떤 경우에 '계시다'를 쓰는 것인가 하는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너는 부모님이 계시니?" "너는 부모님이 있으시니?" 이 말들 가운데서 어떤 것이 옳을까요? "너는 부모님이 계시니?"란 표현이 올바른 것입니다. 여기서는 '부모님'이 존대해야 할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계시니?'가 맞습니다.

'노들강변'의 어원

우리는 보통 '노들강변'이라고 하면 버드나무가 휘휘 늘어진 어느 강변을 생각하기 쉬운데요.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 이런 민요가 있어서인지 '노들'이 '버들'을 연상시키나 봅니다. 그래서 어느 곳이든 이러한 풍경이 있는 강변이면 '노들강변'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노들강변'은 보통명사가 아닌 고유명사인데요. '노들강변'은 서울의 '노량진 나루터'를 말합니다. 현재 서울의 흑석동에 있는 국립묘지 근처에 있던 나루터를 말하는데요. 여러분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 싸우던 '울돌목'을 아세요? 이 '울돌목'은 한자어로 '명량'이라고 합니다. '울 명(鳴)'자에 '돌 량(梁)'자를 써서 '명량'이라고도 하는데요. '노량'의 '량'도 바로 '돌 량(梁)'입니다. 그래서..

'넘어'와 '너머'의 바른 쓰임법

발음이 같아서 문법적으로 사용하기에 혼동되는 단어 중에 '너머'와 '넘어'가 있습니다. "산너머 저쪽에는 무엇이 있는지 자꾸 산새들이 넘어 날아가는군요." "정말이에요 산새들이 전부 산을 넘어 날아가는군요." 이 대화를 잘 들어보면 '넘어'와 '너머' 두 단어가 나옵니다. 위의 문장은 모두 옳은 표현입니다. 이때 '산을 넘는다'의 '넘어'는 철자가 '너'에 'ㅁ'받침을 씁니다. 그리고 품사 분류는 동사죠. 그런데 '산 너머'의 '너머'는 철자가 소리대로 '너머'이고 품사는 명사입니다. 노래 가운데 '산 너머 남쪽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의 '너머'가 있죠. 여기서의 '너머'는 그 뜻이 '집이나 산 따위의 높은 것의 저쪽'을 가리키는 명사이기 때문에 '너머'라고 바르게 쓰인 예입니다...

'너무너무'... 너무합니다.

이런 말 자주 들으시죠? "그 사람 너무 성실해. 너무 진지하고, 음... 또 너무 착해." 다다익선이란 말이 있지만 반면에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정도에 맞는 게 좋은 거죠. 양이든 질이든 기분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정도에 맞아야 좋지, 모자라거나 지나치면 곤란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이 '너무'라는 말,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게다가 '너무' 하나로 부족해서 '너무너무'라고 첩어까지 만들어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너무너무 좋아.", "너무너무 맛있어.", "너무너무 힘들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을 수 있는 이 말, 정말이지 '너무'가 넘치고 있다는 생각 안 드세요? '너무'라는 말은 '넘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부사입니다. 이 '넘다'라는 동사는 ..

냉탕, 온탕 → 찬 물, 뜨거운 물 / 어쩐지 → 왠지

먼저, 목욕탕에 가보면 찬물을 가득 채워 넣은 곳에 '냉탕'이라고 쓴 표를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고, 방송에서는 건강 유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중에 냉탕과 온탕에 여러 번 번갈아 드나들면 혈액 순환이 잘 돼서 건강에 이롭다는 말을 하는 걸 종종 들을 수 있는데요. 그런데 '냉탕'과 '온탕'이라는 말을 살펴보면, '탕'이란 말이 '끓는 물'인데 어떻게 '냉탕'이나 '온탕'이란 말이 성립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냉탕', '온탕'이라는 말은 한자음이지 한자어는 아닙니다. 한자어의 경우도 될 수 있으면 우리말로 바꿔 쓰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습니다. '냉탕', '온탕'의 경우는 참으로 감각적이고 친밀한 '찬 물', '뜨거운 물', '더운물', '따뜻한 물'로 바꿔 쓰도록 해야겠습니다. 또, 까닭..

