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19

북한의 언어 : 발음[곡쫑옵따(?)]

북한말의 발음과 남한의 발음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ㅓ'와 'ㅗ'입니다. '걱정없다'를 북한에서는 '곡쫑옵따'로 말합니다. 이것은 모음 'ㅓ'를 북한에서는 'ㅗ'에 가깝게 발음하는 습관 때문에 그렇습니다. 입술을 평평하게 하여 말하는 남한 사람들과는 달리 북한 사람들은 입술을 동그랗게 하여 발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원순모음화'라고 하는데, 북한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고저 고저'하는 말도 이 발음 습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고저'는 '그저'나 '거저'가 원순모음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ㅣ'모음 역행 동화를 인정하는 것을 보더라도 남한 발음과 차이를 보입니다. 그 예로, '지팡이'를 '지팽이'로 한다든지 '건더기'를 '건데기'로 말하고, 심지어는 '부수다'를 '부시..

그와 그녀

'그와 그녀... '는 '3인칭 대명사로 주로 글에서, 앞에서 이미 이야기하였거나 듣는 이나 말하는 이가 생각하고 있는 남자와 여자를 가리키는 말'이죠. 우리말에서 '그'와 '그녀'는 신문학 초창기인 1920년대 김동인과 이광수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김동인은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서양문학을 배우고 있었는데, 일본 문인들이 영어의 'he'와 'she'를 각각 '그 남자'라는 의미의 '가레(彼)'와 '가노조(彼女)'란 단어로 번역한 걸 보고 이를 우리 문학에 그대로 옮겨 '피(彼)', 'she'는 '피녀(彼女)'라는 말을 만들었으니 이것이 곧 '그'와 '그녀'의 시작인 셈입니다. 그전까지는 '그' 대신에 '궐자(厥者)', '그녀' 대신에 '궐녀(厥女)'라는 말을 썼는데, 이광수와 김동인 등이 '그'와 '..

북한의 언어 : '남색짜리'

얼마 전에 SBS 금토 드라마 "천 원짜리 변호사"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다는 연예기사를 보았는데요. 뒤 얘기에 제작사와 작가의 불화로 주 1회만 방영되다 보니 '천 원짜리 변호사가 아닌 오백 원 짜리 변호사'라는 굴욕적인 소리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도 '짜리'라고 하면 '어떤 값이나 혹은 그 수량으로 된 물건'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천 원짜리', '두 개짜리', '오 년짜리' 등입니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짜리'란 말을 더 다양한 뜻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 '짜리'가 붙여지는 말은 그 격이 주로 낮춰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대표적으로 어린이의 나이를 말할 때 '몇 살짜리 아이'라고 하는 것을 비롯하여 우리가 입는 옷과 관련된 말에 붙어 그 옷을 입은 사람을 홀대해서..

'을씨년스럽다'의 유래

휘날리는 만국기와 열띤 함성이 사라진 운동회가 끝난 저녁의 운동장, 한여름의 축제가 끝난 쓸쓸한 바닷가... 이런 '스산하고 쓸쓸한 상황이나, 혹은 날씨나, 마음이 쓸쓸하고 흐린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우리는 '을씨년스럽다'란 표현을 합니다. 여기에 쓰인 '을씨년'은 1905년 을사년에서 나온 말입니다. 즉 '을사조약을 체결한 해'라는 데서 나온 말이지요. 을사년에 정부가 일본과 을사조약을 체결하게 되었는데 그 을사조약은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강탈하고 내정간섭까지 가능하도록 만든 조약이었습니다. 을사조약이 체결되던 해에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이고, 이 때문에 국내의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나라를 잃은 허탈한 슬픔에 잠겨있는 국민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을사년의 분위기와 비교하여 '을사년스럽다..

북한의 언어 : 음식 용어

아기들이 먹는 분유를 북한에서는 '가루우유'라고 합니다. 또 설탕은 '사탕가루'라고 하고요. 조미료는 '맛내기'라고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식용유를 북한에서는 '먹는 기름'이라고 하고요, 엿기름은 '보리길금'으로 통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남한과 북한이 모두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조금씩 의미가 다르거나 겸용으로 부르는 음식도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으로 '냉면'과 '국수'가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냉면'과 '국수'를 구분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선 '냉면'과 '국수'를 구분하지 않고 다 같이 '국수'로 통칭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러면 그 유명한 평양냉면, 함흥냉면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렇게 묻는 분도 계실 텐데요. 평양냉면, 함흥냉면은 표준용어로 있을 뿐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말이라고 합..

