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479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사람이 살다 보면 분분한 의견에 휘말릴 때가 있다.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제가 진짜 억울하다니까요... " "아니에요. 억울한 것은 접니다. 그 사람, 자기 편하게 말하는 거라고요... " 똑같은 상황인데도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서 전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자기가 더 옳다고 하고 자기가 더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들 때면,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리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아무래도 가까운 사람의 말에 마음이 기울어진다.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잘 알고 있는 사람 더 좋아하는 사람의 편에 서게 되는 것이다.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고 공정하게 판단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형제간이나 부부간에 의견이 나뉘고 다투는 일은 피할 수 없다. 직장에서도 그렇고 사람이 모인 곳에는 늘 크고 작은 의견차이나 ..

모든 사람을 외아들 보듯

사람이 나이가 들고, 부모의 마음을 알아가고, 그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저 사람은 진짜 우리 엄마 닮았다. 얼굴이 어쩜 저렇게 똑같지?" "우리 아버지도 저렇게 약수 물을 떠 오고 그러셨는데... 걷는 모습도 비슷하네." 이렇게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 내가 정말 그리워하는 사람을 떠올릴 때가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저분도 누군가의 다정한 어머니겠지." "저분도 누군가의 든든한 아버지겠지." "저 아이도 내 아이처럼 기쁨도 주고 애달픔도 주는 귀한 아이일 거야." 세상 사람들을 이런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남이지만 조금은 가깝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무릇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외아들 보듯, 조금만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주변 사..

사랑과 자비

사랑에는 실로 수많은 종류가 있어서 무엇부터 정의를 내려야만 좋을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기독교의 사랑, 불교의 자비 모두 같은 말이 아니겠는가.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제 어르신의 노후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는 고민과 대책이 필요한 때다. '집도 절도 없다.'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집 없는 이들에게 사찰이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의탁할 절마저 없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에서 이런 표현을 썼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네 할머니들은 쌀과 초, 향을 머리에 이고 높은 산까지 오르곤 했다. 오직 정성 하나만 간직한 채, 부처님께 하나님께 공양과 믿음의 정성을 기울였다. 교회와 절은 내 주변 이웃에 소외되고 손길이 필요한 병자와 불우이웃들에게 과욕과 사심이 없이, 가까..

삶의 종착역에 내렸을 때

종교나 철학에서나 우리 인간의 생사관(生死観)이 딱히 이렇다고 못 박아 얘기하는 게 없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음을 장식할 것인가? 세상에 올 때는 울면서 왔지만,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고, 웃으며 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삶의 마지막을 장엄하거나 화려하게 장식하지 못하다 해도, 불명예스럽고 비열하고 추악한 이름만은 남기지 말아야겠다. 천여 년 전, 중국 송나라의 한림학자 주신중(朱新仲)은 살아가는데 다섯 가지 계획을 세워 실천하라 했다. 첫째, 생계(生計)로서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살 것인가? 둘째, 신계(身計)로 병으로부터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셋째, 가계(家計)로 가정을 편안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넷째, 노계(老計)로 노후에 민폐나 궁핍하지 않으려면? 다섯째, 사계(死計)로 편안하..

베풀어 준 은혜는 보답할 줄 알아야

라피타이 족(族)의 왕 익시온(Ixion)은 테살리아의 부족 플레기아이 족(族)의 선조 플레기아스 아들로, 그는 에이오네우스의 딸 디아에게 구혼하여 많은 선물을 교환 조건으로 장인의 허락을 받았다. 결혼식을 끝내고 나서 선물을 내놓는 체하면서 장인 에이오네우스를 미리 준비해 둔 함정 속에 빠뜨려 활활 타는 숯불에 타 죽게 했다. 이 배신과 살인의 죄를 신들조차도 씻어 줄 생각을 하지 않았으나, 제우스 신은 이것도 사랑의 탓이라고 너그러이 용서하고 그 죄를 씻어 주었다. 그런데 익시온은 또 더 큰 배은망덕(背恩忘德)을 저질렀다. 그는 제우스 신의 정처(正妻) 헤라 여신에게 엉뚱한 흑심을 품었기 때문이다. 제우스 신은 하늘의 구름 네펠레를 헤라 여신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다. 술에 취해 있던 익시온은 그것을 ..

