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을 며칠 더 늘려주십시오'라고 말할 때 '늘여'가 맞는지, '늘려'가 맞는지 궁금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질문하신 '늘여'와 '늘려'는 '늘이다'와 '늘리다'가 각각의 기본형입니다.
이 가운데 '늘이다'는 타동사고요, 반면에 '늘리다'는 '늘다'의 사동사로 쓰인 타동사인데, 아무튼 '늘이다'와 '늘리다'를 구분하기란 여간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서로 간의 의미가 흡사해도 분명히 구분되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늘이다'의 뜻은 '본디보다 더 길게 하다'란 뜻입니다.
예를 들면 '고무줄을 늘이다', '엿가락을 늘이다'처럼 대상이 '탄력성이 있는 물체의 길이'를 말할 때 '늘리다'로 쓰지 않고 '늘이다'라고 써야 합니다.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늘이다'는 '탄력성이 있는 물체의 길이'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늘리다'는 '늘이다'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쓰임에 있어서는 앞서 말씀드린 '탄력성이 있는 물체의 길이'를 제외한 '물체의 길이'나 '물체의 넓이, 부피, 무게'를 말할 때 쓰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치마 길이를 늘리다', '집 면적을 늘려 이사하다', '몸무게를 늘리다'라고 말할 때 쓸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늘리다'의 쓰임이 '늘이다'보다는 훨씬 폭넓게 쓰인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늘리다'는 이처럼 '물체의 길이, 넓이, 부피, 무게'외에도 비교적 추상적인 대상과 관련해서도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학생수를 늘리다', '수입을 늘리다'처럼 '물체의 수나 분량'을 나타낼 때도 쓸 수가 있겠고요, '세력을 늘리다'처럼 '힘, 기운, 세력'을 나타낼 때, '실력을 늘리다'처럼 '재주나 능력'을 나타낼 때도 그렇고요, '근무시간을 늘리다'처럼 '시간, 기간'을 나타낼 때도 '늘리다'를 씁니다.
결국 '탄력성이 있는 물체의 길이'를 나타내는 '늘이다'의 한정된 용법을 제외하고 '늘리다'는 '물체의 길이'와 '물체의 넓이, 부피, 무게' 또는 '비교적 추상적인 것들'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요.
기간을 며칠 더 '늘려주십시오'와 '늘여주십시오' 가운데 '늘려주십시오'가 바른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