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춘
갈대밭에 오래 누워 있던 처녀의 입은
그렇게도 갉아먹힌 듯이 보였다.
흉부를 해부하자 식도에는 구멍이 숭숭 뚫어져 있었다.
마침내 횡경막 아래 응달진 곳에서
어린 들쥐들의 둥지가 발견되었다.
조그마한 새끼암쥐 한 마리는 죽어 있었다.
다른 쥐들은 췌장과 신장을 먹고 살았으며,
차가운 피를 마시고,
여기에서 아름다운 청춘을 지냈던 것.
그러나 아름답고 재빠르게 쥐들의 죽음도 다가왔으니,
쥐들은 무더기로 물 속에 던져졌다.
아, 얼마나 그 작은 주둥아리들이 끽끽거리던가!
* 이 시에서 사람의 시체는 인간의 흔적이 사라진 물건으로 그려지고 반면, 그 시체를 뜯어먹는 쥐들은 오히려 생기 있게 그려져 있다.
벤은 시의 제목과 내용을 의도적으로 비틂으로써 마치 ‘인간이 물건이 되어 버리고, 삶이 의미가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자연과 청춘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겠는가?’ 라고 묻고 있는 것 같다.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 1886-1956)은 만스펠트에서 태어나 의학을 배우고 1,2차 대전에 군의관으로 참전했으며, 만년까지 피부과 · 성병과의 개업의였다.
문학가로서는 니이체의 영향을 받고 출발, 1912년 첫 시집 <시체공시소>를 발표.
해부학적 표현주의에 바탕을 둔 그의 시는 한때 나치스의 민족주의에 협력한 적도 있으나, 전후 다시 문단에 복귀하여 젊은층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