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
— 크눌프에 대한 기념
슬퍼하지 말아라, 머지 않아 밤이 온다.
그때 우리는 창백한 들판을 넘어
싸늘한 달의 미소를 보게 될 것이고
손과 손을 마주 잡고 쉬게 되리라.
슬퍼하지 말아라, 머지 않아 때가 온다.
그때 우리는 안식하며 우리 십자가는
해맑은 길섶에 나란히 서게 되고,
그 위에 비 오고 눈이 내리리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 오고 또 가리라.
* 헤세의 시는 시간 속에서 옮겨지고 멸해져 가는 것에 대한 애석함이 이윽고 하나의 체념으로 변한다.
그 애석함은 그의 서정을 고요하고 아름답게 꽃피우게 하면서, 그와 아울러 체념은 시 안에 세계에의 예지의 빛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