'내복약'과 '영업용'의 발음은? → '내봉냑'과 '영업뇽'

이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우리말 문법의 소리의 첨가에 대한 사항을 알아보면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가끔은 발음에 관한 정확하지 않은 이론 때문에 적당히 발음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잘못 발음하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ㄴ' 첨가에 관한 사항인데요. 합성어나 파생어에서 단어의 끝이 자음이고 뒷 단어의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인 경우는 'ㄴ' 소리를 첨가하여 발음합니다. 따라서 '내복약'의 발음이 [내보갹]인지 [내봉냑]인지 혼돈될 때는 우리말 문법 중 발음에 관한 사항을 보면 정확한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바른 발음은 [내봉냑]입니다. 마찬가지 경우로 단어 '영업용'도 [영업뇽]이라고 발음을 해야 옳습니다.

자주 틀리는 맞춤법 - 띄어쓰기

조선어학회의「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년)에서 정부의「한글 맞춤법」(1988년)에 이르기까지 띄어쓰기의 대상으로 삼는 단위는 단어이다. 띄어쓰기 대원칙은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이다. 띄어쓰기 규정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조사, 의존명사, 단위 명사(명수사), 고유명사, 보조용언, 수 등이다. 1)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 꽃이 꽃마저 꽃밖에 꽃에서부터 꽃으로만 꽃이나마 꽃이다 꽃입니다 꽃처럼 어디까지나 거기도 멀리는 웃고만 * 예외 규정 : 보통 조사는 단어로 다루어진다. 그러나 조사는 자립성이 없어 다른 말에 의존해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앞말에 붙여 쓴다. 조사를 그 앞말에 붙여 쓴다는 말은 조사가 자립성이 있는 말 뒤에 붙을 때뿐만 아니라 조사가 둘 이상 연속되거나 어미 뒤에 붙을 때에도 그 앞..

'납기일' → '내는 날'

월말이라서 각종 세금 통지서, 할부 통지서 등을 받게 되는데요. 거기에 보면 이런 말이 쓰여있죠. '납기일 ○월 ○일까지 가까운 은행이나 우체국에 내주십시오.' '만약 납기일을 어기면 가산금을 내게 됩니다.' 이 '납기일'이라는 말은 '납입'이라는 말과 한데 어울려 여러 곳에서 공공연하게 쓰고 있는데요. '납기, 납입' 이 두 말 모두 본적이 일본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납기'는 일본말 '노우끼'에서 나온 말로 '세금이나 공과금 등 정해진 요금을 내야 하는 기간'을 말하는 거죠. 또 '납입'은 '세금이나 공과금 등을 내야 하는 기간'을 말하는 거죠. 예전에는 '등록금'을 '납부금' 또는 '납입금'이라고 불렀죠. 일본말인 '납기일' 대신에 우리말인 '내는 날'이라고 쓰시기 바라고요. 또 '납입'보다는 우리..

'플랑카드(?)', '플랜카드(?)', '플래카드(!)'

길거리를 가다 보면 행사를 알리는 글이나, 구호 같은 것을 가로로 긴 천에 적어서 양끝에 막대기를 꿰어 달아 놓은 선전물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프랑카드'라고 부르는데요. 이것의 올바른 표현은 '플래카드(Placard)'입니다. 또 이와는 조금 다르게 선전문구 따위를 써서 세로로 내려 드리운 것을 '현수막'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현수(懸垂)'라는 말은 '아래로 매달려 드리운다'는 뜻이기 때문에 '현수막'이라는 것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 드리운 선전 막'을 가리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가로로 거는 것'은 '플래카드'이고, '세로로 길게 거는 것'은 '현수막'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플래카드(Placard)'는 예로부터 가로 쓰기를 해 온 서양의 문화에서 나온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