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73

돌서더릿길, 돌너덜길, 서덜길

'길'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밟고 이용하는 장소인 동시에, 삶의 표현에서 가장 즐겨 쓰는 말 같습니다. 저 역시 '길'에 많은 '시어(詩語)'와 '시상(詩想)'을 부여하고 있습니다만... 돌이 많이 깔린 비탈길을 '돌너덜길'이라 하고, 돌이 많이 깔린 길을 '돌서더릿길'이라고 합니다. 또, 냇가나 강가 따위에 나 있는 돌이 많은 길을 '서덜길'이라고 합니다. 자주 안 써서 잘 모르는 돌길들이지만 순우리말로 다양한 이름이 붙어있어 정감 가는 말들입니다.

북한의 언어 : 채심하다, 걸탐스럽다

남한에서는 생소하지만 북한에서는 많이 쓰이는 말 가운데 몇 가지 살펴드리죠. 혹시 '채심하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 말은 북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신을 가다듬어 주의하거나 항상 명심해서 마음속 깊이 새겨둔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우리 표현으로 '명심하다', '각성하다'와 비슷합니다. 북한에서도 이 두 어휘를 사용하지만 그 의미에서 구별이 되는데요, '채심하다'에는 주로 '어떤 잘못된 행동 등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철수야, 이번에는 채심해서 공부를 잘 좀 해봐라.", "이왕 말이 나온 김에, 그 사람이 단단히 채심하도록 따끔하게 타일러 줘야겠다." 이렇게 사용하고 있죠. '채심하다'는 이 외에도 '마음으로 타산하..

무꾸리

'그믐산이는 판막이 바짓가랑이에 불을 옮겨 붙이고 있던 장작개비를 집어 들면서 무꾸리한테 물어보러 다니기 즐기는 아녀자가 무는 이방 하듯이 판막이 곁에다 침을 뱉고 밖으로 나갔다.'(이문구, 오자룡) '무꾸리'라는 말은 '무당이나 점쟁이에게 앞으로의 좋은 일과 나쁜 일에 대하여 점을 치는 일'이라고 사전에 등재돼 있죠. 옛날 제정일치 사회에서는 제사와 정치를 그 사회의 우두머리가 하였던 것인데, 오늘날 제사와 정치가 분리되면서 왕은 정치를, 무당이나 판수 그 밖의 신령을 모신다는 사람은 길흉을 점치는 일을 하게 된 거죠. 점치는 일... '무꾸리'는 '묻다'와 걸리는 말입니다. 굿을 할 때 각각의 마당을 부정거리, 칠성 제석거리, 대감거리, 성주거리, 장군거리 등으로 부르는데, '무꾸리'는 '묻는+거리'..

북한의 언어 : 인차

우리와 다르게 쓰고 있는 북한말 중에 '인차'라는 부사입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어휘 중 하난데요. 이 뜻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체 없이 바로', '곧', '금방'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금방'이나 '곧' 보다는 '인차'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인차'라는 말은 우리 남한에서는 전혀 쓰지 않을뿐더러 국어사전에도 올라있지 않습니다. 이런 언어차이 때문에 언젠가 북한주민을 만났던 남한주민은 '인차'라는 말을 '1차'로 해석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친구와 헤어지면서 "갔다가 언제 올래?"라고 물을 경우에 "오래 안 있을래, 금방 올 거야."라고 대답한다면, 북한주민은 "오래 안 있을래, 인차 올 거야."라고 대답..

우레

'오징어 게임'의 주연배우 이정재가 미국 토크쇼에 출연하여 한국식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우뢰'와 '우레'... 네, 표준말은 '우레'입니다. 한자어 '우뢰(雨雷)'의 뜻은 '비와 큰소리'의 뜻이고, 한 단어로 합성되어 쓰이는 예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우뢰(雨雷)'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한국 고유어 '우레'를 음역 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였던 것이죠. '우레'는 '천둥'의 동의어로서 번개가 칠 때 퍼져나가는 충격파, 또는 그 소리를 의미합니다. '천둥'이 한자 '천동(天動)'을 어원으로 하는 것과 달리 '우레'는 100% 순우리말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다만 '천둥'과 '우레'는 둘 다 표준어로 인정되기 때문에 '천둥이 친다'와 '우레가 친다'는 모..

북한의 언어 : 요해(了解)가 됩니까?

