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479

설이 다가오면

민족 고유의 설이 다가오고 있다. 설에는 외지에 나갔던 부계 가족들과 함께 모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며, 세배를 하며 지난 이야기와 민속놀이로 가족들의 정을 나누는 때다. 가족만큼 소중한 것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가족이 행복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또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도 오늘날의 현실이다. 싱글(single) 시대, 솔로(solo) 시대, 나 홀로 시대로 변하는 핵가족이 늘어나다 보니 요즘은 자기 식구들만 챙기고, 친척지간에도 예전 같지는 않다. 큰집 작은집 식구들이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고, 만나도 의례히 어른들 생신 때나 명절 때 밥 한 끼 먹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니 점점 만나서도 대화가 줄어들고 아이들은 더욱 서먹해진다. 내 식구와 너의 식구를 나누다 보면 넓은 ..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마음은 필름과 같다. 마음에 사진 박아 둔 것을 인화하면 그대로 자기의 삶이 된다. 마음에 증한 것은 우주(宇宙)란 자막 위에서 한 편의 영화로 실현된다. 본인은 진실한 배우가 된다. 마음속의 영상을 모두 바치면 고달픈 나그네의 길도 끝난다. 마음 닦는다는 것은 옳지 않은 습성이 배어 죄를 짓는 자신의 내면적인 문제점을 고치는 것을 말한다. 분별망상(分別妄想)을 놓아라. 끊어라. 버려라. 쉬어라. 살아오면서 연습한 못된 습성을 벗으려고 벗어나려고 애를 쓰면 마침내 자기 마음의 그늘은 소멸되고 성리(性理)는 밝아지리라.

사람 됨됨이와 능력까지 갖출 수 있다면

한 언론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착한 사람과 능력 있는 사람 가운데 어떤 사람을 인재로 쓰겠습니까?' 질문 자체가 대답하기 힘든 것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각 후보마다 어떻게 대답하는지 눈여겨봤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두 이런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저 사람은 정말, 회사일도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기는 하는데... 능력이 좀 부족하단 말이야... " "저 사람은 일 하나는 끝내주게 하는데, 왠지 정이 안 간단 말이야... 너무 자기만 알아." 이렇게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가 있다. 물론 똑똑하고 일을 잘하면서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두루두루 다 갖춘 사람을 만난다면 좋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잘하는 일이 있으면 꼭 한 두 가지 못하는 일이 있는 법이다..

모두의 공익을 생각하는 자세

선거란 항상 편을 가르기 마련이다. 선거철이 되면 보통 사람들까지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갈등을 더 키우게 된다. 선거에 나오는 사람이 나름대로 자신의 주장을 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덩달아 일반 사람들이 그 주장에 편승해서 편을 나누는 모습은 안타깝다. 물론 단체의 살림을 하는 사람을 뽑을 때는, 그 능력과 살아온 모습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찬찬히 살펴보기도 전에 좋고 싫음을 먼저 결정하고, 무작정 자신의 생각만 밀어붙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때문에 선거가 자꾸 혼탁해지고, 후보들의 공약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불신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선거뿐만이 아니라 보통의 삶에서도 우리는, 보통 때도 우리는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서 사람을 판단한다. "나한테 도움이 될 만..

자녀 때문에 기뻐하고, 자녀 때문에 근심한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있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하루하루가 잠잠할 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파도 걱정이고 어디 멀리 나가도 걱정이다. 결혼을 못하면 못해서 걱정이고 결혼을 하면 또 다른 걱정이 생긴다. 이렇게 부모는 자식 걱정에 정신이 없다. 하지만 자식들은 이런 부모 마음을 모른 채, 투정을 부리고 반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쓸데없이 자꾸 왜 그러세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가만히 좀 놔두세요." "왜 그렇게만 생각하세요? 뭐가 그렇게 섭섭하세요?" 이렇게 짜증을 내거나 매정하게 굴 때가 많다. 하지만 혹시 자식들의 말처럼 쓸데없는 걱정과 간섭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있다. 부모는 때로 자식을 어린아이 취급을 할 때도 있고, 내 생각과 다르다고 잔소리를 할 때도..

