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하는 말 '의'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명사나 관형사에 붙는 조사로서 소속, 소유됨을 나타내거나 체언의 특성, 상태, 양, 정도, 때 등을 나타내는 아주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한글이 만들어졌던 조선시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던 말이었습니다.
'훈민정음'이나 '용비어천가' 어느 글을 봐도 조사 '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말이 언제부터 쓰이게 됐는지 알아보면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제로 합방한 이후입니다.
그때 우리나라 문예사조에는 신소설이 큰 유행이었습니다.
'혈의 누', '귀의 성' 이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혈루', '귀성' 가운데 '의'자를 빼도 충분히 말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가운데 꼭 '의'라는 조사를 넣었습니다.
일본말 중에 '노(の)'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우리말 '의'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작가들이 꼭 쓰지 않아도 될 '의'를 넣어서 말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이렇게 말을 써야 신지식인 대접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말 습관은 지금도 변하지 않아서 아예 굳어진 듯하죠.
예를 들어 볼까요?
'나의 책', '내 책'이라고 해도 아무런 뜻의 변화가 없죠.
'절세의 미인', 역시 '절세미인'과 같은 말입니다.
'사고의 위험'은 '사고 위험'으로, '회사의 제품'은 '회사 제품'으로 간편하고 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 '의'라는 말은 발음도 어렵습니다.
낱말에서 혹은 문장에서 쓰이는 위치에 따라 '의', '에', '이'로 다르게 발음해야 하죠.
이렇게 발음도 어려운 군더더기 말을 굳이 쓸 이유가 있을까요?
바로 지금 신문이나 기타 읽을거리를 잡고 한쪽 정도만 읽어보세요.
체언 다음의 '의'자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뜻이 통하는 말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의'자를 빨간 펜으로 지우고 나중에 보시면 이렇게 많이 있었나 하고 깜짝 놀라실 겁니다.
합리적이지 못한 말 과소비...
이것 역시 우리가 21세기에서 빨리 고쳐야 할 부분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