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입혔던 태풍 '힌남노'는 1959년 태풍 '사라', 2003년 태풍 '매미'의 뒤를 잇는 비와 바람으로 도심 곳곳이 범람하고 정전이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입혔죠.
바람이 어찌나 강하게 불던지 센바람, 왕바람 정도로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요.
영국의 해양·기상학자인 보퍼트가 만든 '보퍼트 풍력계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바람의 세기'를 분류한 말 그대로 '바람의 계급'인 셈인데요.
이것을 토대로 우리나라 기상청이 순우리말로 고쳐 만든 12가지의 '바람의 계급'을 살펴보겠습니다.
'바람의 계급'을 순서대로 말해서
'실바람', '남실바람', '산들바람', '건들바람', '흔들바람', '된바람', '센바람', '큰바람', '큰센바람', '노대바람', '왕바람', '싹쓸바람'
네, '바람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저도 처음 알았는데요.
이 중에서 이번 태풍 '힌남노'의 바람세기를 어떻게 표현하면 될까요?
지난 9월 6일 제주에서는 순간 최고 풍속이 초당 43.7미터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지난 2000년 8월 31일 태풍 '프라피룬'은 전남 흑산도에서 관측된 초속 53.8미터의 풍속 기록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역대 가장 센 바람을 몰고 온 태풍은 2003년의 ‘매미’입니다.
태풍 '매미'는 제주도 고산 지역에서 초속 약 60미터의 풍속이 관측되었다고 하죠.
'바람의 계급'에서 가장 낮은 '실바람'이 초속 0.3~1.5미터의 미풍이고, 가장 높은 '싹쓸바람'은 초속 32.7미터 이상의 태풍이라고 하니까 이번 태풍 '힌남노'는 '싹쓸바람'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리고 부는 때, 부는 곳, 부는 속도, 부는 방향 등에 따라 나누어진 바람의 가짓수도 방언을 빼고 100여 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또 바람이 부는 방향이나 세기, 장소, 때와 상관없이 '바람의 역할'로 붙여진 듯한 이름도 있는데요.
꽃 피는 것을 시샘한다는 '꽃샘바람', 돛단배의 돛을 낚아채듯 불어 배를 움직이는 '옆바람', 모내기철에 아침에는 동풍이 불고 저녁에는 서북풍이 부는 상태로 이르는 '피죽바람' 등이 있고요.
바닷가에서 부는 소금기 밴 '짠바람'도 있는가 하면,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대단하다고 해서 붙인 '황소바람'도 있습니다.
'바람' 한 가지에도 이렇게 멋지고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우리 민족의 언어가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