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479

소소하게 기분 좋을 때를 누리는 행복

살아가면서 재미를 느낄 때가 있다. 아이들이 어려서 온갖 재롱을 부릴 때, 조금씩 저축을 하고 살림을 늘릴 때가 바로 그런 때이다. 더디지만 통장에 돈이 불어날 때 사람들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한다. 돈이 조금 모인다 싶을 때는 오히려 더 안 쓰고 모으려고 하고, 다른 욕심도 부리지 않게 된다. 하지만 요즘은 주식이나 투자의 개념이 생기면서 한 푼 두 푼 모으는 재미를 잃어가고 있다. 소소하기는 해도 조금씩 돈을 모으는 재미가 있는 것처럼, 세상에 나서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분도 남다르다. 가깝게는 어려움에 처한 친척에게 큰마음을 내서 부조할 때라든가, 주변에서 좋은 일 한다고 해서 동참했을 때, 그럴 때면 돈을 쓰면서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모아서 기분 좋을 때와 나눠서 ..

작은 일은 훌훌 털어버리는 아량을

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 때문에 섭섭하고 속상한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우리 사장님이 나를 그렇게 생각했단 말이야... 나는 회사에 전부를 바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장님은 그렇게밖에 생각을 안 해준다 이거지?" "아까 시어머님이 말씀하시는데 진짜 섭섭하더라... "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다 보면 딱 한 두 마디가 마음에 와 박혀서 사람을 괴롭힐 때가 있다. 그러면 두고두고 그 말이 가시가 돼서 사람 마음을 들쑤시듯 헤집어놓고는 한다. 잊어버리려고 해도 섭섭한 마음은 더욱 커져 가는 법이다. 이런 때 좀 더 큰일을 생각하고 좀 더 큰마음을 내면 오히려 그런 일들은 자연스레 사라지기 마련이다. "오늘 이렇게 뜻깊은 일을 하고 보니 그동안 별 것도 아닌 걸 마음에 담고 끙끙 앓..

여색(女色)

판원사(判院事) 김효성(金孝誠)은 여색을 좋아하여 한 달이면 스무날은 외방에서 자고 왔다. 남편이 이 지경이니 부인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으므로 하루는 부인이 꾀를 내어 베[布] 한 필에 회색 물감을 들여서 일부러 남편의 눈에 띄기 쉬운 곳에 걸어 두었다. 하루는 남편이 방에 들어와 이것을 보고 부인에게 물었다. "이것은 어디 쓸 것이오? 중이나 입을 색깔이지 여염집엔 이런 색깔을 입는 사람이 없을 터인데." 이 말은 꼭 부인이 노리고 있었던 말이었다. 부인은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영감께서 너무나 방종한 생활을 하시고 첩을 원수같이 보시니 첩은 이제 머리 깎고 중이나 될까 하고 이 베를 물들여놓은 것입니다." 부인은 이렇게 대답하고 남편의 눈치를 살피니, 그는 웃으며 말하기를 ..

좋은 아내

영국 하노버 왕조 제6대 여왕인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 앨버트와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했다. 앨버트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 거실로 자리를 떴다. 평소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남편을 측은히 여긴 여왕은 사과를 할 생각으로 남편 거실문을 노크했다. "누구요?" "영국의 여왕입니다." 그는 문을 열지 않았다. 여왕은 반명령조로 말했다. "문을 열어요!" "누구요?" 역시 똑같은 앨버트의 말이다. "영국의 여왕입니다." 빅토리아 여왕도 남편에게 지지 않고 맞섰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열어 주셔요...... 저여요." 안타깝다는 듯이 이렇게 말해 보았으나 남편의 대답은 역시 "누구요?"를 되풀이했다. "당신의 아내여요." 그때 문은 소리도 없이 스르르 열리는 것이었다. * 어진 아내는 마음을 기쁘게 하고,..

남편

퀴리 부처가 라듐의 존재를 공표하고 순수한 라듐을 만들어 낼 때까지 4년의 세월이 소비되었다. 그동안 마리 퀴리는 남편과 함께 비가 새는 창고 같은 실험실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그러나 마리의 일은 연구소에서의 일에 그치지 않고 식사 준비, 빨래, 애 기르는 것 등 주부로서의 일이 산적했다. 과학자인 동시에 주부임을 자각하고 있던 마리는 이 바쁜 일상생활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무엇보다도 남편 피에르 퀴리의 애정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그 사실은 마리가 자기 언니에게 쓴 편지 속에 쓰여있다. "나는 남이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좋은 남편을 갖고 있어 행복합니다. 정말 이렇게 좋은 남편을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하늘에서 복을 내려 주신 것입니다. 같이 살면 살수록 우리들의 애정은 두..