가족과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

가정살림이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젊어서는 집장만 하느라 고달프고, 아이들 키울 때는 오랜 시간을 교육에 열정을 쏟느라 고생이다. 매월 말일이면 공과금에 보험료에 돈을 내야 할 일에 머리가 아플 때도 있다. "무슨 카드를 이렇게 많이 썼어?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많으니 내가 못살아." "너희는 뭘 그렇게 사달라는 게 많으니?" "물가는 왜 이렇게 오르는 거야. 이번 달에도 적자니 원... "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가계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숨부터 나오고 짜증이 치밀어 오를 때가 많다. 아이들 학비와 적금, 노후자금까지 걱정하다 보면, 마음은 조급해지고 화가 나기 마련인 것이다. 그 조급함 속에 사람들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 바로 이렇게 악착같이 열심히 사는 것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겸손의 미덕

산목(山木)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양자가 송나라에 가서 여관에 들었을 때의 일이다. 그 여관 주인은 첩을 둘 두었는데, 한 여자는 미인이었고 또 한 여자는 추녀였다. 그런데 주인은 미녀가 아니라 추녀를 총애하고 있었다. 양자가 그 까닭을 하인에게 물으니 하인이 말했다. "미녀는 자기 미모만 믿고 자만하여 거들먹거리지요. 그런데 추녀는 겸손하여 얼굴 못생긴 것을 잊게 만든답니다." 양자가 고개를 끄덕인 후 제자를 불러 말했다. "너희들은 기억하라. 어진 일을 행하면서 스스로 어진 것을 자긍(自矜)하는 태도를 버리면 어디를 가든지 사랑받지 않을 까닭이 없느니라." 요즈음은 '나 잘났음'을 어떻게 광고하고 각인시키냐에 따라서 사람값이 달라지는 세상이다. 사람이 상품이 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얼짱ㆍ..

눈은 남의 그릇됨을 보지 말고 입은 조심하라

사람의 눈이란 참 이상하다. 자신의 잘못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 다른 사람의 잘못은 쉽게 발견한다. 설사 다른 사람의 좋은 면을 보게 되더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사심 없이 칭찬해 주기란 어려운 일이다. "정말 대단했어요. 이번 작품 진짜 훌륭합니다." "오늘따라 멋지군요. 언제 봐도 패션 감각이 정말 뛰어나시네요."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저도 좀 배워야겠어요." 우리가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면 말을 하는 사람이나 말을 듣는 사람이나 정말 기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삐딱한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면 뭐 하나도 옳게 보이지 않는다. 좋은 말을 해도 입에 발린 말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뭔가 계산이 있을 거라고 의심부터 하게 되는 법이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부정..

받아들이기 싫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이 사바세계를 고해의 바다라고 하는 것처럼, 어려움을 이겨냈다 싶으면 또 다른 어려움이 닥치고, 해결됐다고 생각되면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게 우리들의 살림살이다. "이게 다 업인가 봐. 전생에 죄지은 게 많은가... " 큰 고통을 겪을 때 흔히 이렇게 말을 한다. 그러면서 체념하기도 하고 순응하기도 하는 게 사람이다. 불교에서는 자신이 지은만큼 그 결과를 받는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개인의 업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사회의 부조리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고 억울하게 고초를 겪는 일도 없지 않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신에게, 조상에게 원인을 돌린다든가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받아들이기 싫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남을 탓하지..

작은 거짓말도 습관이 되면 고치기 어렵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자타를 기만하기도 하고 또 연민의 정과 비열한 마음에서 부득이 허언을 토하기도 하며 산다. 기독교의 십계명과 불교의 오계는 누구나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이다. 십계명중 제9계명, 불교의 오계 중 넷째 계율, 거짓말하지 말라는 말이야말로 제대로 지키기 가장 어려운 계율이다. 살다 보면 작은 거짓말 한 두 마디를 하게 될 때가 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솔직하게 나서서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건 오해예요. 저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그 사람 잘못이 아닙니다." "그때 그렇게 하기로 했었나요? 죄송합니다.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모를 일이나, 문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때는 살짝 숨기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리고 가끔은 별 것 아닌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