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57

방가 방가

인터넷의 발달로 pc통신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대화방 이른바 채팅방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던 때가 있었지요. 이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되는 채팅방의 장점이 단점으로 변질되어서 대화 도중에 저속한 언어나 음란한 표현, 심지어 욕설까지 사용되는 것을 종종 보게 하였었죠. 이와 더불어서 주목해야 될 사실은, 기존의 언어의 틀을 깨고 편리함과 재미만을 추구하는 신조어와 유행어의 출현입니다. 대화방의 주 고객은 단연 청소년인데요. 한 번이라도 이 대화방을 이용해 본 분들이라면 낯선 단어들 때문에 이해를 잘하지 못하는,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인사를 할 때 '안녕하세요'를 '안녕하세여'로 표현하는데, '요'를 '여'로 표현하는 것! 오타가 아니고요, 대부분의 채팅 문장이 '여'로 ..

'바리바리 싸 보내다'의 어원

요즘 예비 신랑 신부들은 예전처럼 발품 팔고 다니면서 물건을 사기보다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을 온라인 속에서 수월하게 처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준비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결혼문화를 생각해보면 아직도 너무 허례허식에다 많은 사치가 따르고, 특히나 신부의 경우 혼수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지나치게 많은 물품에 비싼 값을 치르고 있진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것을 보고서 어른들 사이에 '딸자식 시집보내면서 바리바리 해 보낸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 '바리바리 해 보낸다'라는 표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 '바리바리 해 보낸다'라는 말을 많이 쓰고는 있는데, 왠지 쓰면서 일본식 표현은 아닌지, 그 어원이 ..

'호주머니'의 유래

기온이 낮아지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약간은 잰걸음으로 바뀌었고요. 손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계절이 됐는데 '호주머니'의 어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실, 옛날에 우리나라 옷에는 주머니가 없었다고 하지요. 손을 넣을 데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떤 물건을 담을 수 있는 막힌 공간이 아니라, 단지 손을 감추기 위한 트인 공간일 뿐이었죠.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말하는 주머니란 옷이 달린 것이 아니라,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이나 등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만주 이북에 사는 호족들의 옷에는 주머니가 많이 달려 있었는데, 이는 그들이 전투를 주로 하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소도구들이 많이 필요했고, 자연히 '호주머니' 개수가 여러 개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호족들의 옷에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을 ..

'고두밥'에서 유래된 '구두쇠'

'구두쇠'하면 소설 속의 인물인 '스쿠루지'나 '놀부'를 연상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이들처럼 '몹시 인색한 사람'을 가리켜 '구두쇠'라 하는데 이를 풀어 '구두'라고도 합니다. 이 말과 비슷한 말에는 '보리비'가 있고, 한자어로는 '자린고비(고비)', '수전노(守錢奴)' 등이 있습니다. '나그네 보내고 점심한다.'나 '감기 고뿔도 남 안 준다.'라는 말들은 모두 '구두쇠'와 관련된 속담입니다. 그런데 이 '구두쇠'라는 말을 '구두'에 '쇠'가 붙어 된 합성어로 잘못 아는 분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는 구두 밑에 박은 단단한 쇠인 징을 연상하여 '징처럼 단단한 사람'이란 뜻의 '구두쇠'로 본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말은 '굳다'에서 생긴 파생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아주 된 ..

'구레나룻'의 어원?

'구레나룻'이란 말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먼저 '구레나룻'하면 귀밑에서부터 턱까지 잇달아 난 수염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얼핏 생각나는 사람이 있죠. 미국의 에이브라함 링컨과 락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스리, 그분들의 '구레나룻'이 너무 멋져 보여서 한 때 나도 저렇게 됐으면 하고 '구레나룻'을 길렀던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구레나룻'을 '카이젤 수염'같은 외래어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계시던데 확실히 우리말입니다. '구레나룻'은 '구레'와 '나룻'이 합쳐진 말인데 '구레'는 소나 말의 머리에 씌우는 '굴레'의 옛말이고, '나룻'은 '수염'의 고유어입니다. 그러니까 '구레나룻'은 '굴레처럼 난 수염'이라는 우리말입니다.

