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19

우레

'오징어 게임'의 주연배우 이정재가 미국 토크쇼에 출연하여 한국식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우뢰'와 '우레'... 네, 표준말은 '우레'입니다. 한자어 '우뢰(雨雷)'의 뜻은 '비와 큰소리'의 뜻이고, 한 단어로 합성되어 쓰이는 예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우뢰(雨雷)'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한국 고유어 '우레'를 음역 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였던 것이죠. '우레'는 '천둥'의 동의어로서 번개가 칠 때 퍼져나가는 충격파, 또는 그 소리를 의미합니다. '천둥'이 한자 '천동(天動)'을 어원으로 하는 것과 달리 '우레'는 100% 순우리말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다만 '천둥'과 '우레'는 둘 다 표준어로 인정되기 때문에 '천둥이 친다'와 '우레가 친다'는 모..

북한의 언어 : 요해(了解)가 됩니까?

여러분 '요해(了解)하다'란 말 아시죠? 이 말은 남북한 사전에 모두 올라와 있는 말이지만 그 의미와 쓰임새는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 사전을 보면 '사정이나 형편이 어떠한가를 알아보는 것'으로, 남한사전에는 '깨달아 알아낸다'는 뜻으로 해석돼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요해한다'가 '이해한다'의 의미에 가깝지만요, 북한에서는 '실정을 알아본다', '실정을 파악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죠. 또 남한에서는 이 어휘를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북한에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어휘 중의 하나입니다. 예를 들면 '김정은 총비서가 공장을 돌아보면서 생산정형을 구체적으로 요해했다' 말은 '실정을 두루 알아본다'의 의미가 되겠지요. 이 '요해(了解)'를 아는 일부 남한사람들이 탈북자(새터민)들에게 북한식으로 말한다면서 "..

우거지와 시래기

겨울철이면 김장김치와 밥상 위에 자주 등장하는 '우거짓국'과 '시래깃국'... 한겨울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주는 칼슘과 비타민 A, C, B1, B2 등이 풍부한 식재료죠. '우거지'는 푸성귀류 채소의 걷어내진 윗부분이나 겉 부분을 가리킵니다. 어원에 의거하여 설명하자면 '웃+걷(다)+-이'가 되며, 따라서 '우거지'는 '웃자란 것이나 위에 있는 것을 거둔 것'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래서 거의 사멸한 표현이지만, 원래 장이나 젓갈의 과발효된 윗부분을 걷어낸 것도 '우거지'라고 불렀습니다. '시래기'는 어원이 분명치 않으나, 우리말 어원을 연구해온 최창렬 전북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무·배추를 다듬고 남은 부스러기 이파리'라는 뜻으로, '사라지다'의 고어인 '슬어지다'의 어근 '슬-[鎖]+-아기(접사)'에..

북한의 언어 : 오늘 아침에 살결물을 바르셨죠?

북한의 무소속 대변지인 [통일신보]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평북 신의주 화장품 공장에서 생산되는 '너와나' 화장품이 세계 각국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개성인삼 성분으로 만든 '살결물'은 피부의 폐하와 수분 균형을 유지하면서 피부를 부드럽고 매끄럽게 해 줘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살결물' 참 생소한 단어죠? 그런데 알고 보면 참 예쁜 우리말이기도 합니다. 남한에서 흔히 '스킨'이라고 부르는 화장수를, 북한에서는 이렇게 '살결물'이라고 하는데요, 북한의 은 이 '살결물'을 '얼굴이나 손등에 발라서 곱게 하는 물상태의 화장품'이라고 풀이해 놓고 있습니다. 남한에서의 '스킨로션'이, 북한에서는 70년대 후반까지 '미안수'로 통용되다가 이후 말 다듬기 운동에 의해 순우리말인 '살결물'로 정..

꺼벙이

1970년대와 1980년대 길창덕 화백의 명랑만화 '꺼벙이'를 기억하실 겁니다. 몇 년 전 이 만화가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만화'에 대한 대접이 자못 달라진 겁니다. '꺼벙이'는 꿩의 어린 새끼 '꺼병이'에서 나온 말로 '성격이 야무지지 못하고 조금 모자란 듯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꿩새끼가 왜 어리석고 모자란 사람을 뜻하게 된 것일까요? '꺼병이'는 암놈과 수놈을 겉모양으로 구별하기 어렵고 못생겼으며 행동이 굼뜨고 어리숙해 보였다고 합니다. 이런 '꺼병이'는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꺼벙이'로 어형이 변하는데요. '꺼벙이'가 1950년대 문헌에 처음 보입니다. 'ㅕ'가 'ㅓ'로 변한 것인데요, 이러한 변화는 '열[魂]'이 '얼', ..

