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98. 僧 舞

높은바위 2005. 7. 18. 06:16
 

98. 僧     舞

 

                                    조 지 훈

 

  얇은 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아서 서러워라.


  빈 臺에 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도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여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이냥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1939. 문장

 

* 세속 고뇌의 종교적 승화를 주제로 하고 있는 작픔이다. 여승의 승무는 자기 정화의 의미를 함축한 제의적 몸짓으로 볼 수 있다. 1연부터 5연까지는 승무의 외면적인 인상 묘사에 치우쳐 있고, 6-7연은 외면 묘사에서 내면의 포출로 전환되고 있다. 8-9연에서는 내면 묘사에서 외면으로 향하면서 전반부의 배경과 심상으로 돌아가 시상이 마무리된다. 전체적으로 2음보와 4음보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