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19

아저씨

"짜증스레 기다리고 있을 장 씨 아저씨나 밤새 돌아가며 보살펴야 할 스무 개의 보일러 따위는 정말이지 조금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문열, 변경] '아저씨'는 '남남끼리에서 성인 남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보통 사용하고 있죠. 현대에는 중년층 남성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로써의 인식이 크지요. 대략 결혼을 한 이후나, 미혼이라도 기성세대로 치는 40대부터는 이 말을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인데요.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어린아이들 관점에서는 20대 이상 단순 성인, 초등학교 중~고학년도 20대 후반, 중학생도 30살 이상이면 '아저씨'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은 70대 이상 노인들조차도 오히려 '아저씨'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래 '아저씨'는 부모와 같은 항렬..

북한의 언어 : 소형택시 → 발바리차

"학생들은 귀를 강구고 교실 앞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무슨 구멍수가 생기겠지." 네, 이렇게 우리에겐 아주 생소한 말들이 현재 북한에서 쓰이고 있는데요, 어떤 뜻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도 계실 겁니다. '강구고'는 저번 "북한의 언어 : 방언이 문화어가 된 경우"에서도 소개했지만, '기울이고'란 말이고요. '구멍수'는 '문제를 해결할 만한 수단이나 방법'이라는 설명이 있어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될 텐데요. 북한은 한자어와 외래어를 될 수 있는 대로 우리 토박이 말로 바꾸고 쉽게 풀어쓰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 결과, 남북한 간에 달라진 낱말 수가 5만 단어 이상인데요, 이처럼 남북한의 언어가 달라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과 정책의 차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어..

'짱깨'와 '짱꼴라'

우리가 외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많은데요. 그중 중국인을 칭하는 속어로 '짱깨', '짱꼴라'라는 언어를 주변에서 이따금 듣습니다. '짱깨' 또는 '짱꼴라'는 중국 대륙 출신 중국인을 부르는 속어인데요, 중화민국 출신의 경우에는 타이완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유로 섬중국인이라는 뜻으로 '섬짱깨'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도 하더군요. 또 짜장면, 짬뽕과 같은 음식을 '짱깨', 그 음식들을 요리, 판매하는 중국집의 경우 '짱깨집'으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짱깨'는 '짱꼴라'가 축약되어 쓰이는 말로, '짱깨'는 중국어로 가게 주인이라는 말인 '장궤(중국어: 掌櫃, 병음: zhǎngguì [짱꾸이])'가 짜장면과 발음이 유사한 것에서 유래된 말이라는 설도 있으나 이것은 틀린 주장으로 '짱깨'는 '짱꼴라'에서 나온 말이라는..

북한의 언어 : 사업과 학원

남한에서나 북한에서나 모두 쓰이고 있고 사전에도 나와있는 말이지만 그 쓰임새가 다른 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그 대표적인 말이 '사업'입니다. 이 '사업'이란 말은 북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어휘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와 다른 것은 우리는 보통 '사업'하면 경제활동에 한정해서 쓰는 경향이 있지만 북한에선 이 말을 아주 다양한 의미로 포괄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전에 나와있는 의미를 비교해봐도 그 쓰이는 범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전에는 '사업'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경영되는 지속적인 경제활동이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북한의 에서는 '사업'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라고 해서 그 쓰이는 범위가 포괄적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언어 : 녹두지짐

오늘도 남북한의 차이가 많이 나는 언어 중에서 음식용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탈북자(새터민)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낯설게 받아들이는 음식물의 명칭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빈대떡'이라고 합니다. 어떤 탈북자는 '빈대떡'이 도대체 어떤 음식인지 혹시 빈대로 만들어진 떡이 아닐까 너무 궁금해서 일부러 음식점에 갔다가 당황을 했다고 하는데요. '녹두를 갈아 기름에 부친 음식'인 '빈대떡'을 북한에서는 '녹두지짐'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또 남한에서는 '호박이나 고구마, 감자 등의 재료를 밀가루에 묻혀 부친 음식'을 '부침개'나 '전'이라고 하죠. 그런데 북한에서는 '호박이나 어류 등을 밀가루에 묻혀 부친 것' 만을 '전'이라고 하고요. '파나 감자, 김치 등을 부친 것'은 '지짐'이라고 한다는군요. 그런..

