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67

감주와 식혜

고유의 명절이면 즐겨 만드는 '감주'가 있죠? 이 '감주'도 원래는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술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그러다가 술에 취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 쉽게 취하지 않으면서도 술을 마시는 기분을 낼 수 있는 술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찹쌀과 누룩으로 빚은 '감주'였습니다. 이 술은 알코올이 적은 대신에 단맛이 있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료인데요. 다른 말로는 '단술'이라고도 합니다. 원래는 알코올이 약간 들어있는 '술'이었지만, 지금은 흰밥에 엿기름가루를 우려낸 물을 부어서 따뜻한 곳에 두고 삭인 전통음료를 가리키는데요. '식혜'라고 해도 맞는 말입니다.

옛날엔 '고초'를 먹고 요즘은 '고추'를 먹고......

수확의 계절 가을이 되면 저녁에는 귀뚜라미가 울고 밭에는 빨간 '고추'가 탐스럽게 매달리죠. '고추'를 따서 햇볕에 말리는 풍경도 친숙하게 만나게 되는데요. 그런데 조선 중기에 들어온 '고추'의 본래 이름은 '고초'였다고 합니다. 글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쓴 풀'이라는 뜻인데요. 옛날 사람들은 '고추'의 매운맛을 '쓰다'라고 표현했다고 해요. 반면에 '맵다'는 말은 고되고 독한 것을 나타낼 때 썼습니다. 이 '고초'가 후대에 내려오면서 소리의 변화를 일으켜서 '고추'가 됐는데, '고추'의 특성인 매운맛이 다른 사물이나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돼서, 고되고 독한 일이나 사람을 가리킬 때 이 '고추'라는 말로 비유해서 쓰기도 했습니다. '고추 같은 매운 시집살이', '고추바람'을 그 예로 들 수 있고요. 또,..

'맥힌다' → '막힌다'

운전을 하다 보면 도로가 시원스럽게 뚫리는 구간에 있는 분들도 있고, 또 차들이 많아서 밀리는 구간에 있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렇게 밀릴 때 흔히 '정체된다', '서행한다', '막힌다'라는 말을 쓰게 되는데요. 어떤 분은 '맥힌다'라고 말씀하시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맥힌다'라는 말은 '막힌다'의 사투리이기 때문에 이제부터 이 말은 쓰지 마시고요. '막힌다'라고 쓰시기 바랍니다.

'고수레!'의 유래

'고수레'라는 말 들어보셨죠? 고사를 지낼 때 시루떡을 던지면서 '고수레'라고 하는데요. 여기에는 옛날 단군시대 때의 유래가 있습니다. 단군시대 때 '고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그 당시 사람에게 '불을 얻는 방법'과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후대 사람들이 농사를 지어 음식을 해 먹을 때마다 그를 생각하면서 '고시네'라고 한 것이 '고수레'의 유래인데요. 지금은 '고사를 지낼 때 음식을 조금 떼어서 던지며 외치는 소리'로 쓰이고 있죠. 많은 지방에서 '고시레'라고 하고 있는데요. 표준어는 '고수레'입니다.

맛있는 갈치구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 중에 '갈치구이'가 있는데요. 은빛 나는 제주갈치, 정말 은가루를 뿌렸는지 값도 바싸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갈치'보다는 '칼치'라고 부릅니다. 마치 칼처럼 생긴 생선이라서 이렇게 부르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 말은 맞는 말입니다. 칼같이 생긴 고기라고 해서 나온 말이니까요. 지금의 '코'와 '꽃'이 중세 국어로는 '고'와 '곶'이었던 것 같이 '칼'의 옛말도 '갈'이었습니다. '고'와 '곶'이 '코'와 '꽃'으로 격음화된 것과는 달리 '갈치'는 '칼치'로 바뀌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게 된 건데요. 그래서 '칼치'가 아니라 '갈치'가 표준어가 되는 거죠. 이제부터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칼치구이'가 아니라 '갈치구이'를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맛'의 우리말들

가을은 곡식이 풍성하고 과일도 주렁주렁 열려서 사람들 마음까지도 풍성하게 하는 계절이죠. 그래서 없던 입맛도 다시 돌아오는 건강한 계절인데요. '맛'에 대한 몇 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사전을 들쳐보면 '맛'에 대한 풀이는 다양하게 나와있습니다. '떫은맛'을 먼저 보면, 거세고 입안이 부득부득한 맛, 날감 맛(삽미)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거세고 입안이 부득부득한 맛] 가지고는 '떫은맛'이 설명이 안되니까 뒤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날감 맛]을 덧붙인 거죠. '맛'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서도 어떤 특정한 사물을 보기로 들어 풀이하고 있을 만큼 까다롭습니다. 그래도 '떫은맛'은 알아듣기 어려우나마 설명을 하려고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같은 사전에서 '쓴 ..

