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나그네
한밤 자정에 시계소리 산골을 울리고
달은 헐벗고 하늘을 헤매고 있다.
길가에 그리고 눈과 달빛 속에
나는 홀로 내 그림자와 걸어간다.
얼마나 많은 푸른 봄길을 나는 걸었으며
또 타오르는 여름날의 해를 나는 보았던가!
내 발길은 지쳤고 내 머리는 회색이 되었나니
아무도 예전의 내 모습을 알지 못한다.
지쳐서 가냘픈 내 그림자 이제 걸음을 멈추나니
언젠가는 나그네길도 끝이 나리라.
세상 화려한 곳에 나를 이끌던 꿈도 사라지나니
꿈이 나를 속인 것을 이제 알겠다.
시계소리 산골에서 자정을 울리고
오, 달은 저 하늘에서 차갑게 웃고 있다!
흰 눈은 내 이마와 가슴을 차갑게 안아준다!
죽음은 내가 알던 것보다는 무척 깨끗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