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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나를 사랑할 때 찾아온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정욕구가 있다고 한다. '그 일을 왜 하느냐?'라고 물으면, '사랑받으려고', '인정받고 싶어서'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왜 사랑받고 싶어 하고, 왜 인정받고 싶어 할까. 그 이유는 오직 한 가지 '행복' 때문이라고 한다. 누구나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느끼거나 인정받는다고 느낄 때, 행복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결국 사람은 행복을 위해서, 또 즐거움을 위해서 돈을 구하고, 명예를 구하고, 성공을 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하고 바라는 마음이 결과적으로는 우리 자신을 속박하고 구속하는 감옥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행복하고 싶어 하면서, 즐겁게 살기를 원하면서, 우린 늘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

아르헨티나,칠레,미국:블라디미로 아리엘 도르프만(Vladimiro Ariel Dorfman)

둘 곱하기 둘 동지여, 감방에서 그 방까지 몇 걸음 걸리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오. 스무 걸음이라면 화장실로 그대를 데려가는 게 아니라오. 마흔다섯 걸음이라면 운동하라고 그대를 데리고 나가는 건 절대 아니라오. 여든 걸음을 세고 나서 장님처럼 고꾸라지듯이 층계를 오르기 시작하면 오, 여든 걸음이 넘는다면 오직 한 군데가 있을 뿐이오 그들이 그대를 끌고 갈 수 있는 곳은. 오직 한 군데가 있을 뿐이오 오직 한 군데가 있을 뿐이오 그들이 그대를 끌고 갈 수 있는 곳은 이제는 오직 한 군데밖에 없다오 * * * * * * * * * * * * * * * 블라디미로 아리엘 도르프만 (Vladimiro Ariel Dorfman, 1942년 5월 6일 ~ 현재 81세)은 아르헨티나계 칠레계 미국인으로 소설가, 극..

음식에 대해 감사를 모르는 삶

지금도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사회에서는 사냥을 나서기 전에 꼭 제사 의식을 치른다고 한다. 사냥에서 무사하기를 기원하면서, 또 사냥감이 될 동물의 희생에 용서를 구하는 의식을 함께 치른다. '음식이 되어 준 희생물에 감사하며 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살겠다.'는 맹세가 꼭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아프리카 문화를 '야만의 문화다.'라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음식에 대해 감사를 모르는 삶이 더 무지하고 야만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무슨 재미로 왜 사느냐?" 물으면, "먹는 재미로, 먹기 위해 산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 '미식가'니 '식도락가'니 자칭하면서, '맛없는 걸로 배를 채우는 게 억울하다'며 음식 타박에 불평불만을 자랑삼는 사람도 있다. 그..

아드리안 세실 리치(Adrienne Cecile Rich)

지붕 이는 사람 반 정도 짓다 만 집들 너머로 밤이 오고 있다. 목수들이 지붕 위에 서있다. 망치질을 마친 후의 고요한 시간 도르래는 느슨하게 멈추어 있다. 경사진 지붕 바닥 위의 거인들, 지붕 이는 사람들 그들의 머리 위에서 막 부서지려고 하는 어둠의 물결, 사람들의 모습들이 커다랗게 확대되어 지나가고 불타는 바닥 위에 그림자를 던지는 하늘은 찢긴 돛이다. 지붕 위에 있는 그들이 나는 좋다. 노출되어 실물보다 더 큰 몸으로 내 목을 꺾어버리기 때문에. 무한정의 힘을 들여 내가 그 아래서 살 수 없는 지붕을 얹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일까? -그 모든 설계도 공백을 메우고 자로 재고, 계산하는 일들도? 내가 택하지도 않았던 인생이 나를 택했다. 내 연장들 마저 내가 해야 할 일에 맞지 않는 것이다. 나는 가..

하루에 한 가지 친절과 배려를

미국에 '보이스카웃'이 생기게 된 유래가 있다. 어느 한 미국인 사업가가 사업차 영국 런던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눈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짙게 낀 안개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때마침 나타난 한 소년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날 수 있었는데, 그 소년의 친절이 너무 고마웠던 이 신사는 어떻게든 사례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례금을 극구 사양하는 소년이 이렇게 말했다. "아뇨, 오히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정말 제가 도움이 됐다면, 다른 사람에게 그 친절을 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당시 영국 보이스카웃 단원이었던 그 소년의 말에 감동을 받은 이 사업가는, 곧 미국으로 돌아가 '미국 보이스카웃'을 만들게 됐다. 사랑과 자비가 따로 없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늘 사랑과 자비를..

매일의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많이 가져도 불행한 사람이 있고, 적게 가져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행복과 불행의 조건은 가진 것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그 태도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에 스스로 감사할 줄만 알아도,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예전에 처음 집안에 세탁기가 들어오던 날을 떠올려 보자. 사람 대신 기계가 빨래도 해주고 헹궈주기까지 하니까, 얼마나 신기하고 고마웠었던가. 그런데 언제부턴가 세탁기 정도는 안중에도 없게 됐다. 세탁기가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없이, 빨래는 당연히 세탁기가 알아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세탁기가 덜컥 고장 났다고 생각해 보자. 빨래는 안에 담겨있는데 문은 안 열리고, 다른 빨랫감은 또 쌓여있고, 당장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세탁기뿐만이..

이브 장 본느프와(Yves Jean Bonnefoy)

나무들에게 두브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지우며 그 위로 모든 길들을 막아 버렸던 그대들 죽어서조차 두브는 단지 빛에 지나지 않음을 냉정히 보증하는 그대들. 허기와 추위 그리고 침묵의 동전을 입속에 꼭 물고는 사자(死者)들의 나룻배에 그녀가 몸을 실을 때 치밀한 섬유질인 나무들 그대들은 내 곁에 있었지. 개떼들과, 형체를 알 수 없는 뱃사공과 그녀가 나누려는 대화를 그대들을 통해 듣게 되면 그토록 많은 밤을 뚫고 강줄기 전체를 무릅쓰는 두브의 전진에 의해 나도 그대들의 일원이 된다. 나뭇가지 위로 구르는 우렁찬 천둥이 여름의 정점에서 불사르는 축제들은 그대들의 준엄한 중재 속에서 두브의 운명과 내 운명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 * * * * * * * * * * * * * * * 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