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독일 66

루트비히 울란트(Johann Ludwig Uhland)

좋은 친구 나에게 친구가 있었네, 그보다 좋은 친구 세상에 없으리. 전투의 북소리가 울렸네, 친구가 내 곁에서 걸어갔다네 나란히 보조를 맞추면서. 총알이 날아왔구나, 내가 맞은 건지 네가 맞은 건지? 그것이 친구를 앗아갔네, 친구가 내 발치에 누워 있다네, 내 살점이 떨어져 나간 듯이. 나에게 손을 뻗으려 하지만, 그 사이 나는 총알을 장전했다네. 너에게 손을 내밀 수 없지만, 너 영생을 누리거라 내 좋은 친구야! * * * * * * * * * * * * * * * Kamerad Ich hatt einen Kameraden, Einen bessern findst du nit. Die Trommel schlug zum Streite, Er ging an meiner Seite In gleichem Sch..

루트비히 울란트(Johann Ludwig Uhland)

목동 아름다운 목동이 궁성 곁을 아주 가까이 지나갔다네 순결한 그녀가 성벽에서 바라보았네 그녀의 그리움이 커져만 갔지 그에게 감미로운 말을 외쳤네 오, 이 몸이 그대에게 내려갈 수 있다면! 거기 어린양들이 얼마나 순백으로 빛날까 여기 어린 꽃들이 얼마나 붉어질까 풋내기 목동이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네 오, 그대가 나에게 내려온다면! 그 작은 뺨이 얼마나 붉게 빛날까 그대에 팔은 얼마나 순백인가! 이른 아침마다 고요한 슬픔에 내몰려 그 곁을 지나갈 때 그는 바라보았네, 저 높은 곳에서 사랑스러운 연인이 나타날 때까지 다정하게 그녀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네 반가워요, 귀여운 공주님! 그녀의 감미로운 말이 울려왔네 고마워라, 그대 목동 내 사람! 겨울이 달아나고, 봄이 나타났다네 작은 꽃들이 사방에 푸짐하게 피어났..

에리히 케스트너(Erich Kästner)

덫에 걸린 쥐에게 원을 긋고 달리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느냐? 헛일이다! 깨달아라! 정신 차려라! 탈출구는 하나밖에 없다: 네 안으로 파고 들어가라! * * * * * * * * * * * * * * * An die Maus in der Falle Du rennst im Kreis und suchst ein Loch? Du rennst umsonst! Begreif es doch! Besinn dich! Ein einz’ger Ausweg bleibt dir noch: Geh in dich! * * * * * * * * * * * * * * * * 에리히 케스트너(Erich Kästner)의 시 중에서 역설[paradox]을 담은 아포리즘(aphorism)은 매우 평이한 비유와 상징으로 반어적 위트를 이..

에리히 케스트너(Erich Kästner)

바우리히 중사 12년 전 그는 우리의 중사였다. 그에게서 우리는 "받들어 총!"을 배웠다. 한 병사가 넘어지면 그는 비웃으며 모래 위에 쓰러진 병사에게 침을 뱉었다. "무릎 꿇어!"가 그가 가장 좋아한 말이었다. 이백 번도 더 외쳤다. 그럴 때면 우리는 황량한 연병장에서 서 있다가 골리앗처럼 무릎을 꿇고 증오를 배웠다. 기어가는 병사를 보면 상의를 낚아채고는 "이 얼어 죽을 놈!"이라고 으르렁거렸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우리는 청춘을 값싸게 팔아넘겼다...... 그는 재미 삼아 나를 모래밭 속을 뒹굴게 했고 뒤에서 지켜보며 물었다: "내 권총을 손에 쥔다면- 당장 나를 쏘아 죽이고 싶겠지?" 나는 "예!"라고 말했다. 그를 아는 사람은 결코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그를 마음에 새기고 있다! 그..

에리히 케스트너(Erich Kästner)

영원한 사랑의 전형(典型) 노란 버스를 타고 그 마을을 지났지 깜박할 새 들어섰었지, 깜박할 새 빠져나왔었지 최초의 집, 최후의 집, 그저 그것뿐 난 이름을 잊었던가? 난 도대체 읽기나 읽었던가? 포도밭과 목장(牧場) 사이 헤센 지방의 시골 거리 뉘 초록빛 사립문 앞에 기대 섰었지 그때 뉜 문득 나를 봤었지 지나고 나서 난 돌아다보았지 뉘 아는 체를 했지 뉘라고 불러 실례될까? 미리 용서받을 겨를도 없었지. 난 뉘라고 부르겠다. 난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때 뉘 곁에 가서 섰더라면 하고 뉘도 같은 심정은 아니었는지? 나하고 같은 심정은? 우연에는 분별이 없다. 이를테면 장님이지 느닷없이 우리한테 손을 내밀었다 도로 거둬들였지 꼭 겁 많은 어린애처럼 난 굳게 믿기로 다짐했다. 너야말로 바로 그 사람이었다고..

