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40

"본인(?)은 아주 겸손하고 민주적인 사람입니다." → 이런 사람 말은 절대 믿지 마세요!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배움의 정도나 됨됨이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들 보다는 중고등학생들이, 또 중고등학생들보다 대학생들이 더 어렵고 잘못된 말을 쓰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쉬운 말을 쓰지 않고 어려운 말을 써야 유식하다는 인식을 갖게 해서인지 글을 쓸 때도 마치 일본 글을 따라서 쓰거나 영어문장을 번역해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문장도 있습니다. 신문의 사설이나 글을 읽다 보면 '본인이 덧붙이고 싶은 말은...'과 같이 '본인'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본인'이라는 말은 '군대나 관료 사회에서 상관이 아랫사람들 앞에 나가 훈시할 때나 쓰는 말'입니다. 물론 군대나 관청에서도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어 있다면 '본인'이라는 말은 거의 안 쓰는데 때론 대학생들의 글에서도 ..

이제 그만 씁시다! ...'의'

우리가 자주 하는 말 '의'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명사나 관형사에 붙는 조사로서 소속, 소유됨을 나타내거나 체언의 특성, 상태, 양, 정도, 때 등을 나타내는 아주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한글이 만들어졌던 조선시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던 말이었습니다. '훈민정음'이나 '용비어천가' 어느 글을 봐도 조사 '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말이 언제부터 쓰이게 됐는지 알아보면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제로 합방한 이후입니다. 그때 우리나라 문예사조에는 신소설이 큰 유행이었습니다. '혈의 누', '귀의 성' 이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혈루', '귀성' 가운데 '의'자를 빼도 충분히 말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가운데 꼭 '의'라는 조사를 넣었습니다. 일본말 중에 '노(の)'라는 말이 있..

'잔업'을 하기보다 '덤일'을 하자.

"요즘에 마음도 괜히 바쁜 데다가 회사일은 어찌나 많은지 근무시간 넘기고 일하기 일쑤고, 잔업하는 날도 얼마나 많은지 몰라." '잔업'이란 말 많이 쓰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잔업'이란 말은 한자 '남을 잔(殘)'자에 '일 업(業)'자를 쓴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 계속해서 하는 일'을 말하는데, 이걸 꼭 '잔업'이라고 써야 할까요? 일본식 한자어인 데다 영 말의 느낌도 좋지 않습니다. 이 '잔업' 대신에 '덤일'이란 말을 쓰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물건을 살 때 마음 좋은 장수가 '이건 덤입니다'라며 더 주면서 쓰는 말 '덤'. '잔업'이란 말이 원래 일보다 '더 해야 할 일'이라면 이런 '덤'을 써서 '덤일'이라고 하자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일본식 한자어인 '잔업'을 ..

'몸뻬'는 일본말!

올여름 들어 '민소매 옷'과 함께 유행을 끄는 것은 '선글라스'와 '샌들'입니다. 이 가운데 '선그라스'는 1997년에 문화체육부에서 만들어낸 '국어 순화 용어 자료집'을 보면 '색안경'으로 바꿔 써야 한다고 나와있고 '샌들'은 우리가 보통 '센달'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역시 이것도 영어 '샌들(sandal)'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오래전 옷 로비에 대한 의혹 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술렁인 적이 있었죠? 이때 분개한 시민이 옷로비 당사자에게 보내달라며 '몸뻬'를 정부 당국에 보낸 적이 있었는데요. 여기에서 말한 '몸뻬'는 우리가 보통 '고무줄 통바지'를 가리켜 '몸뻬'라고 하지요? '외래어 표기법'을 따른다면 '몸뻬'가 아니라 '몸페'가 맞는데, '몸뻬'는 원래 일본에서 일하기 편리하도록 작업복 바지로 사용..

한여름에 '나시'를 입고 '짬뽕'을 먹으면... 예쁘지 않습니다.

우리말에는 아직도 일본말들이 많이 남아 있고요, 바로잡히지 않은 채 무의식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말 속에 일본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 하는 것은 국어사전에 실려있는 단어의 수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우리 국어사전에 한자어가 70%, 서양어가 6%, 일본어가 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자어 가운데서도 특히 일본식 한자어가 25%나 된다고 하니까 따로 분류된 일본어까지 합치면 약 30%에 해당하는 일본말이 우리 국어사전을 점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어인 '짬뽕'은 본래 '한데 섞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인데요.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말하는 것도 '짬뽕'이고요, 소주와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것도 '짬뽕'입니다. 또 , 어떤 얘기를 하다가 다른 얘..

