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독일 66

볼프 비어만(Karl Wolf Biermann)

정작 나 스스로는 도울 수 없구나 사랑으로 고민하는 친구가 찾아오면 나는 말한다, 그냥 내버려 두라고 너, 어리석게 몸을 퍽퍽 긁지 마! 수많은 기적으로 지구가 거대한 거야 세상에는 기발하게 영리한 녀석들과 놀라운 여자들이 즐비하지 않니 이봐! 질투심은 우스꽝스러운 거야 질투로 괴로워하는 자는 가소로워! 이를 잡아 대말 타게 할 수도 있어 - 정작 나 스스로는 도울 수 없구나 * * * * * * * * * * * * * * Mir selber helfen kann ich nicht Ich leckte manchem Lump die Wunden Und half schon manchem Mistvieh auf Tja, wer ins Bett geht mit den Hunden - der steht mit ..

볼프 비어만(Karl Wolf Biermann)

격려 이 모진 시대에 그대, 굳어지지 말라 다들 너무나도 굳은 사람들, 그들을 깨뜨려 다들 너무도 뾰족한 사람들, 그들을 찔러 즉각 부러뜨려 버려라 이 혹독한 시대에 그대 혹독해지지 말라 지배자들을 뒤흔들어라 ―창살 뒤에 앉았구나― 그렇지만 그대 고통 앞에 앉지는 말라 이 충격의 시대에 그대, 놀라지 말라 그것이 저들의 목적이지 큰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가 무기를 뻗쳐드는 것 그대 써서 마모되지 말라 그대 시대를 그대가 쓰라 그대가 잠수를 할 수는 없다 그대 우리를 필요로 하고, 우리 또한 필요로 한다 바로 그대 명랑함을 우리는 침묵으로 은폐하지 않으련다 이 침묵의 시대에 나뭇가지에서는 초록빛이 터져 나온다 우리는 그것을 모두에게 가리켜 보이련다 그러면 사람들도 알게 되겠지 * * * * * * *..

볼프 비어만(Karl Wolf Biermann)

변하는 자만이 지조를 지킨다 난 피를 통과해 거대한 빛 속으로 헤엄쳤네 호기심에 가득 차 배에서 나왔지 난 동물이었어. 그리고 인간이었지 처음부터 그리고 난 배웠어 게스타포에게서 심문당하는 상황에서도 부끄럼 없이 어머니 젖을 빨았고 모유와 함께 그 진리를 배웠지 변하는 자만이 지조를 지킨다 함부르크에서 도망쳐 나와 열여섯 살 때 약속의 나라로 갔지 그때 수백만 명이 나와 같은 길을 갔지만 단지 반대 방향으로 줄달음쳤지 난 집에서 도망치고 싶었지 새로운 집으로! 여행은 새로운 게 아니야 젊은이는 조국을 찾는 법이지 변하는 자만이 지조를 지킨다 그렇게 난 저쪽에 도착했지. 어린아이처럼 맹목적으로 열광했어 곧 나는 붉은 신들 역시 인간이요 돼지요 개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내 아버지는 거짓말이나 되씹으라고 날 ..

알프레드 몸버트(Alfred Mombert)

겨울밤 낙일(落日)은 굳은 눈을 피로 물들이고 운다. 고요히 고요히 네가 부르는 노래를 듣는다, 산타 마리아.... 「내 입은 상처를 입어 아프다 그 사람에게 입맞췄기에. 내 몸은 병들어 차다 그 사람을 따뜻이 녹였기에. 내 마음은 헛되이 죽는다 그 사람을 사랑했기에...」 고요히 네가 부르는 노래를 꿈속에서 듣는다, 산타 마리아. * * * * * * * * * * * * * * * 알프레드 몸버트(Alfred Mombert, 1872년 2월 6일 ~ 1942년 4월 8일)는 독일의 시인이다. 몸버트는 유태계 독일인 상인 에두아르트 몸베르트와 그의 아내 헬렌 곰베르츠의 아들이었다. 경제학자 폴 몸버트는 그의 사촌이었다. 1890년, 그는 고향인 카를스루에에 있는 인본주의 그로세르조글리첸 체육관에서 아비..

알프레드 몸버트(Alfred Mombert)

