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독일

릴케

높은바위 2015. 2. 24. 10:54

 

 

          오오 주여, 어느 사람에게나

 

오오 주여, 어느 사람에게나 그 사람 자신의 죽음을 주십시오.

죽음, 그것은 그가 사랑을 알고, 의미와 위기가 부여되어 있던

저 생 가운데서 나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과일의 껍질과 나뭇잎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나 내부에 품고 있는 위대한 죽음

그 누구나가 모든 중심인 과일 바로 그것인 것입니다.

이 과일을 위하여 소녀들은 나무와 같이 하나의 거문고 속에서 나타나 나오고

소년들은 그녀를 간구하여 어른이 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그리고 여자들은 성장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 밖의

그 누구에게도 인수되지 않는 불안에 익숙하게 되어 있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이 과일을 위하여 한번 본 것이, 설령 그것이 이미

지나가 버렸다고 하더라도 영원한 것인 양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만들고, 무엇인가를 조립하고 있는 누구인가가

그 과일을 싸는 세계가 되고, 그리고 얼고 또한 녹아서

그리고 그것에 바람이 되어 불고, 햇빛이 되어 비쳤던 것입니다.

이 과일 속에 마음의 모든 열과 두뇌의 백열이 들어가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천사들은 새떼처럼 날아와

이 과일이 전부 아직 익지 않았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 릴케(Rainer Maria Rilke : 1875-1926)는 그 생애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어 새삼스레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 시적 전기는 두 차례에 걸친 러시아 여행이었다.

특히 루 살로메와의 러시아 여행을 통해 우주에 있어서 신(神)은 어디나 존재한다고 하는 범신론을 체험하게 되고, 화가들이 모여사는 볼프스베테에 살면서 시의 성숙과 생명 성장의 일체를 체험하게 된다.

이 두 가지 체험이 기조가 되어 형성된 것이 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