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쉼터

강간 밤 사냥꾼이면서 아버지이기도 한, 어느 경찰이 있다. 그는 당신과 같은 동네 출신이고 당신의 남자형제들과 자랐으며 어떤 이상(理想)도 갖고 있다. 부츠를 신고 은(銀) 배지를 달고 말 위에서 한 손으로 총을 만질 때의 그는 당신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그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를 알게 되어야만 한다. 그는 당신을 죽일 수도 있는 기구에 접근 가능한 사람. 그와 그의 종마(種馬)가 군벌(軍閥)들처럼 쓰레기 사이를 어슬렁댄다. 그의 이상이 공중에 서 있다. 웃음기 없는 입술 사이에서 생겨난, 얼어붙은 구름. 그리하여, 때가 되면, 당신은 그에게 의지해야 한다. 미치광이의 정액이 아직도 허벅지에 끈적이고 정신은 실성한 듯 빙빙 도는데. 당신은 그에게 자백을 해야만 한다, 당신은 당신이 당한 ..

인디언의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그대가 말한 대로 걸어가라.' 실천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인디언 문화권에서는 사람의 됨됨이를 살필 때도 그 기준을 '실천력'에 둔다고 한다. 자신이 말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냐 아니냐를 두고, 그 사람의 진실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사람의 바람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한다. 화목한 가정, 풍족한 살림살이, 건강과 성공, 또는 부와 명예를 바라는 마음···. 원하고 바라는 마음이야 너나 할 것 없이 똑같다. 어째서 누구는 그것을 이루고 살고, 누구는 그것을 이루지 못한 채, 꿈만 꾸고 사는 것일까. 책 한 권의 힘이 십 년 후의 내 운명을 바꾼다고 한다. 지금 내딛는 내 한 걸음, 지금 하는 내 한 가지 실천의 힘은 또 어떤가. 십 년 후, 20년 후, 30..

사내처럼 생긴. 어머니라 해야 사내지른 얼굴이라 어머니인지 아버지인지 (고은, '체장수', "만인보 · 9", p. 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