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94. 古 風 衣 裳

높은바위 2005. 7. 18. 06:05
 

94. 古 風 衣 裳

 

                    조 지 훈(1920-1968)

 

  하늘을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차마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짓빛 호장을 받친 호장저고리

  호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나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물결을 친다.

  처마 끝에 곱게 감춘 雲鞋 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을 말하는 한마리 蝴蝶

  蝴蝶이냥 사푸시 춤을 추라 아미를 숙이고……

  나는 이 밤을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 줄 골라보리니

  가는 버들이냥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어지이다.

 

                         1939. 문장

 

  * 이 작품에서는 한국 여인들이 입는 전통적 의상의 우아함과 이를 통해 표현되는 춤사위의 그윽하고도 세련된 아름다움이 주로 나타나 있다.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은 고요한 봄밤이며, 풍경 소리가 울리는 고전적 기와집이 공간적 배경이다. 주제는 ‘우아한 고전미’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