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02. 肝

높은바위 2005. 7. 18. 06:21
 

102.

 

                                  윤 동 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쓰 산중에서 도망해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멧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1948. 유고시집

 

* 윤동주 시에서 주류를 이루는 자아 사이의 갈등을 형상화하여 속죄양 의식과 저항 정신이 형상화된 시이다. 간으로 표상된 양심을 지키기 위해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비극적인 삶을 택하겠다는 시적 자아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역사주의적 해석을 하면 용궁의 유혹은 일제의 회유나 양심을 버리고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은 욕구를 상징하는 것이고, 독수리는 양심을 지키는 굳건한 자아를 상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