'동문'과 '동창'...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문'이나 '동창'을 찾을 수 있는 사이트가 있었는데요. 이 '동문'과 '동창'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동문'과 '동창'은 사실상 같이 써도 좋은 같은 의미의 말입니다. 다만 말이 생겨난 곳이 다를 뿐인데요. '동문'이란 본래 '같은 문하생'이란 말로, '같은 스승에게서 배운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중국 '한서'에서 '동문'이란 말을 찾을 수 있는데요. 이 책에는 '동문이란 같은 스승에게서 배운 자이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렇게 '동문'이라 함은 '같은 스승에게서 배운 사람'을 이르는 말이죠. 그런데 오늘날은 이것과는 좀 다르죠? 교육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스승의 집이 아닌 학교에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말은 '같은 학교나 스승에게서 배우는 일..

'단촐하다'와 '단출하다'

"가족이 어떻게 되십니까? "남편과 딸이 하나 있습니다." "식구가 아주 단촐하시네요." 이 경우 '단촐하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흔히 식구가 적어서 홀가분하다는 뜻으로 말할 때 '단촐하다'는 표현을 쓸 때가 많습니다. 대개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모인다는 '모음조화' 규칙을 생각해서 '단촐하다'로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깡총깡총'이 아니라 '깡충깡충'이고, '오손도손'이 아니라 '오순도순'이 맞고, '소꼽장난'이 아니라 '소꿉장난'이 맞는 것도 역시 모음조화 규칙에서 벗어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답은 '단출하다'가 맞습니다. 우리말은 모음조화가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지만, 모음조화 규칙은 후세로 오면서 많이 무너졌고, 현재는 대체로 한쪽 양..

'다르다'와 '틀리다'는 정말 다릅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뒤섞어 사용하는 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다르다'와 '틀리다'인데요, 예를 들어 볼까요? "쟤들은 쌍둥인데도 정말 틀리게 생겼네!" "그 사람은 내 생각과 완전히 틀려." 평소에 이렇게들 많이 쓰시죠? 하지만 '다르다'와 '틀리다'는 정말 '다른' 표현입니다. 이 두 단어의 차이는 각각의 반대말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요, '다르다'의 반대말은 '같다'고 '틀리다'의 반대말은 '맞다'입니다. 바꿔 말하면 '다르다'는 '같지 않다'라는 뜻이고 '틀리다'는 '맞지 않다'라는 뜻인 거죠. 만약 앞서 말씀드린 대로 쌍둥이의 모습을 비교하는 상황이라면, 이때는 두 사람의 생김새의 차이를 두고 얘기하는 것이지, 누구의 생김새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기..

'늘일래요', '늘릴래요?'

'기간을 며칠 더 늘려주십시오'라고 말할 때 '늘여'가 맞는지, '늘려'가 맞는지 궁금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질문하신 '늘여'와 '늘려'는 '늘이다'와 '늘리다'가 각각의 기본형입니다. 이 가운데 '늘이다'는 타동사고요, 반면에 '늘리다'는 '늘다'의 사동사로 쓰인 타동사인데, 아무튼 '늘이다'와 '늘리다'를 구분하기란 여간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서로 간의 의미가 흡사해도 분명히 구분되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늘이다'의 뜻은 '본디보다 더 길게 하다'란 뜻입니다. 예를 들면 '고무줄을 늘이다', '엿가락을 늘이다'처럼 대상이 '탄력성이 있는 물체의 길이'를 말할 때 '늘리다'로 쓰지 않고 '늘이다'라고 써야 합니다.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늘이다'는 '탄력성이 있는 물체의 길이'..

'대두', '대맥'은 '콩', '보리'로

저희 유통업체는 곡물과 야채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미, 대두, 대맥, 수수, 기장 5곡을 중심으로 흑임자, 송엽, 표고와 야채류인 당근, 연근, 우엉, 시금치...... 해조류인 해태, 곤포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자, 여기 고쳐야 할 낱말이 여러 개 있는데 먼저 은 으로, 는 로 바꿔야 쉬운 우리말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이 광고지에 쓰인 다른 중국식 말투를 우리말로 쉽게 고쳐 보면, 는 이라고 하면 되겠고 은 로, 는 로, 은 로 바꾸면 쉬운 우리말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또, 는 으로, 는 로 쉽게 고쳐 말하면 좋겠습니다. 자, 중국식 말투가 많은 이 광고지를 우리말로 바꿔서 읽어보면, 라고 하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