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57

싯귀 → 싯구, 댓귀 → 댓구

"창호야 내가 시를 지어 낭송을 할 테니 네가 '댓구(對句)'를 지어 말해보려무나." "네, 근데 아버지. '댓구(對句)'가 맞는 말이에요? '댓귀(對句)'가 옳은 말이에요?" "글쎄... 그러고 보니 어떤 것이 맞는 말인지 잘 모르겠구나." 우리가 흔히 국어시간에 많이 배우고 접하는 단어죠. '싯구(詩句)', '싯귀(詩句)', '댓구(對句)', '절구(絶句)' 등이 그것인데, 간혹 쓰이는 표현이나 어느 것이 옳은지 혼돈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법 사항에서는 한자 '구(句)'가 붙어서 이루어진 단어는 '귀(句)'로 읽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구(句)'로 통일한다고 돼 있습니다. 따라서 '귀절(句節)'이 아닌 '구절(句節)', '문귀(文句)'가 아닌 '문구(文句)'가 옳은 표현입니다.

술 마시면, 닐리린지, 늴리린지 알 수 없어요.

어른들께서, 약주 한 잔 하시면 부르는 노래가 있죠. 바로 '늴리리 맘보[닐리리 맘보]'. 이 노래의 가사 '닐리리야 닐리리, 닐리리 맘보', 과연 발음할 때와 같이 '닐 리 리 야, 닐 리 리'로 쓸까요? 아니면 다르게 쓸까요? 이 단어는 노래 부를 땐 쉽게 발음할 수 있는 단어지만, 쓸 때는 조금 까다로운 단어 중의 하나입니다. 쓸 때는, '늬' 밑에 받침 'ㄹ'을 달아 '늴'로 써야 합니다. 그러니까 '늴 리 리 야 늴 리 리'로 써야 맞습니다. 한글 맞춤법 규정 제9항을 보면, '자음과 결합한 '의'가 단어의 첫음절에 쓰일 때는 '이'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더라도 '의'로 적는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어, '띄어쓰기[띠어쓰기]'와, '희망[히망]'같은 경우에도, 말할 때, 비록 각..

수(數)의 표현

말하거나 글을 쓸 때 '수(數)의 표현'은 무척 중요합니다. 특히 요즘엔 숫자가 신문이나 방송, 그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와 함께 쏟아지죠. 그렇기 때문에 표현할 때 틀리지 않도록 신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숫자를 우리말로 다시 풀어서 말하거나 써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어떤 방송에서 실제로 들은 얘긴데요, 숫자 58을 말하는데(우리말로 한다면 쉰여덟이 되죠), 어느 진행자가 '오십 여덟'이라고 한자와 우리말을 섞어서 잘못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말을 잘하는 진행자라고 해도 이런 실수를 듣게 되면 듣는 사람은 '피식'하고 비웃게 됩니다. 그리고 'ㄴ, ㄷ, ㅅ, ㅈ'으로 시작되는 수량의 단위 명사 앞에서는 '세'와 '네'가 각각 '석'과 '넉'으로 바뀌고 'ㅁ, ㅂ, ㅍ'으로 ..

튿어지다 → 뜯어지다

"내 양복 주머니가 튿어져서 동전이 자꾸 밑으로 빠져요." "그 양복은 산 지 얼마 안 된 건데, 왜 벌써 뜯어졌을까?" 옷을 오래 입어서 닳거나 바느질이 잘못됐을 경우에 바느질한 실이 풀린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위의 대화에서 '튿어지다'와 '뜯어지다'라는 표현이 모두 나왔는데, 과연 둘 중에 어느 표현이 맞을까요?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튿어지다'는 비표준어이고 '뜯어지다'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이 '뜯어지다'는 '뜯다'라는 동사의 피동 형태입니다. '뜯다'라는 말은 대개 '북어를 두드려 잘게 뜯는다'라든가 '쑥을 뜯어 바구니에 담는다'와 같이 '전체에서 일부분을 조각조각 떼어 낸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리고 '편지를 뜯어보다' 또는 '자물쇠를 뜯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와 같이, '..

'수순' → '차례'

예나 지금이나 사건들을 다룬 신문기사들을 보면 그 처리 과정을 놓고,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무슨무슨 사태에 대한 수사 과정이 정해진 '수순'을 밟고 제대로 처리된 것인가'라는 기사를 읽을 수 있는데, 이 '수순'이라는 말이 우리말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신문기사나 뉴스 방송 같은 언론 매체를 통해서 자주 들어오던 표현이기 때문에 아무 의심 없이 우리말 표현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일본어에서 온 한자어입니다. 이 말을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면 '절차' 또는 '차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 과정이 정해진 '수순'을 밟고 제대로 처리된 것인가'가 아니라 '정해진 절차' 또는 '정해진 차례를 밟고 제대로 처리된 것인가'와..

