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479

누구 탓 인가?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가 흥망성쇠를 이어가도 그 안에는 모두 개개인의 작은 삶이 바람직 못하고, 공평하지 못했을 때에 한 나라가 최후의 멸망에 도래했던 것을 알 수가 있다. 705년의 고구려, 992년의 신라, 678년의 백제, 474년의 고려, 518년의 조선, 한반도에서 자리 잡았던 왕조들의 역사들이다. 세계사에서 천년 역사는 신라와 로마뿐... 동로마 제국의 멸망이 그러하고,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는 과정만 보아도 너무 시시하게 끝나는 것을 보게 된다. 신라의 멸망을 생각해 보자. 사소한 사람들의 조그만 위배나 불법, 종교인들의 평범하게 생각하고 행했던 것들이 결국은 신라를 무너뜨리게 했던 것을 보게 된다. 태종 무열왕과 김유신 장군 때만 해도 어느 누가 신라가 무너져 버릴까 생각했겠는가! 그리고 고..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會苦)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會苦)라는 것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는 고통, 그리고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괴로움까지... 생로병사나 의식주의 기본적인 어려움 말고 가장 힘들고 괴로운 일을 꼽으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과 부딪치면서 생기는 어려움이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다. "내가 진짜 저 사람만 안 보면, 다리 쭉 펴고 살겠다." "저 사람은 대체 나랑 무슨 원수가 져서 나만 보면 저렇게 못살게 구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서 속을 끓일 때가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사건건 부딪치고 걸핏하면 말다툼이 일어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사람..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뭔가를 베풀 때는 크게 바라는 마음이 없다가도 상대가 좀 나 몰라라 하는 것 같으면 마음이 달라진다. 자식을 키워보면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키울 때야 바라는 거 하나 없이 그저 귀하고 예쁜 마음에 키웠지만, 막상 자기들이 일에 바쁘고, 얘기라도 하려고 하면 귀찮다는 듯이 외면할 때, 왠지 모를 허전함과 괘씸함을 느낀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나한테 이렇게 밖에 못해?" "내가 뭘 바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하네... " 이렇게 배신감을 느낄 때도 있다. 이런 생각이 자꾸 쌓이다 보면 그동안 베풀었던 사랑이 억울해서, 마음자리가 까맣게 탈 때도 있고, 그런 마음은 자식에게만 드는 것이 아니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섭섭한 마음은 더 크게 ..

범종소리

사찰에서 아침저녁으로 울리는 범종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준다. 원래 범종은 하늘세계, 곧 온 우주까지 울려서 멀리 지옥의 중생까지도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렇듯 산사의 새벽 종소리는 마음이 아무리 복잡한 사람이라도 고요하고 편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교신자가 아니어도 절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사찰의 종소리는 유럽의 대성당 어느 종소리 보다도 마음 깊은 울림이 있다. 웅장하고 여운이 길며 맥놀이라는 특이한 소리... 뜻이 깊으니 소리의 공명도 깊은 것이리라. 종소리 하나에도 우리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는다면 내 마음은 물론이고, 세상의 더 많은 사람들도 평화롭고 행복해질 것이다. 세속에 사는 우리들은 혼탁한 마음을 맑게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눈에 띄지 않아도

계절의 변화는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겨울을 지낸 거리의 나무들은 봄이 되면 앙상한 가지 속으로 싱싱하고 푸릇푸릇한 새순들을 밀어낸다. 그 새순이 봄을 알려준다. 기나긴 겨울 동안, 햇빛도 물도 없이 버텨내던 나무들이 다시 또 새순을 키우고, 여린 잎들을 만들어 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말없이 자라는 건 나무만이 아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공부를 하고, 남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마음도 너그러워지고 행동도 믿음직스러워진다. 하루하루 배움이 쌓이는 게 보이지는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이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닦고 또 닦다 보면, 맑아지고 고와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지금은 크게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

무엇을 힘으로 삼아야 할까?

