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十 字 架 103. 十 字 架 윤 동 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왔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목아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8
102. 肝 102. 肝 윤 동 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쓰 산중에서 도망해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8
101. 자 화 상 101. 자 화 상 윤 동 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로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8
100. 序 詩 100. 序 詩 윤 동 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8.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이 시는 1941년 출간..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8
99. 풀잎 斷章 99. 풀잎 斷章 조 지 훈 무너진 성터 아래 오랜 세월을 풍설에 깎여온 바위가 있다. 아득히 손짓하며 구름이 떠가는언덕에 말없이 올라서서 한줄기 바람에 조찰히 씨시기우는 풀잎을 바라보며 나의 몸가짐도 또한 실오리 같은 바람결에 흔들리노라. 아 우리들 태초의 생명의 아름다운 분신으로 여기 태..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8
98. 僧 舞 98. 僧 舞 조 지 훈 얇은 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아서 서러워라. 빈 臺에 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8
97. 玩 花 衫 97. 玩 花 衫 조 지 훈 -- 木月에게 차운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이냥 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1946. 상..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8
96. 落 花 96. 落 花 조 지 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8
95. 봉황수 95. 봉황수 조 지 훈 벌레 먹은 두리기둥1),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2)소리 날아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8
94. 古 風 衣 裳 94. 古 風 衣 裳 조 지 훈(1920-1968) 하늘을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차마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짓빛 호장을 받친 호장저고리 호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