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독일

헤세

높은바위 2015. 2. 24. 11:25

 

 

       안개 속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않으니

모두들 다 혼자다.

 

나의 삶이 밝던 그때에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에 안개 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다.

 

회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이

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놓는

그 어두움을 모르는 이는

정녕 현명하다고는 할 수 없다.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나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이다.

 

 

 

* 이 시는 헤세의 수많은 시 가운데서 가장 많이 애송되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오래 전에 독일의 어느 출판사에서 애송하는 독일의 현대시에 대한 조사를 했더니, 카롯사의 <옛샘>, 헤세의 <안개 속>, 릴케의 <가을날>의 순위로 결과가 나타났다.

만년에 실명한 헤세의 부친도 그 무엇보다 이 시를 특별히 애송했다고 한다.

이 시는 원래 헤세의 소설 <가을날의 도보여행> 마지막 장 "안개"를 끝맺는 형식으로 발표되었다.

1906년, 헤세의 나이 29세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