지명에 대해서 - 옥수동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가다 보면 동호대교를 지나 '옥수동'과 만날 수 있습니다. '옥수동'은 성동구에 속하는데요. '옥수동'이란 이름은 옛날 이곳에 무슨 옥수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옛날 '옥수동 399'에 '옥정수'라는 유명한 우물이 있던 데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때 이 우물물이 바위틈에서 나와 맛이 서울에서도 으뜸이었기 때문에, 왕에게 바치는 물로 알려졌지요. 하지만 4.19 이후에 '옥수로'가 개통되면서 아쉽게도 매몰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맛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죠. 또 '산 5'에 있던 '옥수동 약수'와 '267' 숲 속에 있던 '두모리 약수'는 위장병에 특효가 있었지만, 이 또한 세월이 흐르고 주택이 들어서면서 지금은 수질이 변해 버렸습니다. '옥수동'을 조선시대에는 '두..

지명에 대해서 - 말죽거리와 개포동

지하철 3호선 양재역 인근을 지나다 보면 '말죽거리'라는 곳이 있습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초구 양재동에 속하는데요. 이곳을 지나셨던 분이라면 한 번쯤은 '말죽거리'란 이름이 어디서 유래됐는지 궁금하셨을 겁니다. '말죽거리'는 옛날 제주에서 보낸 말을 한양으로 올려 보내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말을 손질하고 말죽을 끓여 먹인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곳이 '말죽거리'로 불리게 된 사연은 많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고려시대 '이괄의 난' 때 인조가 피난 가는 길에 이곳을 들렀을 때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인조는 당시 유생 김 이 등이 쑤어 올린 팥죽을 말 위에서 먹었는데, 이 때문에 이곳에 '말죽거리'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하고요. 또 다른 하나는 조선시대 병자호란 때입니다. 당시 인조가 청..

토박이말 '집들이'

이사하면 꼭 하게 되는 '집들이'...... 이 '집들이'와 관련된 우리말에 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렇게 손님을 불러 대접하는 일을 '손겪이'라고 하고, 크게 손님을 치르는 일은 '일결'이라고 하는데, '집들이'는 대표적인 '손겪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에 남부 지방에서는요, 새집을 지어서 이사한 날 저녁에 마을 사람들과 일가붙이들을 불러다 큰 잔치를 베풀어 '집들이'를 했는데요. 농악대가 합세해서 흥을 돋웠다고 합니다. 마루나 마당에서 한바탕 농악을 치고 나서 상쇠가 덕담을 늘어놓기를 [마루 구석도 네 구석, 방구석도 네 구석, 정지 구석도 네 구석, 삼사십이 열두 구석 좌우 잡신 맞아다 맞아들이세]라고 했답니다. 다른 구석은 다 놔두고 구석에 먼저 관심을 나타냈던 것은 이곳에 귀신이 거처한다고 ..

마노라 → 마누라(어원)

우리나라 말에는 남성이나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 여럿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말도 그 사람이 혼인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직함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또 누가 부르는지에 따라 각각 다릅니다. 예를 들면 남자를 지칭할 때, '남정네, 남편, 사나이, 총각' 등이 있고, 여자를 지칭할 때에는 '아내, 여편네, 마누라, 집사람, 계집, 부인, 처녀' 등 꽤 많습니다. 그중 '마누라'는 무슨 뜻일까요? 지금은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그것도 같은 지위나 연령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아내를 지칭할 때, 또는 아내를 '여보, 마누라!'하고 부를 때, 또 다른 사람의 아내를 낮추어 지칭할 때 (예를 들면, '주인마누라') 등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원래 '마누라'는 '마노라'로 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