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 가을이 되면 저녁에는 귀뚜라미가 울고 밭에는 빨간 '고추'가 탐스럽게 매달리죠.
'고추'를 따서 햇볕에 말리는 풍경도 친숙하게 만나게 되는데요.
그런데 조선 중기에 들어온 '고추'의 본래 이름은 '고초'였다고 합니다.
글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쓴 풀'이라는 뜻인데요.
옛날 사람들은 '고추'의 매운맛을 '쓰다'라고 표현했다고 해요.
반면에 '맵다'는 말은 고되고 독한 것을 나타낼 때 썼습니다.
이 '고초'가 후대에 내려오면서 소리의 변화를 일으켜서 '고추'가 됐는데, '고추'의 특성인 매운맛이 다른 사물이나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돼서, 고되고 독한 일이나 사람을 가리킬 때 이 '고추'라는 말로 비유해서 쓰기도 했습니다.
'고추 같은 매운 시집살이', '고추바람'을 그 예로 들 수 있고요.
또, 옛날 시집살이 노래에 보면 '고초 당초 맵다 한들 시집살이 더할쏘냐'하는 노래가 있는데, 여기 나오는 '고초나 당초'가 모두 '고추'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