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67

아름다운 우리 토박이말

김유정의 '야행'이란 소설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서름히 구는 아이를 그러다간 울릴 것도 같고 해서" 문맥상으로 보면 '서름히'란 말이 못되게 구는 아이를 얘기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봤습니다만 이 '서름히'는 '남과 가깝지 못하여 서먹서먹하게'라는 뜻이라는군요. 그러니까 아주 서먹서먹한 사이를 표현할 때 '서름하다', '서름히 쳐다본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죠. 비가 오고 장마철만 되면 우리 손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 것, 뭡니까? '우산'이죠? 이 '우산'을 옛날에는 '비받이'라고 했다는군요. 옛날 어른들이 비가 오면 손주에게 '어서 비받이 가져오너라' 하고 소리쳤다는 어르신들의 증언도 있습니다. '우산'보다 '비받이'라고 하니까 우리말 같고 정감이 가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성동의 '국..

"그 치는 말이 많아." 그치?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긴 하지만 좀처럼 그 본래 뜻은 잘 모르는 말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 말은 바로 '치'라는 말인데요. '마루치, 아라치' 잘 아시죠? '마루치'는 '으뜸이 되는 사람'이고 '아라치'는 '아름다운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 '치'라는 말은 '사람'이라는 뜻이 되겠죠. '치'는 원래 '지'였습니다. 이 말이 거센 투로 변해서 '치'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많은 벼슬이름이 나오는데, 거기에도 이 '지'가 '사람'의 의미로 사용됐습니다. 고구려 시대 연개소문의 벼슬이 '막리지'였습니다. 이 말은 '마리지'라는 말이 한자식으로 옮겨 간 것으로 '으뜸' 벼슬의 뜻을 갖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가 '치'로 변했을까요? 우리말은 곧잘 거센소리로 돼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쪽도 못쓴다'는 욕이 아닙니다.

'쪽도 못쓴다'는 말 아시죠? 흔히 비어나 속어가 아닐까 생각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쪽도 못쓴다'라는 말은 원래 씨름판에서 나왔습니다. 씨름판에서 상대에게 배지기로 들렸을 때, 자신의 발 등을 상대의 종아리 바깥쪽에 갖다 붙이면, 상대가 더 들지도 못하고 내려놓지도 못하고 힘은 힘대로 쓰면서 애를 먹게 됩니다. 민속씨름 선수들이 대결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금방 아시겠죠. 바로 이런 기술을 '발 쪽을 붙인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발 쪽을 붙이는 기술을 쓰지도 못하고 졌을 때', '쪽도 못쓰고 졌다'라고 하는 겁니다. 이것이 지금은 말뜻이 조금씩 변해서 '상대해 보지도 못한 채 기가 눌려서 꼼짝 못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쪽'이라는 낱말 때문에 '쪽..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과연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삼천리일까요?

우리나라의 높고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즐기게 되는 단풍, 우리나라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자연현상인데요. 흔히들 '삼천리강산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는 말을 하면서, 가을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합니다. 우리 국토를 가리킬 때 많이 쓰는 말, '삼천리강산', 이 말에서 '삼천리'를 많은 분들이 우리 국토의 종적인 거리를 나타내는 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산에서 의주까지의 거리가 3 천리라고 생각하고 계신 거죠. 하지만, 따져보면 부산에서 의주까지는 2 천리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천리는 국토를 횡으로 가로지르는 너비를 나타내는 의주에서 두만강 끝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삼천리강산'이라고 할 때는 '삼천리'가 종적인 거..

사자성어 - '천방지축'의 유래는......

"어제는 우리 애가 가만히 있지 않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통에 한숨도 못 잤다오...!" 한자어 '천방지축'에 대해 생각해보셨습니까? '천방(天方)'은 하늘의 한 구석을 뜻하는 말이고, '지축(地軸)'은 지구가 자전하는 중심선을 가리키는 말로, '천방지축'은 하늘의 한 구석으로 갔다가 땅속으로 갔다가 하면서 갈팡질팡한다는 뜻으로 '당황해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자, 이제 그 뜻을 알고 보니 함부로 '천방지축'이란 말을 일상생활에서 쓰기가 어렵게 느껴지죠? 중국 사람들의 조금 지나치게 느껴지는 과장법의 예인 듯합니다.

