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실을 삼다', '사람 구실을 못한다'의 두 문장에서 쓰이는 두 가지의 '구실'은 같은 단어일까요, 서로 다른 단어일까요?
'구실을 삼다'의 '구실'은 '핑계의 밑천으로 삼다'는 뜻이고요, '사람 구실을 못한다'의 '구실'은 '응당 해야 할 일'을 뜻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단어입니다.
먼저 '구실을 삼다'의 '구실'은 한자어입니다.
즉, '입 구(口), 열매 실(實)'이고요, 그러나 '사람 구실을 못한다'의 '구실'은 한자어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사람 구실을 못한다'의 '구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원래 '구실'은 이전에는 '구위실', 또는 '구의실'로 쓰였습니다.
이 '구위실'은 그 뜻이 '공공 또는 관가의 일을 맡아보는 직무'라는 뜻이었습니다.
한자를 보면 '관직'이란 뜻이었는데요, 이것이 다시 '조세의 총칭'을 뜻하는 말로 쓰였습니다.
아마도 옛날에는 '관직'으로서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 '세금'을 받아내는 일이었던 모양이죠?
그러던 것이 다시 '직책'이란 뜻으로 바꿔서 쓰였습니다.
그러니까 '구위실'에서 '구의실'로, 그리고 이것이 다시 '구실'로 음운의 변화를 거치면서 그 뜻도 '관직'에서 '조세' 혹은 '세금'으로 그리고 다시 '직책'이란 뜻으로 변한 것입니다.
이렇게 발음은 같은 '구실'이지만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구실을 삼다'에서의 '구실'은 '핑계의 밑천으로 삼다', '변명할 재료로 삼다'는 뜻으로 '감기를 구실로 결근하다'등으로 쓰이고요.
'사람 구실을 못한다'에서의 '구실'은 '마땅히 해야 할 일' 또는 '공공이나 관가의 직무 직책'이란 뜻으로 '사내구실을 한다'등으로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