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독일

카로사(Hans Carossa)

높은바위 2015. 2. 27. 08:17

 

 

 

 

           옛 샘

 

등불을 끄고 자거라! 줄곧 일어난 채

언제까지나 울리는 것은 오직 옛 샘의 물줄기소리

하지만 내 지붕 아래 손님이 된 사람은

누구든지 곧 이 소리에 익숙해진다.

 

네가 꿈에 흠뻑 배어 있을 무렵 어쩌면

집 근방에서 이상스런 소리가 들릴는지 모른다.

거친 발소리에 샘 근방 자갈소리가 나며

기분 좋은 물소리는 딱 그치나니

 

그러면 너는 눈을 뜬다. 하지만 놀라지 마라!

별이란 별은 모두 땅 위에 퍼지고

나그네 한 사람이 대리석 샘가로 다가가서

손바닥을 그릇삼아 솟는 물을 뜨고 있다.

 

그 사람은 곧 떠난다. 다시 물줄기소리 들리나니

아아 기뻐하여라, 여기에 너는 혼자 있지 않으니.

먼 별빛 속에 수많은 나그네가 길을 가고

그리고 또 다시 네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 카로사(Hans Carossa : 1878-1956)는 독일 바이에른의 테르츠에서 출생하여, 뮌헨 의과 대학을 나와 부친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어서 생애에 거의 그 지방을 떠났던 적이 없었다.

한때 나치스 한림원(翰林院)에 초대되었다가 사퇴한 일도 있었는데, 이처럼 그는 세상의 명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의사로서의 다망한 생활의 여가를 창작에 바쳤을 뿐이다.

주옥과 같은 소수의 작품은 긴 세월의 결정으로서, 드물게 보는 순수하고 진실한 혼의 기록이며 참 독일의 소리가 울려지고 있다.

이 시는 그의 초기 서정시의 대표작으로서 '옛 샘'은 고요하고 영원한 세계를 상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