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57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법

'한국 전쟁이 발발한 지 벌써 70년이 지났습니다.'란 문장을 쓸 때, '발발한 지'에서 '지'를 띄어 쓰는 것이 옳은지 붙여 쓰는 것이 옳은지 아리송하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말을 할 때는 그냥 지나치다가 글로 옮겨 쓰려니 헛갈리는 띄어쓰기 문제가 참 많은데 기본적인 띄어쓰기의 법칙, 의존명사는 띄어 쓴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의존명사란 그 자체가 명사이긴 하지만 불완전해서 독립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항상 그 앞에 수식을 해주는 말과 함께 오는 말입니다. 그래서 앞에 예로 든 '발발한 지'에서의 '지'도 의존명사로써 앞에 '발발한'이란 말의 꾸밈을 받고 있습니다. 즉, 이런 의존명사인 경우는 그것이 아무리 짧은 것이라고 해도 그 자체만을 띄어서 써야 합니다. 그러니까 '발발한' 띄고 ..

으악새 → 억새

대중가요의 노랫말 중에는 발음을 잘못하는 경우라든가,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오랫동안 애창돼 온 가요 중에 '짝사랑'이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이 노래에서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여러분은 여기에 나오는 '으악새'가 무엇을 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으악새'라고 하는 새가 가을에 슬피 운다고 생각해서 '으악새'를 새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으악새'는 새의 이름이 아니고요. '억새풀'의 사투리입니다. '억새풀'이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소리를 내는 것이 마치 우는 소리를 내는 것 같고, 또 '억새풀'은 어느 계절보다도 가을에 더 운치가 있기 때문에 이런 노랫말이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노랫..

'우라'는 '안감', '히야시', '시야시'는 '찬 것'

예전에 금강산에 다녀오신 분이 이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북한의 환경관리원과 말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남한 사람들은 왜 머리카락에 울긋불긋하게 물을 들이냐는 것이었대요. 자기들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고요. 뭐, 머리 색깔뿐이겠어요. 아마 통일이 되면 서로 이해가 되지 않는 점 때문에 한동안 혼란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북한과 남한 사람들과의 문화 차이뿐 아니라 요즘은 신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에도 문화 차이를 겪고 있죠. 신세대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와 관련된 용어라든지, 그들끼리만 통하는 축소된 말들, 기성세대가 들으면 다른 나라 말로 느껴지기만 합니다. 그런가 하면 기성세대에서 아직도 쓰고 있는 일본어나, 직종에 관련돼 쓰고 있는 잘못된 용어가 신세대들에게는 이해하..

'천장'과 '호두'

우리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단어 중에는 원래 한자어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점차 그 본래의 한자음을 사용하지 않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천장'과 '호두'를 예로 들 수 있겠는데요. '천장'은 원래 '천정(天井)'이라는 한자말에서 온 것이지만, 표준어 맞춤법에 따르면 '천장'으로 쓰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먹는 과실 중에 '호두'나 '자두' 같은 것도 원래는 한자의 '복숭아나무 도(桃)'자를 사용하는 '호도(湖桃), 자도(紫桃)'라는 한자말에서 왔지만 지금은 '호두'와 '자두'라고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가 쓰는 언어도 우리 입에 맞게 많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겠지요?

울 밑에 선 봉선화야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이렇게 시작되는 '봉선화'라는 노래는 우리 선조들이 일제강점기에 나라 잃은 백성의 슬픔을 달래면서 많이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30~40년 전만 해도 여름 한 철 손톱에 '봉숭화' 꽃물을 들인 아가씨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린 두 가지 얘기 가운데 한 번은 '봉선화'라고 했고, 또 한 번은 '봉숭화'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올바른 표현일까요? 이 꽃을 가리켜서 말하는 표현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봉선화, 봉숭아' 그리고 '봉숭화, 봉송화' 등이 꽤 널리 쓰이고 있는데요. 이 중에서 본래의 말은, 한자말인 '봉선화(鳳仙花)'입니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봉숭아'는 '봉선화'의 '선(仙)'이 '숭'으로 '화(花)'가 '아'로..

