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67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규정(2000년 7월 7일 개정)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로마자 표기법이 16년 만에 바뀌었습니다. 기본의 표기법은 반달표나 어깨점 등이 있어서 컴퓨터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해 정보화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고요. 꼭 필요한 구별이 지켜지지 않았는데요. 단적인 예로 '그, 드, 브, 즈'와 '크, 트, 프, 츠'의 구별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읽기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부산'의 경우 'Pusan'이라고 써놓고 우리는 '부산'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외국인은 '푸산'이라고 발음하게 됩니다. '도동'의 경우도 기존의 표기법에서는 'todong'이라고 적어서 '토동'이 아닌가 혼란스러웠었는데요. 개정된 표기법에서는 이와 같은 점이 개선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바뀐 내용을 소개해 드리면 이렇습니다. 먼저 '어'와 '으'는 'o'와 ..

'맞벌이' 부부를 '막벌이' 부부라고 하면 화냅니다.

물론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도 관련이 되긴 하지만, IMF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아서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맞벌이'란 말을 잘못 써서 '막벌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에 생각나는 낱말입니다. "막벌이라도 해서 먹고살아야지." "맞벌이라도 해야 그나마 생활이 되지, 남편 혼자 벌어서는 어려워요." 네, 여기서 '막벌이'라는 말은 '막일을 하여 돈을 버는 것'을 말합니다. 이 말은 토박이말만으로 결합되어 있어 한자말이 섞여있는 '막노동'보다는 훨씬 쉽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말이지요. '막노동꾼'은 '막벌이꾼'으로 고쳐 쓸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막벌이'를 '맞벌이'라는 말과는 구분해서 써야 합니다. '맞벌이'는 '부부가 모두 직업을..

'굉장히'의 남발

우리가 쓰는 언어는 한 사람의 인격과 품격을 좌우한다고 하지요? 말을 할 때는 확고한 기준이 서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을 뼈대로 해서 적당히 살을 붙여내야 상대방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이 없을 때, 말이 뒤죽박죽 되고 듣는 사람도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이렇게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끄러운 화법도 아주 중요합니다. 간혹 TV나 라디오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면 말을 할 때마다 이상한 탄식어를 붙이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마..." 이런 것들은 "마...바로 외화절약에도...마...". '마...'라는 탄식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상당수의 학자들은 '마...'라는 탄식어를 일본어의 영향으로 보는 게 지배적입니다. 비록 단순한 말 습관..

'홀몸'은 과부나 홀아비...그렇다면 '홑몸'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자주 쓰고 있는 말들 중엔 올바른 단어가 아닌데도 그저 이제까지 들어온 대로 그리고, 그냥 써오던 대로 무심코 쓰는 말이 많습니다. 우선 아이를 가진 여성을 가리킬 때 흔히 쓰는 말, 이때 '홀몸'이란 말을 쓰는데, 이것은 옳지 않은 말입니다. '홀몸'이 아니라 '홑몸'이라고 해야 합니다. '홀몸', '홑몸'. 워낙 비슷한 발음에다 비슷한 모양이다 보니 '홑몸'을 '홀몸'이라고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아이를 갖지 않았다는 뜻으로 쓰일 때는 '홑몸'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예. '그 해에 나온 쌀'을 일컬을 때 흔히 '햇쌀'이라고 많이 하시죠? '햇'이라는 접두사가 이란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들 알고 있고 '햇쌀'이라고 많이 씁니다. 하지만 이 '햇쌀'은 맞춤..

'갯벌'이 '개펄'보다는 훨씬 더 넓답니다.

생태 자원의 보고라고 할 정도로 가치가 높다는 개펄. 육지도 아닌 바다도 아닌 개펄만의 특이한 경험을 찾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개펄', '갯벌', 혹은 줄여서 '뻘'이라는 단어를 두고서 고민을 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흔히들 '개펄' 보다는 '갯벌'이란 말을 더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갯벌'이라 일컫는, '바닷가에 넓게 진흙으로 되어 있는 곳'을 가리키는 정확한 명칭은 '개펄'입니다. 원래 '개펄'에 쓰인 '개'는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가리키는 말인데, 바다에서 부는 바람을 말하는 '갯바람', 바닷가에 사는 지렁이를 '갯지렁이'라고 할 때의 앞에 쓰인 도 같은 뜻의 말입니다. 그렇다면 '갯벌'은 무슨 뜻일까요? '개펄'과 '갯벌'은 서로 말하..