마음을 쫒아가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자

계절이 바뀔 때면 사람의 마음도 이상하게 들썩들썩한다. 바람이 불어서 그런 것인지, 햇살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이 마음에도 바람이 불 때가 있다. 그리고 자신조차도 자기의 마음을 잘 모를 때가 있다. "이상하네... 요즘은 마음이 붕 떠있는 것 같아서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아." 이럴 때도 있고, "오늘은 아침부터 괜히 우울한 게 심란하네." "오늘은 왠지 찜찜해. 나가지 않는 게 좋겠어." 라면서 불안해할 때도 있다. 어떤 날은 별 일 아닌 일로도 심하게 짜증이 나고, 또 어떤 날은 세상이 다 예뻐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마음이라는 것은 왔다 갔다 한다. 매일 만나는 가족도 마냥 좋은 날이 있고, 괜히 밉상으로 보이는 날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

안락하고 풍족한 환경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녀를 키우다 보면, 누구나 많은 것을 주고 싶어 한다. 즐거운 경험도 많이 하게 해주고 싶고, 행복한 추억도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족한 것 없이 뒷바라지하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가지고 싶은 게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 바람을 들어주지 못할 때, 부모 마음은 찢어지는 법이다. 요즘은 자녀가 한두 명이라 그런지 옛날보다 그 정도가 심한 것 같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더 해 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다. "저 집은 우리보다 나은 거 하나 없는 것 같은데, 아이가 어쩜 저렇게 의젓하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또 "엄마 혼자 어렵게 키운 아이라던데, 그런 티가 하나도 없네. 생각하는 게 웬만한 어른보다 낫다." 이런 경우도 있다. 부족한 것 없이 키운다고 애지중..

내 마음을 기쁘게 만드는 일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갖고 싶고, 둘을 가지면 넷다섯을 갖고 싶은 법이다. "이만하면 충분해... 정말 더 이상 바랄 게 없어... " 이렇게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만족이란, 물질로 채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욕심을 버리고 또 버리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주일에 한두 번 무료급식소에 가서 봉사하는 사람이 있다. 봉사를 하고 오는 날이면 마음이 뿌듯하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그 사람이 봉사하러 나가는 날은 점점 늘어났다. 또 어떤 사람은 복지단체에 기부를 많이 한다. 그 사람은 한 번 시작하고 나니까 그런 기부행에 자꾸 관심이 가더라고 대답했다. 사람의 마음은 신기하게도 주면 줄수록 오히려 가득 채워진다. 가지려고 욕심을 부릴 때는 사람의 마음이 조급해지는데, 나누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

어렸을 때는 어떤 사람을 가장 존경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모님이라면, 그 사람은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자식이 부모님께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진심으로 존경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건 사랑으로 길러주었다는 것 외에도, 부모님의 인생관이나 살아온 인생역정 모두가 진정으로 본받고 싶어야 한다. 인생을 살면서 부모님과 함께 진정으로 존경하는 스승을 만났다면, 그것은 진짜 큰 복이다. 앞에서는 이끌어 주시고, 뒤에서는 지지해주시는 부모님. 또, 마음이 흔들리고 뭔지 모를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을 때 현명한 해법과 지표가 되어주는 스승이 있다면 지혜로운 의사와 같고, 생사의 바다에서 언덕으로 건네주는 뱃사공 같은..

마음의 깊이를 채우는 노력

사람의 덕이나 지혜는 겪어보면서 느끼게 된다. 훌륭한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어도 막상 몇 번 만나보면, 생각보다 깊이가 적어서 실망을 할 때가 있다. 유명한 사람들 가운데에도 자만에 빠져서 자기 자랑에만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꽤 있기 마련이다. 반면에 별달리 내세울 것 없이 보이지만, 잠깐을 만나 봐도 뭔가 묵직한 것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평생을 지켜온 자기만의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사회적으로 크게 각광을 받지는 않아도 자신만의 향기, 자신만의 깊이가 있다. 빈 깡통이 요란하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부족할수록 허세가 심하고, 내면이 가득한 사람일수록 은은한 멋과 향이 있다. 자꾸 만나고 싶고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사람은, 드러내는 데에 열중하는 가벼운 사람보다는 말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