북한의 문화어 중간 요약정리

"북한의 언어"를 쭈욱 연재해 왔는데요. 오늘은 중간 복습 겸 요약정리를 다시 한번 하고 가겠습니다. 70여 년 동안 우리의 표준어와 달리 이른바 '문화어'를 사용하고 있는 북한은 말씀드렸다시피 '김일성의 어록과 평양말을 중심으로 함경도 방언을 다듬은 것'입니다. 그 특징은 이렇습니다. ① 한자어는 한글고유어로 대체하고 고유어가 없을 때는 그 뜻을 풀어쓰며 ② 외래어 역시 고유어로 대체하고 ③ 정치용어는 사상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한자어라 할지라도 수정을 금하며 ④ 과학기술용어 및 대중화된 한자어, 외래어는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자어의 경우 '견인선(牵引船)'은 '끌배', 외래어 '볼펜'은 '원주필', 일상용어 '도시락'은 '곽밥' 등으로 표현하는데요, 이는 우리 표준어..

건달(乾達)의 어원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건달입니더." 네, 아주 유명한 영화 '친구'의 장면 중 나오는 대사이죠. 이 '건달(乾達)'이라는 말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행패와 난봉을 부리고 돌아다니는 사람',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사람', '가진 밑천을 다 잃고 빈털터리가 된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통설에 따르면 '건달'이라는 이름은 힌두교와 불교에서 말하는 상상적 존재인 '간다르바'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요. '간다르바'는 수미산 남쪽 금강굴에 사는 하늘나라의 신인데, 그는 고기나 밥은 먹지 않고 향(香)만 먹고살며, 허공을 날아다니면서 노래를 하는 자유로운 신으로 인도판 요정에 가까운 존재였지만, 이 이름이 한국 등으로 넘어오면서 '일은 안 하고 빈둥댄다'라고 해서 부정적인 의..

북한의 언어에는 사이시옷이 없다

남한 언어나 북한 언어나 모두 그 뿌리가 같은 한민족의 말이어서 특별히 다를 것이 없지만, 70여 년 동안 단절돼 살아온 '언어 환경' 때문에 이질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질성이 더 강한 덕분에 앞으로 우리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그 간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북한 언어에서는 '사이시옷'을 볼 수 없다는 특징이 있어서 알아봅니다. '사이시옷'하면 단어와 단어가 합성될 때, 또는 형태소가 합쳐질 때 쓰이는데, 북한에서는 이 '사이시옷'이 사용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나뭇가지'를 '나무가지'로 표기하고, '바닷가'를 '바다가'로 적습니다. 하지만 읽을 때는 '사이시옷'이 있는 것처럼 '나뭇가지', '바닷가'로 말합니다. 그러니까 '나무가지'라고 썼다고 해서 '나무가지'로 읽거나 말하지 않고, ..

기특하다(奇特하다)

"엄마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이가 기특하여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딴은 그럴듯한 얘기였으나 이미 노중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묘옥인지라 웃음으로 넘기면서 아이의 어른스러운 염려를 기특하게 생각하였다." [황석영, 장길산, 창작과 비평사, 1995년] '기특하다'라는 말은 '주로 어린아이를 칭찬할 때 쓰는 말'로,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신통하여 귀염성이 있을 때'를 일컫는 말이죠. '기특하다'는 한자 '기특(奇特)+하다'의 합성어로 '기특하니, 기특하여, 기특해' 등의 형용사로 활용합니다. 원래 '행동이 특별해 귀염성이 있는 것을 일컫는 말'이나, 그 본래의 뜻은 '매우 특이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한자 '奇特'의 '奇'는 '괴상함·진귀함·뛰어남'의 뜻이고, '特'은 소의 수컷으로 '오직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