고무줄을 늘립니까, 아니면 늘입니까?

바지를 하나 샀는데, 이 바지의 길이가 너무 짧아서 어울리지 않는다. 이럴 때 여러분은 어떤 말을 할까요? 이렇게 많이 씁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쓴 '늘리다'는 '늘다'의 사동형으로, '양이나 수를 더 많게 하는 것'을 뜻합니다. 바지 길이처럼 란 뜻으로 말을 할 때는 '늘리다'가 아니라 '늘이다'라고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해외에서 우리 자동차의 인기가 좋아서 수출량을 더 많게 해야 할 때는 '수출량을 늘린다'라고 해야 하고, 고무줄의 길이를 길게 한다는 말을 할 때는 라고 해야 옳습니다. 양을 많게 할 때는 늘리다. 길이나 크기를 말할 때는 늘이다. '늘리다'와 '늘이다' 잘 구별해서 쓰시기 바랍니다.

'갑절'과 '곱절'의 차이

우리말에는 서로 의미가 유사한 두 낱말이 형태까지 비슷해서 자주 혼동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갑절'과 '곱절'인데요. 그 의미를 정확히 알면 이러한 혼란을 줄일 수 있죠. 먼저 '갑절'이라는 말은 '어떤 수량을 두 번 합치는 일'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서 '크기가 갑절이다'라고 말하면 '크기가 두배'라는 뜻이 됩니다. 반면에 '곱절'이라는 말은 '같은 물건의 수량을 몇 번이나 되짚어서 합치는 일'을 뜻하는데, 줄여서 그냥 '곱'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래서 '두 곱절, 세 곱절, 네 곱절'이라는 말은 '두 배, 세 배, 네 배'라는 뜻이 되는 거죠. 우리가 어렸을 때 '2 × 2=4, 2 × 3=6' 하면서 외우던 구구단, 이것도 같은 숫자의 수량을 몇 번이나 다시 합쳐 가는 것인데 흔히 곱하..

<갑자기, 별안간, 문득>의 구별

'어떤 일이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난다는 뜻'으로 말하는 표현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갑자기', '별안간', '문득' 같은 단어들이 있는데요. 이 표현들을 어느 상황에서든지 서로 대치해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득 소리가 들렸다' 이런 말 여러 번 듣거나 본 적이 있으시죠? 그런데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문득'이란 말은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갑자기 떠오르는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이렇게 머릿속의 일이나 느낌에 대해서 말할 때 쓰는 표현이죠. 반면에 '갑자기'라는 말은 머릿속의 일이나 세상의 일에 구분 없이 두루 쓰입니다. 그러므로 '문득 소리가 들렸다'라는 표현이 아닌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 됩니다..

그 사람 생각은 저하고는 틀려요? / 달라요?

일상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말하다 보면 틀린 것이 입에 굳어져서 잘못된 말을 버릇처럼 계속해서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르다'는 말과 '틀리다'라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르다'라는 말은 '두 가지 이상의 대상물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나 모양에 차이가 있다는 말'이고, 반면에 '틀리다'는 '두 가지 이상의 대상물 가운데 하나는 옳고 나머지 하나는 그르다'라고 하는 경우에 쓰는 말입니다. 즉, '다르다'는 사물의 속성을 객관적으로 매김 하는 뜻을 지녔고, '틀리다'는 특정한 사물의 가치를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얼핏 보면 비슷한 말 같으면서도 그 본질은 전혀 다른데, 언제부터인지 주변에서 이 두 ..

외래어 표기

외래어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외래어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우리말과 글이 심각하게 오염되었습니다. 외래어는 우리말로는 정확한 의미 전달을 할 수 없을 때만 쓰는 것이 좋죠. 꼭 필요한 경우만 외래어를 씁시다! 외래어 표기법은 외국어 또는 외래어를 우리 글자로 어떻게 적을 것인지를 규정해 놓은 것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우리말의 발음 구조에 맞게 표기 방식을 정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현실 발음과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외래어 표기에 대해 많이 고심합니다. '리더쉽'이 맞는지 '리더십'이 맞는지, 또 '레포트'가 맞는지 '리포트'가 맞는지는 항상 알쏭달쏭하지요. 외래어 표기는 기본 원칙만 알고 있으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외래어 표기법 중 몇 가지를 살펴봅시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