북한의 언어 : 알쭌하다 / 애모쁘다

'알쭌하다, 애모쁘다' 생소하게 느껴지시죠? 먼저 '알쭌하다'는 평안도 방언이었는데요, 현재는 '알짜로만 순수하다'는 뜻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알쭌한 기름', '알쭌한 씨앗'. 여기서 '알쭌한'은 '아주 순수하다'는 뜻으로 쓰였고요, '학용품을 알쭌하게 갖췄다'에서는 '온전하거나 성실하게'의 뜻으로, '알쭌한 거짓말'에서는 '순전하다', '그들은 다 헤어지고 알쭌하게 세 사람만 남았다'에서는 '오붓하다', '알쭌하게 거두어 들이다'에서는 '남김없이 말끔하게'의 뜻으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모쁘다'는 원래 함경북도 육진 지방의 토박이 방언으로 '심술궂다'는 뜻이었는데요, 현재는 북한에서 우리말의 표준어에 해당하는 문화어로 본래의 뜻인 '심술궂다'와는 다르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 살..

똬리

'어머니는 똬리를 머리에 얹고 물동이를 그 위에 올렸다.' '나무 위에서 똬리를 틀고 혀를 날름거리는 뱀을 봤다.' 이 '똬리'라는 단어는 '짐을 머리에 일 때 머리에 받치는 고리 모양의 물건으로 짚이나 천을 틀어서 만든 것', 또 '둥글게 빙빙 틀어 놓은 것. 또는 그런 모양'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는데요. 『한한청문감(韓漢淸文鑑)』에서는 두상정물권자(頭上頂物圈子)를 'ᄯᅩ애'로 새긴 것으로 미루어 보아, 예전에는 '또애'로 불렀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똬리'는 원래 '또아리'로 쓰였습니다. 그래서 '똬리'는 '또아리'의 준말이니 둘 다 표준어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요. 국립국어원은 준말인 '똬리'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또아리'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지요. 이것은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

북한의 언어 : 아바이

'아바이'라는 북한말에 대해서 살펴볼까 하는데요. 원래 '아바이'는 함경북도 지방말로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보통 중년 이상의 남자 또는 나이가 지긋한 남자를 친근하게 부르거나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죠. 이와 비교되는 우리말로는 '아저씨'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바이'라는 말과 대비되는 북한어가 있는데요. 앞서 "북한의 언어 : 호칭"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는 '나그네'라는 말입니다. 북한에서 쓰이는 '나그네'라는 말은 우리가 쓰는 것처럼 '집을 떠났거나 제 고장을 떠나 있는 객'으로서의 '나그네'가 아니라 '아바이'의 경우처럼 '어떤 남자'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다만 '나그네'는 '아바이'에 비해 세대가 아래이고 '아바이'처럼 친근한 일컬음이 아닌 낮잡아 ..

하염없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우리네 인생길... ' '고향집에 홀로 계신 아버지 생각을 하니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 '하염없다'라는 말은 동사 '하다(爲)의 명사형'인 옛말 '하욤'에 '없다'라는 형용사가 결합해 만들어진 단어로, '하는 일이 없다'는 뜻으로 쓰였던 말입니다. 현재는 '시름에 싸여 멍하니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나 끝맺는 데가 없는 상태'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행동 등이 계속되는 상태'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북한의 언어 : 식반찬은 어땠습니까?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평양에서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2박 3일 동안 진행한 회담입니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었고 회담 결과로 마지막날 6·15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됐었죠.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말이 대유행이 됐었는데요. '식반찬이 어떠했느냐'는 말, 당시 직장인들 사이에서 점심때만 되면 한동안 유행했던 말입니다. '식반찬이 어떠했느냐', 이 말은 대체로 음식이 입에 맞았는가를 묻는 말이라고 하죠. 또 '온반'이라든가 '륙륙날개탕'이라는 북한 음식용어도 화제가 됐었는데요. '온반'은 '여러 가지를 곁들인 밥에 고기국물을 부은 것'이고 '륙륙날개탕'은 '메추리 고기로 만든 탕의 일종'으로 6월 12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