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 97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정성을

'어린 왕자'라는 책에는 한 약장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약장사는 '이 약이 시간을 절약해 주는 약이라서, 이 약 한 알이면 일주일 동안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라고 광고를 한다. 그래서 어린 왕자가 묻는다. "그럼 사람들은 그렇게 절약한 시간으로 무엇을 하나요?" "그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약장사의 대답을 들은 어린 왕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에게 그 시간이 있다면 천천히 우물을 향해 걸어갈 텐데..." 사람이 사는 얘기와 참 비슷하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바라기는 마찬가지인데, '진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지.' 그것을 알고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성공을 하면 행복할까, 이런저런 조건들을 내세워서, 자신을 조이고 재촉하기에 급급하다. 아이들 조기 유학..

자글자글

타는 모양과 소리를 나타내는 것. 무엇이 잔잔히 끓어오르는 모습. 늦봄 볕살 자글자글 (박태일, '그대 사는 마을까지-엄국현님', "약쑥 개쑥", p. 80) 자글자글 잔등 지지는 땡볕 단김 불며 기음 매노라니 2줄기쳐 흐르는 땀 땀에 미역을 감습니다 (김파, '농사꾼의 땀', "흰돛", p. 53) 그대 집 그대 마을 길 바꿨네 더 멀고 더딘 길 늦봄 볕살 자글자글 (박태일, '그대 사는 마을까지', "약쑥 개쑥", p. 80)

폴 엘뤼아르(Paul Éluard)

정의(定義) 포도로 포도주를 만들고 숯으로 불을 피우고 키스로 인간을 만드는 것 이것이 인간의 뜨거운 법칙이다 전쟁의 비참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가혹한 법칙이다 물을 빛으로 꿈을 현실로 적을 형제로 변하게 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부드러운 법칙이다 어린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최고 이성에 이르기까지 계속 자체를 완성시켜 가는 낡고도 새로운 법칙이다 ​ * * * * * * * * * * * * * * * 폴 엘뤼아르(Paul Éluard, 1895년 12월 14일 ~ 1952년 11월 18일)는 프랑스의 시인이다. 본명은 외젠 에밀 폴 그랭델(Eugène Émile Paul Grindel)이다. 다다이즘 운동에 참여하고, 초현실주의의 대표..

부모님의 은혜

우리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부모가 자식 사랑하기는 쉬워도 자식이 부모 사랑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옛날 어른들은 '자식을 낳아 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라고 하셨다.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꼭 들어맞는 말도 아닌 것 같다. 처음 자식 낳느라고 고생할 때는 부모 마음도 헤아려지고 하겠지만, 자식이 어느 정도 크고 재롱도 부리고 하면 부모님 일은 안중에 없게 마련인 것이다. "그게 참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아이가 어디 아프다고 하면 당장 가슴이 찢어지는데, 어머니께서 어디가 편찮으시다고 하시면 솔직히 귀찮은 생각부터 든다니까요." 부처님께서는 '부모의 은혜를 아는 것이 최고의 불공'이고, '부모를 감사로 섬기는 일이 최고의 공양'이라고 말씀하셨다. 사..

도로시 파커(Dorothy Parker)

이력서 면도칼은 아프고; 강에 빠지면 축축하고; 산(酸)은 얼룩이 지고; 약물은 경련을 일으킨다. 총은 합법적이지 않고; 밧줄은 풀리며; 가스는 냄새가 고약하다; 그러니 차라리 사는 게 나아. ​* * * * * * * * * * * * * * Resum'e Razors pain you; Rivers are damp; Acids stain you; And drugs cause cramp. Guns aren’t lawful; Nooses give; Gas smells awful; You might as well live. ​* * * * * * * * * * * * * * * 도로시 파커(Dorothy Parker, 1893년 8월 22일 - 1967년 6월 7일 향년 73세)는 미국의 시인, 단편 작가,..

진실을 보는 눈

한 프랑스 화가의 그림 중에 재미있는 제목이 있다. 그림 속에 그려진 것은 담배를 태울 때 쓰는 파이프가 분명한데, 제목에는 이렇게 붙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닙니다." 그림은 사진처럼 똑같이 그려진 파이프가 분명한데, '이것이 파이프가 아니라니.' 그 그림의 뜻을 언뜻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의미도 설명을 듣고 나면 이해가 된다. 파이프 그림이지만 그것은 단지 그림일 뿐이지, 실제 파이프는 분명히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아, 파이프구나.' 하고 속는다는 것이다. 일상을 사는 사람 대부분이 실제와 관념을 구분하지 못하고 착각하고 사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인 것이다. 중생들을 위해서 사물의 진실한 실상을 보라고 가르침을 편 부처의 말씀도 그러하다. ..

도로시 파커(Dorothy Parker)

위로 한창때 시들어버린 장미가 있었다. 나는 부러진 줄기 위에 아름다운 장미의 망가진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이 말했다. “무슨 걱정이야 사방에 새로 나는 장미들이 꽉 찼는데.”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떨어져 죽은 새 한 마리가 있었다. 사람들이 말했다. “하늘에 새가 꽉 찼는데 슬퍼할 게 뭐 있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소녀 하나가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딴 남자들도 많은걸 뭐.” ​ * * * * * * * * * * * * * * Solace There was a rose that faded young; I saw its shattered beauty hung Upon a broken stem. I heard them say, "What need to care Wit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