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십대 제자 중에 '천안제일'의 신통력을 가진 '아나율존자'가 있었다.
출가 초기에 수행에 별 뜻이 없었던 아나율존자는 늘 게으름을 피우고 잠자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어느 날 부처님께 호된 꾸지람을 듣게 됐다.
정신이 번쩍 든 아나율존자는 그날 이후로 밤낮없이 수행정진에 매달렸다고 한다.
지나친 수행으로 아나율존자는 결국 실명까지 하게 됐는데, 그 덕분에 천리를 꿰뚫어 보는 천안통의 신통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그의 깨달음에 대한 갈망은 여전했다.
그래서 어느 날 사리불존자를 찾아가 물었다.
"제가 천안통을 얻어서 하늘의 일까지 꿰뚫어 보고 선정을 닦는 노력을 쉬지 않고 밤낮으로 하는데, 어째서 이제껏 깨닫지를 못하는 겁니까?"
그러자 사리불존자가 가르침을 주었다.
"스스로 신통력이 있다고 말하는 그대의 교만과 스스로 노력한다고 말하는 그대의 자만심이 번뇌를 만드니, 그 까닭으로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아나율존자는 곧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내가 안다'는 생각과 '나만 옳다'는 집착, 교만은 이런 어리석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진실로 세상과 교감하고 소통하려고 한다면, 이 '안다'는 교만함부터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