여러분 '요해(了解)하다'란 말 아시죠? 이 말은 남북한 사전에 모두 올라와 있는 말이지만 그 의미와 쓰임새는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 사전을 보면 '사정이나 형편이 어떠한가를 알아보는 것'으로, 남한사전에는 '깨달아 알아낸다'는 뜻으로 해석돼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요해한다'가 '이해한다'의 의미에 가깝지만요, 북한에서는 '실정을 알아본다', '실정을 파악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죠. 또 남한에서는 이 어휘를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북한에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어휘 중의 하나입니다. 예를 들면 '김정은 총비서가 공장을 돌아보면서 생산정형을 구체적으로 요해했다' 말은 '실정을 두루 알아본다'의 의미가 되겠지요. 이 '요해(了解)'를 아는 일부 남한사람들이 탈북자(새터민)들에게 북한식으로 말한다면서 "..

우거지와 시래기

겨울철이면 김장김치와 밥상 위에 자주 등장하는 '우거짓국'과 '시래깃국'... 한겨울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주는 칼슘과 비타민 A, C, B1, B2 등이 풍부한 식재료죠. '우거지'는 푸성귀류 채소의 걷어내진 윗부분이나 겉 부분을 가리킵니다. 어원에 의거하여 설명하자면 '웃+걷(다)+-이'가 되며, 따라서 '우거지'는 '웃자란 것이나 위에 있는 것을 거둔 것'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래서 거의 사멸한 표현이지만, 원래 장이나 젓갈의 과발효된 윗부분을 걷어낸 것도 '우거지'라고 불렀습니다. '시래기'는 어원이 분명치 않으나, 우리말 어원을 연구해온 최창렬 전북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무·배추를 다듬고 남은 부스러기 이파리'라는 뜻으로, '사라지다'의 고어인 '슬어지다'의 어근 '슬-[鎖]+-아기(접사)'에..

북한의 언어 : 오늘 아침에 살결물을 바르셨죠?

북한의 무소속 대변지인 [통일신보]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평북 신의주 화장품 공장에서 생산되는 '너와나' 화장품이 세계 각국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개성인삼 성분으로 만든 '살결물'은 피부의 폐하와 수분 균형을 유지하면서 피부를 부드럽고 매끄럽게 해 줘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살결물' 참 생소한 단어죠? 그런데 알고 보면 참 예쁜 우리말이기도 합니다. 남한에서 흔히 '스킨'이라고 부르는 화장수를, 북한에서는 이렇게 '살결물'이라고 하는데요, 북한의 은 이 '살결물'을 '얼굴이나 손등에 발라서 곱게 하는 물상태의 화장품'이라고 풀이해 놓고 있습니다. 남한에서의 '스킨로션'이, 북한에서는 70년대 후반까지 '미안수'로 통용되다가 이후 말 다듬기 운동에 의해 순우리말인 '살결물'로 정..

꺼벙이

1970년대와 1980년대 길창덕 화백의 명랑만화 '꺼벙이'를 기억하실 겁니다. 몇 년 전 이 만화가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만화'에 대한 대접이 자못 달라진 겁니다. '꺼벙이'는 꿩의 어린 새끼 '꺼병이'에서 나온 말로 '성격이 야무지지 못하고 조금 모자란 듯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꿩새끼가 왜 어리석고 모자란 사람을 뜻하게 된 것일까요? '꺼병이'는 암놈과 수놈을 겉모양으로 구별하기 어렵고 못생겼으며 행동이 굼뜨고 어리숙해 보였다고 합니다. 이런 '꺼병이'는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꺼벙이'로 어형이 변하는데요. '꺼벙이'가 1950년대 문헌에 처음 보입니다. 'ㅕ'가 'ㅓ'로 변한 것인데요, 이러한 변화는 '열[魂]'이 '얼', ..

북한의 언어 : 알쭌하다 / 애모쁘다

'알쭌하다, 애모쁘다' 생소하게 느껴지시죠? 먼저 '알쭌하다'는 평안도 방언이었는데요, 현재는 '알짜로만 순수하다'는 뜻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알쭌한 기름', '알쭌한 씨앗'. 여기서 '알쭌한'은 '아주 순수하다'는 뜻으로 쓰였고요, '학용품을 알쭌하게 갖췄다'에서는 '온전하거나 성실하게'의 뜻으로, '알쭌한 거짓말'에서는 '순전하다', '그들은 다 헤어지고 알쭌하게 세 사람만 남았다'에서는 '오붓하다', '알쭌하게 거두어 들이다'에서는 '남김없이 말끔하게'의 뜻으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모쁘다'는 원래 함경북도 육진 지방의 토박이 방언으로 '심술궂다'는 뜻이었는데요, 현재는 북한에서 우리말의 표준어에 해당하는 문화어로 본래의 뜻인 '심술궂다'와는 다르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