무익한 천 마디의 말보다는

말을 진짜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험설계사나 자동차를 판매하는 사람을 만나보면 처음에는 생각이 없다가도 마음이 바뀔 때가 있다. "저것도 필요하겠는데." "그래? 그렇다면 바꿔야 되는 거 아니야? 나만 모르고 있었네." 하지만 나중에 보면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한쪽 측면만 크게 부각해서 말하니까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또 다른 면들이 발견된다. 물건을 파는 사람만 그런 것도 아니다. 요즘은 말이 횡행하는 시대라서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다. TV만 봐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때로는 웃고 즐기면서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지만 왠지 허무해지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들의 마음을 울리는 진실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수행으로 덕이 있고 영..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워지는 것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너그러워져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경험도 쌓이고 나름대로 살아가는 원칙이 생겨서 눈에 거슬리는 일들이 오히려 많아진다. "하여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예의가 없다니까." 이렇게 젊은 사람들의 행동이 자꾸 못마땅해지기도 하고, "아니 요즘엔 옳고 그른 것도 없나 다들 자기 마음대로 하네." 이렇게 자신의 기준에 비추어서 사람을 평가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노안도 오고 귀도 약해지지만 반대로 마음의 눈과 귀는 더 예민해지는 법이다. 잔소리가 느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성철스님의 제자였던 분 가운데 도예를 하시는 분이 있다. 이 조각가는 눈도 하나, 귀도 하나, 입은 반만 있는 도예품 수백여 점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 이유는 나쁜 것은 보지도 말고, ..

노력했음에도 실패로 돌아갈 때

누구나 무슨 일을 하고 있던, 열심히 해보려고 하고 누구나 잘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원하는 대로 나와 주지가 않는다. 한다고 했는데도 실수가 따르고 밤새 준비한다고 노력했는데도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갈 때가 있다. "또 실수네. 나는 진짜 머리가 나쁜가... 왜 자꾸 이런 실수를 하지?" "그렇게 애썼는데 결과가 이것밖에 나오지 않다니 억울하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뜻대로 나오지 않는 성과에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자신에 대한 원망이 생기고 심한 경우 자괴감에 빠져서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런 때일수록 자기 자신을 너그럽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동안 애썼던 과정들이 있으니까... " 이렇게 말해보자. 열심히 한 자기 자신을 칭찬해..

수행하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

주말에 찾은 산사에서 모처럼 절밥을 먹게 되면 참 맛있게 먹고 돌아온다. 반찬이래야 기껏 산나물에 시래깃국에 묵은 김치 몇 조각이어도 이상하게 맛깔스럽고 소화가 잘 된다. 나들이 삼아 절에 들렀다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거야말로 웰빙이네. 사람 몸에 좋은 것만 있으니 이게 웰빙이지." "스님들은 좋으시겠어. 몸에 좋은 것만 드시지,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사시지... " 세속을 떠나 걸림 없이 살아가는 스님들의 모습이며 조용한 산사의 모습을 보면서, 매일을 정신없이 사는 현대인들은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이다.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서 갑갑하고 불편하다고 불평을 늘어놓게 된다. 먹는 것 역시 부실하다고 힘들어한다. 출가수행자의 삶이란 세상을 거슬러서 사는 것이어서 ..

마음의 안정을 조절하고 감정 수양을 할 수 있는 것

하루의 생활을 가만히 뒤돌아보면 그냥 흘러 보내는 시간들이 꽤 많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갈 때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특별히 바쁜 일이 없을 때나 잠깐 틈이 날 때, 가만히 성인들의 명언이나 격언 등을 외워보는 것도 좋다. 때로 성경 구절이나 경전을 외우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신비한 영험을 경험하시는 분들도 있다. 굳이 어떤 기적이나 가피를 바라는 것이 아니어도, 종교적 공경의 대상이 되는 현대의 성경이나 경전은 신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해당 서적의 종교적 권위 자체는 인정하므로, 교양 삼아 읽을거리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생활 중에 틈틈이 이렇게 하는 것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 된다. 마음이 산란하거나 화가 날 때는 더욱 그렇다. "심란하다. 이 복잡한 상황을 도대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