리카르다 후흐(Ricarda Huch)

시인​​ ​ 시인은 자기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거룩한 뜻을 전달하기 위하여 하느님이 널리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그에게 내려 주신 것이다. 하느님이 시인에게 "나의 백성을 이끌라! 만일 그들이 나의 율법을 어기거든 그들을 벌하고 그들을 미망(迷妄)에서 눈뜨게 하고, 그들을 영원한 별로 돌아오게 하라"고 말씀하셨으니 이러한 사명을 받은 시인은 백성들의 길잡이로서 은혜를 받은 그의 입에서는 황금같이 무겁고 아름다운 말들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양 떼들은 언제나 목자들의 인도에 순종하지 않는데 이는 눈먼 백성들이 쉽사리 돈 앞에 무릎을 꿇기 때문이다. 옛이야기에도 있듯이 모든 이가 시계소리에 홀려 있을 때 밤새의 청아한 가락은 암흑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고독은 시인의 운명이다. 그러나 시인은 하느님의 소명..

리카르다 후흐(Ricarda Huch)

동경 그대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고생도 위험도 견디오리다. 벗도 집도 이 땅의 풍성함도 버리 오리다. 나 그대를 그리워합니다. 밀물이 언덕을 그리 듯 가을이면 제비들이 남쪽 나라를 그리 듯 집 떠난 알프스의 아들이 밤마다 혼자서 눈 쌓인 그 산을 달빛 아래서 그리 듯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리카르다 후흐(Ricarda Huch,1864년 7월 18일 ~ 1947년 11월 17일)는 독일의 소설가·문화사가·여류 서정시인이다. 쇼펜하우어, 바그너, 니체, 부르크하르트 등을 애독하고 시에서는 마이어, 소설에서는 켈러, 괴테에게 모범을 구하였다. 시·극·단편소설의 대부분은 30세경에 저술되었고, 중기 이후는 시적 사실주..

E. 뫼리케(Eduard Friedrich Mörike)

추억 - K. N 에게 - 그것이 둘이 걷던 마지막이었구나. 오오 클레첸이여! 그래, 그것이 마지막이었지. 우리가 어린애처럼 기뻐한 것은. 비 그친 그날 우리는 눈부신 햇빛 아래 소나기 오는 넓은 거리들을 함께 부지런히 뛰어 갔지 비를 피하려 한 우산을 쓰고. 몸을 바싹 붙이고 아늑하게. 마치 요정의 방안에 있는 것처럼. 음, 드디어 팔짱을 꼈었지!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 둘 심장이 그리 거세게 뛰고있는데! 둘 다 그것을 느꼈지만 말하진 않았지. 그리고 각자 자기 얼굴에 피어나는 홍조를 우산에 비쳐든 햇살 탓이라 돌리면서. 아! 그때 너는 천사였다! 고개 수그리고 땅만 내려다 보던 너. 하얀 목덜미에 굽슬거리던 황금빛 머리칼. 내가 말했던가! "아마 우리 등 뒤의 하늘엔 틀림없이 무지개..

카로사(Hans Carossa)

옛 샘 등불을 끄고 자거라! 줄곧 일어난 채 언제까지나 울리는 것은 오직 옛 샘의 물줄기소리 하지만 내 지붕 아래 손님이 된 사람은 누구든지 곧 이 소리에 익숙해진다. 네가 꿈에 흠뻑 배어 있을 무렵 어쩌면 집 근방에서 이상스런 소리가 들릴는지 모른다. 거친 발소리에 샘 근방 자갈소리가 나며 기분 좋은 물소리는 딱 그치나니 그러면 너는 눈을 뜬다. 하지만 놀라지 마라! 별이란 별은 모두 땅 위에 퍼지고 나그네 한 사람이 대리석 샘가로 다가가서 손바닥을 그릇삼아 솟는 물을 뜨고 있다. 그 사람은 곧 떠난다. 다시 물줄기소리 들리나니 아아 기뻐하여라, 여기에 너는 혼자 있지 않으니. 먼 별빛 속에 수많은 나그네가 길을 가고 그리고 또 다시 네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 카로사(Hans Carossa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