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57

될수록 / 되도록

언제 여름휴가를 가느냐고 물었을 때 '될수록 빨리 가려고 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될수록'이란 표현, 잠깐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될 수 있으면'이란 뜻으로 말할 때 '될수록'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죠? '될수록 빨리 들어오겠다' 등. 그런데 '될수록'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닙니다. '될 수 있으면' 또는 '될 수 있는 대로'의 뜻으로 쓸 때는 '되도록'으로 써야 합니다. '될수록'이란 말에서 쓰인 '-(으)ㄹ수록'이란 것은 어떤 일이 더하여 간다는 것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입니다. 예를 들어서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는 말은, 친구는 하나보다는 둘 있는 게 더 좋고, 둘 있는 것보다는 셋 있는 것이 더 좋다는 식으로 말할 때 '많을수록'이란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될수록..

'와꾸' → 창틀

일본말은 건축현장에서 뿐 아니라 미용실, 음식점, 교통용어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숨어 들어와 있는데, 그중에서 '문틀, 창틀'을 뜻하는 '마도 와꾸'와 음식점에서 많이 쓰고 있는 '다대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마도 와꾸'라는 말은 '창'을 뜻하는 '마도'와 '틀'을 뜻하는 '와꾸'가 합쳐진 합성어인데, 본래는 '창틀'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건축 공사장에 들어와 쓰이기 시작하면서 '창틀'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문틀'을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특히 '와꾸'는 "이 상자는 와꾸가 맞지 않네."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 '틀'이란 우리말을 써야겠죠. 현재 공사장에서 쓰고 있는 일본말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건축기술을 배운 기술자들이 그 당시 쓰던 말들을 그대로 갖다 ..

좋은 우리말 찾기

한 해도 이제 11월과 12월 두 달 정도 남았지요. 우리말에서 고 하면 그저 세월을 무심히 흘러가게 한다는 뜻만 드러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지나간 한 해를 점검하고 반성하거나 새해의 포부를 다져보는 적극적인 의미가 별반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 를 이라고 표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이란 말의 느낌이 어떻습니까? 대개 집에 온 손님이 떠날 때, 그냥 혼자 가게 내보내지는 않죠. 손님을 배웅해서 대문 밖이나 골목 밖까지 동행하며 다하지 못한 얘기도 나누면서 헤어집니다. 그래서, 이 한 해를 보내는 지금 이 시기를 이라고 말해 보는 것도 괜찮겠죠? 다시 말씀드리면, 은 는 뜻이 됩니다. 오늘 우리말 바른 글에서는 가는 세월을 좀 더 능동적으로 이끌어 가는 뜻을 가진 말, 을 많이 씁시다.

'선택사양'은 사양합니다.

요즘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광고나 집으로 들어오는 광고지들을 보면 '선택사양'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자동차의 경우를 보면 '에어컨'이나 '에어백' 등과 같은 것, 아파트의 경우에는 '벽지'나 '부엌 시설'같은 것을 ''선택사양'이라고 적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주문품의 경우에 선택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품목을 가리킬 때 자주 쓰이는 표현인 이 '사양'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요? 이것은 우리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일본에서 만들어 쓰는 한자어인 '시요'를 우리식 발음으로 '사양'이라고 읽은 것에 불과한 말입니다. 그리고 '옵션(option)'이라는 말도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영어 표현이지요? 단순히 주문품의 내용이나 모형을 제시한 것이라면 그냥 우리말..

'중식제공'을 → '점심식사 제공'으로...

흔히 관공서나 음식점을 지나다 보면 간혹 '중식제공'이란 말을 간판에 써놓은 것을 보게 됩니다. 이제는 '중식'이라 하면 '간식'이나 '식사와 식사 중간에 먹는 음식'이 아닌 '점심 제공'이란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식제공'이란 말은 본래 '점심 식사를 가리키는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일본식 한자어가 쓰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기업체 심지어 관공서에서도 일정표나 알림표에 적어놓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식사를 대신할 '때'나 '식사'와 같은 좋은 우리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식 한자어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겠습니다. 앞으로는 '점심식사드립니다'나 '점심식사 제공' 정도로 바꿔 쓰면 좋겠습니다.

'고수부지'는 일본 사람들이나 하는 말입니다.

