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00. 序 詩

높은바위 2005. 7. 18. 06:19
 

100. 序    詩

 

                 윤 동 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8.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이 시는 1941년 출간하려고 했던 自選 시집의 서문격으로 쓴 작품인데, 결국 시인의 사후에 출간된 유고 시집 『하늘과바람과 별과 시』의 서문이 되고 말았다. 1-2행에서는 완전 무결하게 결백한 삶을 살고자 하는 서정적 자아의 갈망이 표현되었다. 삶자체가 부끄러움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식민지 상황에서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이 살아가겠다는 것은 일체의 타협이나 치욕의 가능성을 단호히 거부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3-4행에는 서정적 자아의 섬세하고 순수한 감성이 단적으로 드러나 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것은 ‘한 점 부끄럼 없이’ 살려고 하는 서정적 자아의 순수하고 결백한 삶의 태도 때문이다. ‘바람’은 부끄러움 없이 살고자 하는 시인의 양심을 흐트리는 현실적 시련을 상징한다. 5-8행에는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겠다는 미래지향적 실천 의지와 순명 의식이 나타나 있다. ‘별’은 아름답고 순수한 이상의 세계, 구원의 지표를 표상하는 것으로 서정적 자아가 동경하는 대상이다. ‘모든 죽어가는 것’이란 고통과 괴로움을 받는 모든 생명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일제 치하의 우리 민족을 연상시킨다. 2연에는 어둠고 암담한 시대 상황 속에서 순수하고 결백한 양심과 부끄러움 없는 삶에 대한 의지가 현실적 조건에 부딪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음이 형상화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