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나가보면, 길거리나 다른 가게 앞에 앉아서 조촐하게 나물이나 약초 같은 것들을 파는 아주머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아주머니들을 흔히 '다라이 장수'라고 부르죠.
아마도 이 아주머니들이 팔고자 하는 물건을 담아 다니는 것이 커다란 빨간 고무통이라서 일컬어지는 말일 겁니다.
장사 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 김장을 할 때도 빨래를 할 때도 이 커다란 빨간 고무통, 일명 '다라이' 인기는 대단하죠.
하지만 이 '다라이'라는 말,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일본말 중에 하나라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죠?
'다라이'라는 말이 너무나 일반화돼 쓰이다 보니까 다른 말로 바꾸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화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한때,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다라이 장수' 아주머니들의 단속과 관련해서 공문을 만들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다라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리더라는 거죠.
'다라이 장수'... 왠지 저속하게 느껴지는 이 일본말 대신 어떤 점잖은 말을 쓸까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말이 바로 '플라스틱 그릇 상인'이었다는 우스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라이'라는 말은 '타라이'라는 일본말에서 온 겁니다.
이 일본말은 원래 '손 씻는 그릇'이라는 뜻의 '테-아라이'라는 말이 변해서 됐는데요.
'물을 담아서 손이나 얼굴을 씻는 얇고 넓적한 그릇'이니까 우리말의 '대야'와 똑같은 의미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뜻이 확대돼서 '물을 담아 물건을 씻는 그릇'들도 모두 '다라이'라고 쓰게 됐고요.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쓰니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도 그대로 따라 사용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양철로 만든 큰 대야로 시작해서, 광복 이후에는 가볍고 질긴 이 고무 제품이 널리 이용되었고 다시 플라스틱으로도 만들어져서 오늘에 이르렀는데요.
재료는 여러 번 바뀌었지만 '다라이'라는 이름만은 그대로 남아 있죠.
하지만 이 '다라이'를 대체할 우리말이 분명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나무로 네모지게 혹은 둥그스름하게 짜서 만든 그릇을 '함지', 그리고 통나무를 세로로 갈라 속을 파내어 만든 큰 바가지 같은 그릇을 '함지박'이라고 불렀는데요.
이 '함지', '함지박'을 살려보면 어떨까요?
'함지박'은 바가지를 연상시키니까 '함지'라고 하는 쪽이 더 적합하겠습니다.
집에서도, 무의식 중에 쓰는 '고무 다라이' 또는 '고무 다라' 대신에 '고무 함지' 또는 그냥 '함지'라는 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우리말 교육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