어린아이는 할 말이 있으면 우선 우는 것부터 한다. 웬만하면 울어서 다 해결을 본다. 그런데 여자는 성냄을 힘으로 삼는다고 하셨다. 이 말에 공감을 할 때도 있다. 많은 여자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 미혼 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고.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남성 호르몬이 많아진다고 하는 만큼, 표현하자면 다소곳한 맛이 줄어드는 것이다. 반면 어느 집이나 남자들은 갈수록 의기소침해지는 것 같다. 여자들은 자기주장 펴기에 바쁘고, 활동적으로 돼가는 반면에 말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큰 소리를 치면 요즈음 대부분의 남자들은 져주는 경우가 많다. 가정의 행복을 떠올려 본다. 이 세상에서 가정의 행복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가정의 행복을 위한 힘은 칭찬과 배려와 존경과 사랑이다.

중도의 가르침

세상 살면서 늘 중도를 지킨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자신보다 나은 사람 앞에서는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아는 게 많거나, 재산이 많거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앞에서 당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괜히 부족해 보이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반대로 나보다 부족한 사람 앞에서는 자연 고개를 세우게 되는 게 또 사람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법이다. 그래서 사람은 강한 사람 앞에서 약해지고 약한 사람 앞에서는 강해진다고 말한다. 잘날수록 교만하지 말고 모자랄수록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한다. 우리도 모두 훌륭한 인격체로 설 수 있다는 걸 중도의 가르침은 말한다.

마음의 자세를 낮추는

처음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할 때나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 배우는 자세로 임하게 된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모르는 게 많으니 당연히 마음의 자세를 낮추는 법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아는 것이 생기고 경험이 쌓이면, 처음 시작 할 때의 마음을 잊게 된다. 슬슬 꾀가 나기도 하고 자존심을 내세우게 되기도 한다. 물론 나이나 경륜에 걸맞지 않은 대우를 할 때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을 내세우려는 경향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고 뒤돌아보면, 스스로가 그때 조금 아는 걸 가지고 얼마나 자만했던가 싶어서 부끄럽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는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는 것에 자만하기보다는 모르고 부족한 점에 대해서 되돌아볼 ..

한 해가 새로 시작되는 날

한 해가 새로 시작되는 시기에는 괜히 마음도 더 새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새해는 사람들 마음속에나 있는 것이지. 실제로 한해 더 늙었으니까 헌 해면 헌 해지 새해는 아니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어제 떴던 해가 오늘 아침 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새해 새 아침이라고 생각하면 마음가짐까지 달라지는 걸 보니, 종잡을 수 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한 생각 차이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게 마음인데, 사람은 '내 마음'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서 노예처럼 끌려 다니기 십상이다. 우리 마음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라고 한다. 잘 다루면 유용한 도구가 되지만, 잘못 다루면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도 되는 게 바로 '마음'인 것이다. 진정한 새해 첫날은, 내가 마음의 주인이 돼서 나를 다룰 ..

고독을 다 닦으면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하늘로 가는 눈과 귀를 다 열어놓고 이 고독을 다 닦으면 너를 만날 수 있을까? 네게로 갈 수 있을까? 쓸쓸하고 외롭고 우울하다 못해 삭막한 일상에서 너의 추억이 한줄기 빛으로 다가올 때 그걸 부여잡고 절망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 고독을 언제 다 닦을까? 네가 떠난 지 수십 번의 가을이 찾아왔지만 언제나 그 길은 네가 흘린 빨간 꽃 위에 핀 억새풀 한 줌뿐 오늘도 저녁놀이 진다. 지리산 하늘은 핏빛으로 물든다. ​ 흐르는 곡은, ​ Farewell My Love - Anne Of The Thousand Days(영화 "천일의 앤") Harmonica - Solveig`s Song(솔베이지의 노래) A Love Idea - Last Exit To Brookl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