어느 땐가는 어느 땐가는 쉬지 않고 굴러가는 마차도 선다. 어느 땐가는 나라도 끝이 오고야 만다. 어느 땐가는 마음도 이별의 말을 한다. 어느 땐가는 마지막 바다도 갈라진다. 어느 땐가는 크나큰 슬픔이 시작된다. 어느 땐가는 흐느낌에 울음도 막혀 버린다. 그러면 내실의 불빛들이 가물거린다. 그때면 거룩한 모습이 감동을 준다. 그때면 어스름이 시인을 휩싸고 지나간다. 오 소년이여 그때 나는 백발이요 그때 나는 늙는다. 그런데 내게는 젊음이 끝내 돌아왔다. * * * * * * * * * * * * * * * 알프레드 몸버트(Alfred Mombert, 1872년 2월 6일 ~ 1942년 4월 8일)는 독일의 시인이다. 몸버트는 카를스루에에 정착한 유대인 상인 가문의 후손으로 하이델베르크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강변의 숲 속에서 강변의 숲 속에 숨어 있는 아침 해. 우리는 강가에 배를 띄웠다. 아침 해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강물 위에서 반짝이며 우리에게 인사를 하였다. * * * * * * * * * * * * * * * *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1878년 12월 15일 ~ 1956년 9월 12일)는 독일의 의사이자 작가이다. 1903년 의사 시험에 합격하여 결핵 전문의인 아버지의 대를 이어 의사가 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 때에는 군의관으로 참가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시를 썼으나 《뷔르거 의사의 운명》을 비롯하여 자기의 체험에 바탕을 둔 자전적인 소설을 쓰게 되었다. 괴테의 휴머니즘을 계승하는 작가로서 현대 독일 문단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작품으로 《루마니아 전쟁기》, 《의사 기온》, 《유년 ..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별의 노래 내일이면 숱한 별들이 비치겠지 내일이면 너는 나를 찾아 울겠지 잠잠한 창(窓) 안을 엿보고 있겠지 끝내는 아스라이 반짝이는 곳으로 네 마음은 달아나겠지 환하게 두 눈에 눈물이 어리면 수천의 별, 하나같이 고요한 별들 태양(太陽)들 마냥 커다랗게 떨고 있는 모습 네 눈에 비치겠지 * * * * * * * * * * * * * * *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1878년 12월 15일 ~ 1956년 9월 12일)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튈츠 출생의 소설가, 시인이다. 의사인 부친의 뒤를 이어 뮌헨 ㆍ 라이프치히 ㆍ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으며, 1903년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개업의가 되어 진료를 하면서 시, 수필, 소설 등을 발표하여 1931년 고트프리트 켈러상, 193..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오래된 샘 램프를 끄고 잠이 들라. 오직 들려오는 소리는 오래된 샘의 잠들지 않는 물 흐르는 소리이다. 곧 당신은 알게 되리라, 모든 나의 집 손님들이 그러했듯이, 당신이 그 물 흐르는 소리에 익숙해짐을. 그러나 가끔씩, 꿈꾸던 중에, 온 집안에 어떤 이상스러운 편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무거운 발걸음이 안마당 자갈을 저벅저벅 밟고 들어와, 낭랑하게 울리던 물소리가 조용히 멈추고, 그러면 당신은 깨어난다.— 그러나 두려워 말라. 땅 위에 수많은 별들은 고요히 머물러 있다. 그것은 다만 한 여행자가 돌로 된 샘터에서 그의 손에 약간의 물을 받는 것이다. 곧 그는 떠날 것이다, 그리고 물 흐르는 소리는 다시 이어진다. 기뻐하라, 이곳에서 당신은 혼자가 아님을. 수많은 이들이 별빛 가운데 어딘가로 걸어간..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흑인 신부 검은 피 묻은 베개 위에 금발의 백인 아내의 목이 누워 있다. 태양은 그녀의 머리칼 속에서 광란하면서 그녀의 희뿌연 넓적다리에 길게 핥고 있고, 음탕한 일도 했고, 출산도 했지만 아직 그 모습이 흉하진 않다. 한 흑인 남자가 그녀 곁에 있다. 말굽으로 때려 그녀의 두 눈과 이마가 찢겼다. 그는 더러운 왼쪽 발의 발가락 두 개를 그녀의 작고 흰 귓속으로 쑤셔 넣었다. 하지만 그녀는 신부처럼 누워서 잠잤다. 첫사랑 행복의 가장자리에서, 그리고 젊은, 따뜻한 피가 도는 천국순례를 번번이 떠나기 전처럼, 마침내 그녀의 흰 목에 칼이 꽂히고 그녀의 엉덩이에 죽은 피로 범벅이 된 자줏빛 팬티가 던져졌다. * * * * * * * * * * * * * * * *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작은 아스터 꽃 익사한 술배달꾼이 테이블 위에 받쳐져 있다 누군가 그의 이빨 사이에 짙은 자색 아스터 꽃을 끼워넣었군 가슴에서 피부 아래로 긴 메스를 들고 혀와 입을 잘라낼 때 난 그 꽃과 부딪치지 않을 수 없었지 옆으로 누운 그 머리에서 꽃이 미끄러져 내렸으니까 시신을 꿰맬 때 대팻밥 사이 가슴 구멍 속으로 그만 나는 그 꽃을 싸 넣어버렸다 네 꽃병 속에서 실컷 마시거라! 편안히 쉬거라 작은 아스터 꽃아! * 이 시는 이른바 벤의 처녀 연작시 에 나오는 작품으로서, 연작시는 등 모두 다섯 편으로 구성되었다. * * * * * * * * * * * * * * * *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1886년 5월 2일 ~ 1956년 6월 7일)은 독일의 시인, 수필가, 의사이다. 고트프리트 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