'한창'과 '한참'

위의 사진, 껴안은 남녀의 다리 때문에 '한참' 보게 되죠? '한참'에 대해서 살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참'과 '한창'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이 피로하다고 하면 어른들은 으레 "한참 때, 이런 걸 가지고 뭘 그래." 하는 핀잔을 주시곤 하는데요. 이럴 때는 '한참'이 아니라 '한창'이 바른말입니다. 'ㅇ' 받침의 '한창'은 '가장 성하고 활기 있을 때'란 명사로 쓰이거나 '가장 활기 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어로 쓰이는데요. 그래서 '한창-나이', '한창-때'라는 복합어로도 자주 사용합니다. 반면에 'ㅁ' 받침의 '한참'은 '두 역참 사이의 노정', 혹은 '일을 하거나 쉬는 동안의 한 차례', 즉 '한동안'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자면 "점심시간이니 우리 여기서 한참 쉬었다 갑시다."와 같이 사용할 ..

'의례', '으례' → '으레'

이번에는 우리가 자주 쓰는 말 가운데 많이 혼동해서 쓰는 말, '으레'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누가 자꾸 시키는 일이 부당하다고 느껴질 때 이런 말 많이 하죠? "왜 그 일을 의례 제가 해야 합니까?" 이 예문에서처럼, '두말할 것 없이', '당연히'를 뜻하는 말인 '으레'를 '의례'와 '으례'로 혼동해서 사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는 '으' 그리고 'ㄹ'에 'ㅓ+ㅣ', '으레'가 바른말이죠. '으'가 아닌 '의', '레'가 아닌 '례'를 쓰는 것은 모두 틀립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죠. '으레'에 '-히'라는 접미사를 붙여서 '으레히'라고 많이 사용하는데요. 이것 역시 바른말이 아닙니다. 이미 '으레' 그 자체가 충분한 부사어이기 때문에 '-히'라는 접미사는 쓸데없이 붙은 사족이라고 할 수 있..

'완벽(完璧)'의 어원

'완벽'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완전할 완(完)'과 '아름다울 벽(璧)'을 씁니다. 단어 중에 '벽'이란 단어는 '동그랗게 갈고닦은 옥'을 가리키는 한자어입니다. 중국의 주나라에 '화씨의 벽'이란 유명한 구슬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진나라의 왕이 그 구슬이 탐이 나 진나라 땅의 일부와 구슬을 바꾸자고 제의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주나라는 주고 싶지 않았지만 진나라의 왕이 쳐들어올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구슬을 주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구슬을 받은 진나라에서는 땅을 줄 생각을 안 했다는군요. 꾀를 낸 주나라의 인상여란 사람은 "이 구슬에 흠이 있는데 땅을 주지 않으면 구슬을 산산조각을 내겠다."라고 속여 구슬을 고스란히 보전(保全)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완벽'이라 함은 '한 점의 흠집도 없이 훌륭한 ..

희노애락 → 희로애락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뜻은 굳이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이 말이 틀렸다는 사실 알고 있는 분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 중에는 그 한자의 원래 음이 있지만, 일반 대중의 말 습관에 따라서 본음보다는 다른 발음으로 굳어진 경우, 그래서 바뀐 발음이 더 익숙한 낱말이 있습니다. 바로 '희로애락(喜怒哀樂)'이 그런 말입니다. 옳은 글쓰기와 발음은 '희로애락'이 맞습니다. '노'가 아니라 '로'라는 얘긴데요. 여기에 쓰인 '로'자는 '진노, 분노, 격노'와 같이 '노'자로 읽고 쓰지만, '희로애락'은 일반인들이 '희노애락' 하지 않고 '희로애락'이라고 많이 써 왔기 때문에 그냥 굳어진 발음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

옷은 두꺼울 수는 있어도 두터울 수는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두텁다'와 '두껍다'의 차이를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두텁다'라는 그 뜻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가 굳고 깊다', '남에게 쓰는 마음이 알뜰하고 크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우정이 두텁다'거나 '신임이 두텁다' 이렇게 표현해야 옳습니다. 간혹 '구름이 두텁다', '두터운 외투'라고 표현하는 걸 듣거나 볼 수 있는데 옳은 말은 아닙니다. 이럴 땐 '두꺼운 구름', '외투가 두껍다'라고 말하거나 써야 합니다. '두툼하다'란 말이 있죠? 이 말은 '꽤 두껍다'라는 뜻입니다. '두껍다'보다 어감이 좀 더 큰 말입니다. '두텁다'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우정이 두텁다', '옷이 두껍다'...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