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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른스트 얀들(Ernst Jandl)

숱한 길들 숱한 길들이 내 안에서 교차한다 말하자면 나는 늘상 여러 길을 한꺼번에 가고 있다 나는 가난하다 하지만 생각한다 가령 이 길들 중에 하나가 벗어날 출구라면 난 부유할 것이라고 숱한 길들이 내 안에서 교차한다 말하자면 나는 늘상 여러 길을 한꺼번에 가고 있다 나는 가난하다 하지만 생각한다 가령 이 길들 중에 하나가 벗어날 출구라면 난 한결 더 가난할 것이라고 ​ * * * * * * * * * * * * * * * 에른스트 얀들(Ernst Jandl, 1925년 8월 1일 ~ 2000년 6월 9일)은 오스트리아의 작가, 시인, 번역가이다. 그는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시적 형식의 전통에서 주로 건전한 시(Sprechgedichte)로 실험적인 서정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다다이즘의 영향을 받아 실험시..

사랑이 없는 충고는

이 시대에 누군가에게 충고를 한다거나 조언을 해주는 일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알만큼 알고, 배운 만큼 배운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라, 남에게 충고를 한다는 것은 잘해야 본전이고, 자칫 잘못하면 괜한 원망과 모욕, 고소로까지 돌아오기 십상이다. 하지만 때에 따라선 그 모든 불이익을 무릅쓰고라도 반드시 충고를 해야만 할 때가 있다. 자식이 바르지 못한 행동을 할 때나 가까운 친구가 바람직하지 못한 길을 갈 때와 같이 서슴없는 충고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선뜻 충고하기에 앞서 석가께서는 먼저 자기 마음부터 점검하라고 한다. 우선 '그 잘못이 사실임을 먼저 확인하고, 그 말을 상대에게 해서 이익이 되는지' 살피라고 하셨다. 또한 적당한 때를 가려서 하되, 말은 거칠지 않고 부드럽게 전하라고 말씀하셨다. 설..

더글러스 맬록(Douglas Malloch)

좋은 재목(材木) 태양, 하늘, 공기와 빛을 얻기 위해 싸울 필요가 없이, 넓은 들판에 홀로 선 나무는 자신이 원하는 비를 항상 누렸지만, 결코 숲의 제왕이 되지 못했네, 단지 키 작은 관목으로 살다 죽었네. 자기 땅을 소유하고 경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 본 적 없는 사람은 필요한 태양과 창공 그리고 빛과 공기를 쟁취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결코 남자다운 남자가 된 적이 없고 단지 태어난 그대로 나약하게 살다 죽었네. 좋은 재목은 안락한 상태에서 성장하지 않는다. 바람이 강할수록 강한 나무로 자라고 창공이 멀수록 더 높이 뻗어 나고 폭풍이 세찰수록 더 강해진다. 태양과 추위, 비와 눈을 겪으며 나무나 사람이 좋은 재목으로 성장한다. 수목의 성장이 울창한 곳에서 동량지재(棟梁之材)를 찾아볼 수 있다. 부러..

화해(和解)에 대해서

화해(和解)의 사전적 정의는 '갈등과 다툼을 그치고 서로 가지고 있던 나쁜 감정을 풂'으로 나와 있다. 말다툼의 화해가 기쁨을 낳고, 지난날의 적과 화해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 아니라, 현명한 처사로 불가피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로마 가톨릭교회 지학순(池學淳, 1921년 9월 9일 ~ 1993년 3월 12일) 주교는 옥 중에서 화해에 대하여, "화해도 마찬가지로 강한 사람에 대한 양보도 아니고, 거짓이나 불의에 대한 침묵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화해는 진실과의 화해이어야 하고, 인간성과의 화해이어야 하고, 공동선( 共同善 )과의 화해이어야 하고, 화해는 독선에 반대하고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아량이어야 하며, 화해는 전횡(專橫)을 일삼아 온 억압에 찌든 약자에게 먼저 청해 와야 하는 것이라고 믿..

더글러스 맬록(Douglas Malloch)

무엇이 되든 최고가 되어라 언덕 위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골짜기의 관목이 되어라. 그러나 시냇가의 제일 좋은 관목이 되어라. 나무가 될 수 없다면 덤불이 되어라. 덤불이 될 수 없다면 한 포기 풀이 되어라. 그래서 어떤 고속도로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라. 모두가 다 선장이 될 수는 없는 법, 선원도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여기서 할 일은 있다. 고속도로가 될 수 없다면 오솔길이 되어라. 태양이 될 수 없다면 별이 되어라. 네가 이기고 지는 것은 크기에 달려 있지 않다. 무엇이 되든 최고가 되어라. ​ * * * * * * * * * * * * * * Be the Best of Whatever You Are If you can't be a pine on the top of the hill Be a sc..

남보다 나를 바꾸는 일이 더 쉽다

그 나라가 잘 사는 나라냐 못 사는 나라냐, 즉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를 가늠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그 나라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다. 얼마나 깨끗한 나라인지, 얼마나 친절한 사람들인지를 보고 선진국인지 후진국인지 판가름하기 마련이다. 개인이 사는 모습도 그럴 것이다. 아무리 넓은 집에 호화로운 장식으로 꾸몄다고 해도, 겉모양으로만 그 집안 살림살이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평소에 서로가 얼마만큼 배려하고 사는지, 살림살이는 얼마나 잘 정돈되어 있는지, 자잘한 일상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가 그 집안의 인상을 결정짓기 마련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당이나 절에만 가면 그렇게 마음이 편안하고 좋을 수가 없는데, 집에만 오면 왜 그렇게 마음이 어수선하고 짜증이 나죠? 도대체 어질러 놓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