사자성어 - '독서삼매'의 유래

우리나라의 가을, 점점 짧게만 느껴진다고들 하십니다. 지나고 나면 짧은 만큼 더욱 아름다웠다고 하죠. 올 가을을 기억할만한 책 한 권, 여러분은 어떤 것이 기억나십니까? 책을 아주 열심히 읽어서 아무 잡념이 없이 몰두하는 상태를 '독서삼매에 빠져있다'는 표현을 합니다. 다시 말해 '다른 것에는 정신이 가지 않는 일심의 경지'를 말하는데, 여기 쓰인 '삼매'는 불교용어로 산스크리트어 '삼마디'의 한자식 표현입니다. 이 말은 '마음을 한곳에 집중시킨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결국 책 읽기에만 몰두한다는 뜻인데, 그 정도가 스님들이 '선정'에 들어 있는 경지와 가깝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미소 → 웃음

어느 신문에서 '미소'란 말을 '아주 작은'이란 뜻으로 해석해서 그 뜻을 알아보지 못해 애를 먹었다는 얘기가 실려있었는데요. 보통 이 '미소'는 '웃음'이란 뜻으로 많이 써서 우리말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잘못된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미소'란 말은 '아주 작다', '미국과 소련', '웃음'의 세 가지 뜻으로 쓰여서 헛갈리기 쉽고, 일본에서 들어온 말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호오에무'라고 읽고, '방긋' 혹은 '방긋 웃는다'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본 사람들이 쓰는 한문 글자를 그대로 적고는 중국식으로 '미소'라고 읽으니, 말소리에서는 아무 뜻도 느낄 수 없고 '웃는다'는 우리말도 쓰지 않게 돼버렸습니다. 정말 주체성을 잃은 부끄러운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상생활에서도 분명하지 않..

미국에 들어간다?

요즘 해외여행이나 유학을 오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 가운데 이런 대화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에 들어갔더니 언제 나왔니?" "지난달에 나왔어." 이런 대화를 듣고 한 번쯤 이상하다고 느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대화는 안팎이 뒤바뀐 말입니다. 안팎이 뒤바뀌었다는 의미를 풀어보기 위해서 일제강점기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와서 살았던 일본인들은 자기네 일본 땅을 '내부에 있는 땅'이라는 뜻으로 '내지'라고 불렀고, 식민지를 '외부'로 규정하면서 일본과 다른 나라를 오가는 것을 '들어갔다 나왔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당연히 일본으로 가는 것을 '들어간다'라고 했고, 다른 나라로 혹은 식민지로 가는 것을 '나온다'라고 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문방구 → 학용품 가게

여러분은 연필이나 펜 또는 공책이 필요할 때 어디로 가십니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문방구'에 가서 산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방구'라는 말의 원래 뜻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방을 '문방(文房)' 또는 '서재(書齋)'라고 부르는데, 옛날에는 서재에서 글을 쓸 때 여러 가지 도구가 필요했습니다. 붓으로 글을 쓰던 시절에는 일명 '문방사우(文房四友)'라고 부르던 '붓, 종이, 먹, 벼루'가 필요했을 것이고요. 요즘 같은 때는 펜이나 연필, 잉크 같은 것이 필요하죠. 이처럼 문방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구를 가리켜서 '문방구(文房具)' 또는 '문방제구(文房諸具)'라고 부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흔히 부르듯이 '문방구(文房具)'라는 말이 연필이나 펜 등을 파는 곳을 가리키는 것..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표기와 대통령 '윤석렬'의 발음

'나고야의 태양', '무등산 폭격기', '국보' 누구를 얘기하려는지 금방 아시겠죠? 현역 시절, 빛나는 업적과 이름을 남긴 우완투수, 대한민국 최고의 야구스타였던 '선동렬' 선수입니다. 어느 분이 '선동열' 선수를 '선동열'이라고 부르는 건 알겠지만, 이름을 표기할 때 '선동렬'이라고 해야 되는지 아니면 '선동열'이라고 해야 되는지 궁금하시다고요. 또 인터넷 검색란 '선동열'과 '선동렬'을 둘 다 쳐서 모두 검색을 할 수 있는 게 더 헷갈린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두음법칙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의 맞춤법 표기법을 보면요. '모음'이나 'ㄴ'으로 끝나는 명사 다음에는 '백분율, 사고율, 모순율, 비율'처럼 '율'이 되는 거고요. 'ㄴ'받침을 제외한 받침 있는 명사 다음에는 '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