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03. 十 字 架

높은바위 2005. 7. 18. 06:22
 

103. 十 字 架

 

                                   윤 동 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왔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목아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1948. 유고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