소개시켜주다 → 소개하다

"소개 좀 시켜주라." "너희 부서 신입사원 누구, 나랑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냐, 소개 좀 시켜줘." 새로운 만남을 원하시는 분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소개시켜줘..." 하지만 이 말은 좀 어색한 말입니다. 원래 '시키다'란 말은 일종의 접미사로 '무엇을 하게 하다'란 뜻을 갖고 있죠? 예를 들어서 '심부름을 시키다', '방 청소를 시키다'처럼 말입니다. 그러니까 '소개시켜줘'란 말을 따져보면 어색합니다. 대신 '소개하다', '소개해줘' 이렇게 쓰는 것이 적합합니다. 이렇게 의미 없이 접미사 '시키다'란 말을 붙여서 쓰는 예 중에 한 가지를 더 살펴보면, '거짓말 하지마'란 말 대신 많이 쓰이는 "거짓말 시키지마, 누가 속을 줄 아니?" 이렇게 '거짓말 한다'는 것..

세상에...'다라이' 라니요?

시장에 나가보면, 길거리나 다른 가게 앞에 앉아서 조촐하게 나물이나 약초 같은 것들을 파는 아주머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아주머니들을 흔히 '다라이 장수'라고 부르죠. 아마도 이 아주머니들이 팔고자 하는 물건을 담아 다니는 것이 커다란 빨간 고무통이라서 일컬어지는 말일 겁니다. 장사 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 김장을 할 때도 빨래를 할 때도 이 커다란 빨간 고무통, 일명 '다라이' 인기는 대단하죠. 하지만 이 '다라이'라는 말,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일본말 중에 하나라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죠? '다라이'라는 말이 너무나 일반화돼 쓰이다 보니까 다른 말로 바꾸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화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한때,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다라이 장수' 아주..

성과 이름은 붙여쓰고, 이름과 직함은 띄어쓴다

'성'과 '이름'을 띄어 쓰는 건지 붙여 쓰는 건지 아직도 헛갈려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1988년에 개정된 한글 맞춤법에 의해 '성'과 '이름'을 붙여 쓰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성 중에서 과 같은 '성'은 '이름'과 붙여서 썼을 때 로 혼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성'과 '이름'을 띄어 씁니다. 자, 그렇다면 '이름' 뒤에 붙이는 할 때의 씨, 또는 님, 군, 양 같은 말은 붙여서 쓸까요, 띄어서 쓸까요? '이름'에 붙는 호칭어는 띄어 쓰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런 호칭어를 그냥 '이름' 뒤에 붙여서 쓰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특히 '성(姓)'만 쓰고 그 뒤에 호칭어가 붙을 때 이런 실수를 종종 볼 수가 있는데요. '김 군, 박 양, 이 씨' 등 '이름' 뒤에 그리고 '성..

샌드위치의 어원

'샌드위치'는 두 조각의 빵 사이에 샐러드 등이 들어 있어서 맛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먹기에도 간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샌드위치'가 어느 때부터인지 점심을 대신하게 하기도 해서 이제는 우리와 아주 친근한 한 끼 음식이 돼 버렸는데요.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어떻게 해서 이 '샌드위치'라는 말이 생겨나게 됐는지 한번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샌드위치'와 관련된 어원으로는 다음과 같은 얘기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18세기 영국 켄트주의 4대째 영주인 존 몬태규 백작은 도박을 즐겨했습니다. 한번 카드를 손에 대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는 위인이었는데요. 그런데 아무리 도박을 좋아한다고 해도 안 먹고 할 수는 없었겠죠? 먹기는 먹어야겠는데,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의 '샌드위..

색스폰 → 색소폰, 링겔 주사 → 링거 주사

여러분이 '색소폰'의 명연주자인 케니지 좋아하시죠. 음악도 좋지만 '색소폰'을 멋들어지게 부는 그 모습에 반했다는 여자분도 꽤 많이 계시더군요. 우리나라의 '색소폰' 연주자도 유명한 분이 많은데요. 돌아가신 이봉조 님 역시 '색소폰'하면 바로 떠 올려지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외래어인 '색소폰'을 '색스폰'으로 잘못 발음하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오늘은 틀리기 쉬운 외래어 표기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색소폰'은 1846년 벨기에의 아돌프 삭스라는 사람이 발명했는데요. 발명자인 '삭스'에 소리의 뜻을 가진 '폰'이 결합돼서 '색소폰'이 된 겁니다. '색스폰', '색스폰'하는 사람도 많고 노래 가사에도 '색스폰'이라고 돼있는데요. '색스폰'하니까 어감도 좋지 않은데요. 지금부터라도 '색스폰'이 아니라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