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않으니
모두들 다 혼자다.
나의 삶이 밝던 그때에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에 안개 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다.
회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이
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놓는
그 어두움을 모르는 이는
정녕 현명하다고는 할 수 없다.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나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이다.
* 이 시는 헤세의 수많은 시 가운데서 가장 많이 애송되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오래 전에 독일의 어느 출판사에서 애송하는 독일의 현대시에 대한 조사를 했더니, 카롯사의 <옛샘>, 헤세의 <안개 속>, 릴케의 <가을날>의 순위로 결과가 나타났다.
만년에 실명한 헤세의 부친도 그 무엇보다 이 시를 특별히 애송했다고 한다.
이 시는 원래 헤세의 소설 <가을날의 도보여행> 마지막 장 "안개"를 끝맺는 형식으로 발표되었다.
1906년, 헤세의 나이 29세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