'백수'는 백살?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오랜 소망입니다. 그래서 한때는 생식이 유행하기도 했고 요구르트를 먹는 불가리아 사람들이 오래 산다고 해서 요구르트를 많이 먹기도 했는데, 장수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장 우선하는 것이 편안하고 여유 있는 마음,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건강하고 오래 사는 요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영 아빠 : 소영이네 할머니께서 올해가 '백수'시라는군. 지영 엄마 : 그래요? 그 집안에 장수하신 분들이 많다고 하더니 정말이네. 그럼 올해 '백 살'이시겠네요. 지영 아빠 : 아니야, 아직 '백 살'은 안되셨지. 아마. 네, 우리가 흔히 '백수(白壽)'를 누렸다고 하면 '백 살'까지 살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러나 '백수(白壽)'의 한자어를 보면 '일백백(百)'자가 아니라 '흰 백(白)'자인..

'비리'와 관련된 우리말들

요즘 신문을 보면 온갖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의 기사가 넘쳐흘러서 여기저기서 한숨 섞인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오죽했으면 '좋은 기사'만 다루는 신문이 따로 나와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오는데요. 그래서 '비리'와 관련된 우리말을 찾아봤습니다. '보리동지'란 말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뇌물수수 따위의 부정한 방법으로 관직을 얻은 사람을 '보리동지'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보리동지'란 말은 곡식을 바치고 벼슬을 얻은 사람을 조롱했던 옛말입니다. 그래서 금권선거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 역시 '보리동지'입니다. '비리'와 관련된 우리 옛말은 아주 많습니다. 곡물, 표백, 돈으로 공명장을 사서 얻은 벼슬을 '빠끔벼슬'이라 했고요. 자격 없는 사람이 갑자기 얻어하게 된 관직이나 직책을..

바람에도 계급이 있다.

올해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입혔던 태풍 '힌남노'는 1959년 태풍 '사라', 2003년 태풍 '매미'의 뒤를 잇는 비와 바람으로 도심 곳곳이 범람하고 정전이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입혔죠. 바람이 어찌나 강하게 불던지 센바람, 왕바람 정도로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요. 영국의 해양·기상학자인 보퍼트가 만든 '보퍼트 풍력계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바람의 세기'를 분류한 말 그대로 '바람의 계급'인 셈인데요. 이것을 토대로 우리나라 기상청이 순우리말로 고쳐 만든 12가지의 '바람의 계급'을 살펴보겠습니다. '바람의 계급'을 순서대로 말해서 '실바람', '남실바람', '산들바람', '건들바람', '흔들바람', '된바람', '센바람', '큰바람', '큰센바람', '노대바람', '왕바람', '싹쓸바람' 네,..

'바둑'의 어원

우리 속담에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옛날에 어느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갔다가 두 신선이 두는 '바둑'에 정신이 팔려서 한없이 구경하다가 그만 도끼 자루가 썩을 만큼 수많은 세월을 흘려보냈다는 얘기입니다. 도대체 이 '바둑'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이기에 자루가 썩는 줄도 모르고 구경을 했을까요? '바둑'을 아는 분이라면 이 속담을 충분히 이해하실 겁니다. '바둑'의 오묘한 맛과 넘치는 즐거움! 그 어떤 것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만 '바둑'을 두면서도 정작 '바둑'에 대한 말의 본뜻을 알고 계신 분은 그리 많지 않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바둑'의 어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바둑'이란 말은 15세기의 를 보면 나오는데요. 이때에는 '바둑'이 아니라 '..

미싯가루 → 미숫가루

갈증 나는 여름철 탄산음료를 많이 찾으시는데요. 이런 탄산음료보다는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우리 고유의 음료인 '미숫가루'가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미숫가루'는 쪄서 말린 쌀가루나 보릿가루를 뜻하는 '미시'라는 말과 '가루'가 합쳐진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이 '미숫가루'라는 말의 뜻이 다양해져서요. 찹쌀이나 멥쌀 또는 보리쌀 등을 볶거나 쪄서 맷돌에 갈아 고운 체에 쳐서 만든 가루를 모두 뜻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미숫가루'는 원래는 '쪄서 말린 가루'라는 뜻이 있는 '미시'와 '가루'가 합해져서 '미싯가루'라고도 불려 왔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미싯가루'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새로 마련된 맞춤법 개정안은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해서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