여름엔 연일 계속되고 있는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 적 있으시죠?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한강 고수부지에 나가 돗자리를 깔아놓고 강바람을 맞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신문에 실리기도 하는데요.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엔 '한강 고수부지에서 시민들 늦게까지 열대야 피해'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고수부지'란 말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죠? 198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한강변 '고수부지'는 서울시민의 휴식처로, 큰 역할을 해왔는데 강변에 버려진 땅들이 새 단장되었을 때 신문과 방송에서는 이곳을 '고수부지'라고 불렀고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정확한 뜻도 모른 채 따라 쓴 것이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쓰는 통용어가 돼버렸습니다. '고수부지'란 말은 '물이 차올랐을 때만 물에 잠기는 땅..

'뽀록나다'를 쓰는 것은 자신의 경박함을 '들통 내는' 것

우리말 중에는 외래어인데도 그것이 너무나 익숙하고 친숙해져서 오히려 그것이 외래어가 아닌 우리말, 그것도 순수 고유어처럼 느껴지는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예로 '뽀록나다'란 말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뽀록나다'란 말은 라는 뜻을 가진 속어인데, 다른 일본식 외래어와는 다르게 비교적 나이 든 어른들보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뽀록나다'란 말은 언뜻 보기에는 '뽀록'이라는 명사와 '나다'라는 동사가 결합을 한 순수 우리말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실은 '넝마, 누더기'라는 의미와 함께 파생적인 의미로 '허술한 것, 결점'이란 뜻을 갖고 있는 일본어 '보로[ぼろ(襤褸)]'가 우리말과 결합해서 쓰이고 있는 말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와서는 '뽀록'이라는 발음으로 바..

"본인(?)은 아주 겸손하고 민주적인 사람입니다." → 이런 사람 말은 절대 믿지 마세요!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배움의 정도나 됨됨이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들 보다는 중고등학생들이, 또 중고등학생들보다 대학생들이 더 어렵고 잘못된 말을 쓰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쉬운 말을 쓰지 않고 어려운 말을 써야 유식하다는 인식을 갖게 해서인지 글을 쓸 때도 마치 일본 글을 따라서 쓰거나 영어문장을 번역해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문장도 있습니다. 신문의 사설이나 글을 읽다 보면 '본인이 덧붙이고 싶은 말은...'과 같이 '본인'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본인'이라는 말은 '군대나 관료 사회에서 상관이 아랫사람들 앞에 나가 훈시할 때나 쓰는 말'입니다. 물론 군대나 관청에서도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어 있다면 '본인'이라는 말은 거의 안 쓰는데 때론 대학생들의 글에서도 ..

이제 그만 씁시다! ...'의'

우리가 자주 하는 말 '의'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명사나 관형사에 붙는 조사로서 소속, 소유됨을 나타내거나 체언의 특성, 상태, 양, 정도, 때 등을 나타내는 아주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한글이 만들어졌던 조선시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던 말이었습니다. '훈민정음'이나 '용비어천가' 어느 글을 봐도 조사 '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말이 언제부터 쓰이게 됐는지 알아보면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제로 합방한 이후입니다. 그때 우리나라 문예사조에는 신소설이 큰 유행이었습니다. '혈의 누', '귀의 성' 이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혈루', '귀성' 가운데 '의'자를 빼도 충분히 말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가운데 꼭 '의'라는 조사를 넣었습니다. 일본말 중에 '노(の)'라는 말이 있..

'잔업'을 하기보다 '덤일'을 하자.

"요즘에 마음도 괜히 바쁜 데다가 회사일은 어찌나 많은지 근무시간 넘기고 일하기 일쑤고, 잔업하는 날도 얼마나 많은지 몰라." '잔업'이란 말 많이 쓰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잔업'이란 말은 한자 '남을 잔(殘)'자에 '일 업(業)'자를 쓴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 계속해서 하는 일'을 말하는데, 이걸 꼭 '잔업'이라고 써야 할까요? 일본식 한자어인 데다 영 말의 느낌도 좋지 않습니다. 이 '잔업' 대신에 '덤일'이란 말을 쓰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물건을 살 때 마음 좋은 장수가 '이건 덤입니다'라며 더 주면서 쓰는 말 '덤'. '잔업'이란 말이 원래 일보다 '더 해야 할 일'이라면 이런 '덤'을 써서 '덤일'이라고 하자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일본식 한자어인 '잔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