벽창호

앞서 '옹고집'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고집이 센 사람, 소통이 잘 안 되는 사람을 무엇이라 하는가요? 보통 '고집쟁이, 고집통, 고집통이'라 하고, 고집을 피우는 정도가 심하면 '옹고집쟁이, 황고집쟁이'라 하지요. 고집이 센 사람을 표현하는 말에는 이 단어들 말고도 '벽창호'가 있습니다. '벽창호'는 고집이 센 사람뿐만 아니라 우둔한 사람을 말하기도 합니다. 또한 '완고해 말이 도무지 통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현재 '벽창호'는 주로 말이 도통 통하지 않는 무뚝뚝한 사람을 지시하지만, "너 참 벽창호구나. 이제 고집 좀 꺾어라"는 문장에서 보듯 '고집이 센 사람'을 일차적으로 지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말은 20세기 초 문헌에서야 발견되는데요. 사전으로는 '큰사전'(1950)에 처..

북한의 속담 2

남한과 북한의 속담을 한 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표현은 조금 다르지만 그 느낌은 역시 한 가지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요. 우선 우리 속담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는 것이 있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는 순한 사람도 함부로 건드리거나 얕보면 맞서 반항한다는 것'을 이르는 속담인데요. 이것을 북한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요? 네, 북한에서는 이런 경우에 '고인 물도 밟으면 솟구친다'라고 한다는군요. 우리보다는 조금 어감이 약한 것 같긴 하지만 공감이 되시죠. 또 있습니다. '범보고 애보라기'.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네, 북한의 속담인데요, '믿지 못할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긴다는 뜻'으로 위험성이 있거나, 하는 짓이 어리석음을 조롱할 때 하는 속담입니다. 같은 뜻으로 우리는 이런 경우에 뭐..

육개장(肉개醬)

오늘같이 추운 날 밖에서 수고하시는 분들, 따끈하고 얼큰한 '육개장'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소고기와 각종 나물 그리고 고춧가루를 넣어서 얼큰하게 끓여낸 국, 삶아서 부드럽게 만든 후 가늘게 뜯어낸 소고기를 고춧가루와 함께 끓여낸 덕분에 소기름의 풍미와 고추의 향이 배어든 국물의 맛과 또한 매콤하고 짭짤한 맛 때문에 밥을 저절로 부르게 하지요. '육개장'은 들어가는 고기를 닭고기로 요리하면 '닭개장', 개고기로 요리하면 '개장국'이 됩니다. 본래 '육개장'은 '개장국'을 끓이는 방법에서 파생된 요리였기 때문에 '육(肉) + 개장'이라는 이름이 된 것이죠. 그런데 식용견이 사육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고기가 적어 매우 비효율적이고 사람들의 식습관도 서구화되며 원전이었던 '개장국'은 한국에선 흔히 볼 수 ..

북한의 속담 1

북한의 속담에 대해서 살펴보겠는데요.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그 말이 주는 어감과 의미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속담이란 예부터 민간에서 생겨나 널리 익혀져 온 격언 같은 말을 가리키는데요. 교훈적인 내용을 지닌 간결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북한에서는 속담을 교훈적인 말과 격언으로 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사회적 견해와 투쟁적 지향 같은 것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분단 이후에 북한사회에서 생겨난 속담과 명언 중에는 우선 경제활동에 관련된 것이 많은데요. 부지런한 농사군에게는 땅이 없다.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농사는 속일 수 없다. 삼대독자 외아들도 일해야 곱다. 네, 이런 말들은 노동의 보람을 강조한 속담이죠. 또 협력을 강조한 ..

쑥대머리

판소리 중 춘향이 옥중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이 도령을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 옥중가(獄中歌)에 '쑥대머리' 대목이 있습니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에 찬자리여 생각나는 것은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보고지고 손가락 피를 내어 사정으로 임을 찾아볼까 간장의 썩은 눈물로 님의 화상을 그려볼까 계궁항아 추월같이 번듯이 솟아서 비치고저 전전반측 잠못 이뤄 호접몽을 어이 꿀 수 있나 내가 만일 님못본채 옥중고혼이 되거드면 무덤앞에 섰난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요 무덤근처 선나무는 상사목이 될 것이니 생전사후 이 원통을 알아줄 이가 뉘있으란 말이냐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에 찬자리여 생각나는 것은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보고지고 쑥대머리 내가 만일 님못본채 옥중고혼이 되거드면 무덤앞에 섰난 돌은 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