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눈 속의 나그네 한밤 자정에 시계소리 산골을 울리고 달은 헐벗고 하늘을 헤매고 있다. 길가에 그리고 눈과 달빛 속에 나는 홀로 내 그림자와 걸어간다. 얼마나 많은 푸른 봄길을 나는 걸었으며 또 타오르는 여름날의 해를 나는 보았던가! 내 발길은 지쳤고 내 머리는 회색이 되었나니 아..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6
헤세 방랑 — 크눌프에 대한 기념 슬퍼하지 말아라, 머지 않아 밤이 온다. 그때 우리는 창백한 들판을 넘어 싸늘한 달의 미소를 보게 될 것이고 손과 손을 마주 잡고 쉬게 되리라. 슬퍼하지 말아라, 머지 않아 때가 온다. 그때 우리는 안식하며 우리 십자가는 해맑은 길섶에 나란히 서게 되고..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5
헤세 흰 구름 오오 보라, 흰 구름은 다시금 잊혀진 아름다운 노래의 희미한 멜로디처럼 푸른 하늘 저쪽으로 흘러간다! 기나긴 나그네길을 통해서 방랑과 슬픔과 기쁨을 한껏 맛본 자가 아니고는 저 구름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나는 태양과 바다와 바람같이 하얀 것, 정처없는 것을 좋아하나니..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5
헤세 안개 속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않으니 모두들 다 혼자다. 나의 삶이 밝던 그때에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에 안개 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다. 회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이 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놓는 그 어..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4
릴케 오오 주여, 어느 사람에게나 오오 주여, 어느 사람에게나 그 사람 자신의 죽음을 주십시오. 죽음, 그것은 그가 사랑을 알고, 의미와 위기가 부여되어 있던 저 생 가운데서 나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과일의 껍질과 나뭇잎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나 내부에 품고 있는..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4
릴케 표범 — 파리의 식물원에서 그의 시선은 지나가는 쇠창살들로 너무나 지쳐 아무것도 담지 않고 있다. 그 시선에는 수천의 창살들만이 있고 그 창살들 뒤에는 세계가 없는 듯. 유연하고 힘찬 발걸음의 포근한 행로는 아주 작은 원을 이루어 맴을 도는데, 거대한 의지가 그 속에 마비되..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4
릴케 가을날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벌판에 바람을 놓아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을 결실토록 명하시고, 그것들에게 또한 보다 따뜻한 이틀을 주시옵소서. 그것들을 완성으로 몰아가시어 강한 포도주에 마지막 감미를 넣으시..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3
호프만시탈 여행의 노래 물은 굽이쳐 흘러 우리를 삼킬 듯하고 바위는 굴러 우리는 쓰러질 듯한데 날새 또한 빠르고 세차게 날개치며 날아와 우리를 채어 갈 듯하다. 하지만 저 아래쪽에 밭이 끝없이―끝없이 펼쳐져 있고 연륜을 알 수 없는 호수에는 과일이 무수하게 그림자 드리우고 있다. 대리석 ..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3
호프만시탈 이른 봄 봄바람이 달려간다. 잎사귀 없는 가로수 사이를 이상한 힘을 지닌 봄바람이 달려간다. 흐느껴 우는 소리 나는 곳에서 봄바람은 몸을 흔들었고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아가씨의 흩어진 머리칼에서 봄바람은 몸을 흔들었다. 아카시아나무를 흔들어 아카시아꽃을 떨어뜨리고, 숨결 ..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3
게오르게 너는 날렵하고 청순하여 너는 날렵하고 청순하여 불꽃 같고 너는 상냥하고 밝아서 아침 같고 너는 고고한 나무의 꽃가지 같고 너는 조용히 솟는 깨끗한 샘물 같다. 양지바른 들판으로 나를 따르고 저녁놀 진 안개에 나를 잠기게 하며 그늘 속에 내 앞을 비추어 주는 너는 차가운 바람, 너..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