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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오르한 벨리 카네크(Orhan Veli Kanık)

외로움의 시 혼자 살지 않는 사람들은 침묵이 얼마나 두려운지 모릅니다. 사람이 자신에게 말하는 방법; 사람이 거울을 향해 달려가는 방법, 영혼을 갈망하는 방법, 그들은 모른다. * * * * * * * * * * * * * * * 오르한 벨리 카네크(Orhan Veli Kanık, 1914년 04월 13일 ~ 1950년 11월 14일)는 1914년 4월 13일 이스탄불에서 아버지 메흐메트 벨리와 어머니 파트마 니가르 사이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남. 1925년 초등학교 4학년 때 앙카라로 이주함. 앙카라 가지 초등학교와 앙카라 중고등학교 졸업. 학창 시절 은사였던 문학평론가 아흐메트 함디로부터 큰 문학적 영향을 받음. 시인 옥타이 르파트와 멜리히 제브데트를 만나 문학동인지 '우리들의 소리'를 출판..

교만을 버리면 평안을 얻을 것

부처님의 십대 제자 중에 '천안제일'의 신통력을 가진 '아나율존자'가 있었다. 출가 초기에 수행에 별 뜻이 없었던 아나율존자는 늘 게으름을 피우고 잠자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어느 날 부처님께 호된 꾸지람을 듣게 됐다. 정신이 번쩍 든 아나율존자는 그날 이후로 밤낮없이 수행정진에 매달렸다고 한다. 지나친 수행으로 아나율존자는 결국 실명까지 하게 됐는데, 그 덕분에 천리를 꿰뚫어 보는 천안통의 신통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그의 깨달음에 대한 갈망은 여전했다. 그래서 어느 날 사리불존자를 찾아가 물었다. "제가 천안통을 얻어서 하늘의 일까지 꿰뚫어 보고 선정을 닦는 노력을 쉬지 않고 밤낮으로 하는데, 어째서 이제껏 깨닫지를 못하는 겁니까?" 그러자 사리불존자가 가르침을 주었다. "스스로 신통력이 있다고 말하는..

터키:오르한 벨리 카네크(Orhan Veli Kanık)

갑자기 모든 것들이 갑자기 생겨났지 햇살이 갑자기 땅 위로 쏟아져 내리고, 하늘이 갑자기 생기고 푸른빛도 갑자기 모든 사물이 갑자기 생겨났지 갑자기 연기가 땅 위로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갑작스레 싹이 트고 새순이 돋아나며 과일이 생겨났지 갑자기 갑자기 모든 사물들은 갑자기 생겨났지 소녀도, 아이도 길과 목장, 고양이, 사람 들도…… 갑자기 사랑이 생겨난 거지 그리고 기쁨도 갑자기 * * * * * * * * * * * * * * * 오르한 벨리 카네크(Orhan Veli Kanık, 1914년 04월 13일 ~ 1950년 11월 14일)는 1914년 4월 13일 이스탄불에서 아버지 메흐메트 벨리와 어머니 파트마 니가르 사이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남. 1925년 초등학교 4학년 때 앙카라로 이주함...

망각을 위한 시간은 위대하다

기억하기 싫은 것들, 고통과 슬픔의 원류인 우울한 추억들, 때로는 아는 일도 잊어버리는 게 좋을 때가 있다.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며, 망각을 위한 시간은 위대한 의사다. 기억상실증이나 건망증, 알츠하이머 같은 치매, 알콜성 치매인 블랙아웃등은 차치하고서라도, 좋지 못한 기억 등을 의도적이 아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희미해져 종국에는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미국의 뇌과학자인 데이비스는 뇌는 기존의 정보를 잊기 위해 늘 노력을 하며,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세포가 기억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정신 발작증이 심했다. 그는 자기의 저서를 읽어 내려가다가도 흥에 겨우면 발작을 일으키고, 무릎을 치거나, 어깨를 으쓱거리며 떠들어 대곤 했다. "이건 굉장한 인스퍼레이션..

터키:오르한 벨리 카네크(Orhan Veli Kanık)

아름다운 날들 이 아름다운 날들이 나를 망쳤지 이처럼 아름답던 어느 날에 일을 그만둔 나는 성실한 관리였네 이런 날에 처음 담배를 배웠고 어린 날이면 나는 사랑에 빠졌었지 집으로 빵과 소금을 가져가는 것도 이런 날에는 잊고 말았으니 으레 이런 날이면 시를 쓰려는 아픈 마음이 생겼네 나를 망쳤네, 이토록 아름다운 날들이 * * * * * * * * * * * * * * * 오르한 벨리 카네크(Orhan Veli Kanık, 1914년 04월 13일 ~ 1950년 11월 14일)는 1914년 4월 13일 이스탄불에서 아버지 메흐메트 벨리와 어머니 파트마 니가르 사이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남. 1925년 초등학교 4학년 때 앙카라로 이주함. 앙카라 가지 초등학교와 앙카라 중고등학교 졸업. 학창 시절 ..

부모의 공덕

사람은 해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끊임없이 그 계획을 점검한다. 한 해의 설계는 부지런히 하면서도 우리 인생 설계는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한 언론사에서 우리나라 40, 50대를 대상으로 '노후대책'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가 참 아이러니컬했다. '노인 부양 문제'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쪽에 과반수 가까이 표가 나왔는데, 당사자들의 '노후대책'을 묻는 설문에는 '자녀 교육비' 때문에 노후 대책 마련을 못하고 있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자기 부모 모시는 일은 '내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자녀를 통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만은 내 자식이 노년을 책임져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정말 모순이 아닐..

아르헨티나,칠레,미국:블라디미로 아리엘 도르프만(Vladimiro Ariel Dorfman)

동시통역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국제회의장에서 유리 칸막이 방에 앉아 딸까에서 온 농부가 고문에 관해 하는 말을 통역하는 통역사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자들이 그를 고문대 위에 눕혔다는 말을 영어로 반복하고 가장 세련되고 섬세한 불어로 전기고문이 지속적인 전이성 후유증을 남긴다고 진술하고 개새끼들한테 강간당했다는 말에 꼭 들어맞는 낱말을 찾아내는 빠우 다다라 나는 그 살인자 놈들에게 욕을 해댔소 당신 등뒤엔 벽이 있고 사격조 조장이 "발사"라고 외치기 시작할 때 그때의 기분을 정확히 담아내는 어구를 아무 감정 없이 찾아내고 -여기서 운율이 느껴진다면 부디 용서하시라- 문장에서 멜로드라마를 덜어내려 애쓰면서 그것이 진짜 하려는 얘기의 어둡고 끈끈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핵심과 느낌을 전달하려 노력하는 놈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