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43

똬리

'어머니는 똬리를 머리에 얹고 물동이를 그 위에 올렸다.' '나무 위에서 똬리를 틀고 혀를 날름거리는 뱀을 봤다.' 이 '똬리'라는 단어는 '짐을 머리에 일 때 머리에 받치는 고리 모양의 물건으로 짚이나 천을 틀어서 만든 것', 또 '둥글게 빙빙 틀어 놓은 것. 또는 그런 모양'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는데요. 『한한청문감(韓漢淸文鑑)』에서는 두상정물권자(頭上頂物圈子)를 'ᄯᅩ애'로 새긴 것으로 미루어 보아, 예전에는 '또애'로 불렀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똬리'는 원래 '또아리'로 쓰였습니다. 그래서 '똬리'는 '또아리'의 준말이니 둘 다 표준어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요. 국립국어원은 준말인 '똬리'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또아리'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지요. 이것은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

북한의 언어 : 아바이

'아바이'라는 북한말에 대해서 살펴볼까 하는데요. 원래 '아바이'는 함경북도 지방말로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보통 중년 이상의 남자 또는 나이가 지긋한 남자를 친근하게 부르거나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죠. 이와 비교되는 우리말로는 '아저씨'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바이'라는 말과 대비되는 북한어가 있는데요. 앞서 "북한의 언어 : 호칭"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는 '나그네'라는 말입니다. 북한에서 쓰이는 '나그네'라는 말은 우리가 쓰는 것처럼 '집을 떠났거나 제 고장을 떠나 있는 객'으로서의 '나그네'가 아니라 '아바이'의 경우처럼 '어떤 남자'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다만 '나그네'는 '아바이'에 비해 세대가 아래이고 '아바이'처럼 친근한 일컬음이 아닌 낮잡아 ..

하염없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우리네 인생길... ' '고향집에 홀로 계신 아버지 생각을 하니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 '하염없다'라는 말은 동사 '하다(爲)의 명사형'인 옛말 '하욤'에 '없다'라는 형용사가 결합해 만들어진 단어로, '하는 일이 없다'는 뜻으로 쓰였던 말입니다. 현재는 '시름에 싸여 멍하니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나 끝맺는 데가 없는 상태'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행동 등이 계속되는 상태'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북한의 언어 : 식반찬은 어땠습니까?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평양에서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2박 3일 동안 진행한 회담입니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었고 회담 결과로 마지막날 6·15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됐었죠.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말이 대유행이 됐었는데요. '식반찬이 어떠했느냐'는 말, 당시 직장인들 사이에서 점심때만 되면 한동안 유행했던 말입니다. '식반찬이 어떠했느냐', 이 말은 대체로 음식이 입에 맞았는가를 묻는 말이라고 하죠. 또 '온반'이라든가 '륙륙날개탕'이라는 북한 음식용어도 화제가 됐었는데요. '온반'은 '여러 가지를 곁들인 밥에 고기국물을 부은 것'이고 '륙륙날개탕'은 '메추리 고기로 만든 탕의 일종'으로 6월 12일에 ..

아저씨

"짜증스레 기다리고 있을 장 씨 아저씨나 밤새 돌아가며 보살펴야 할 스무 개의 보일러 따위는 정말이지 조금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문열, 변경] '아저씨'는 '남남끼리에서 성인 남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보통 사용하고 있죠. 현대에는 중년층 남성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로써의 인식이 크지요. 대략 결혼을 한 이후나, 미혼이라도 기성세대로 치는 40대부터는 이 말을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인데요.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어린아이들 관점에서는 20대 이상 단순 성인, 초등학교 중~고학년도 20대 후반, 중학생도 30살 이상이면 '아저씨'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은 70대 이상 노인들조차도 오히려 '아저씨'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래 '아저씨'는 부모와 같은 항렬..

북한의 언어 : 소형택시 → 발바리차

"학생들은 귀를 강구고 교실 앞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무슨 구멍수가 생기겠지." 네, 이렇게 우리에겐 아주 생소한 말들이 현재 북한에서 쓰이고 있는데요, 어떤 뜻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도 계실 겁니다. '강구고'는 저번 "북한의 언어 : 방언이 문화어가 된 경우"에서도 소개했지만, '기울이고'란 말이고요. '구멍수'는 '문제를 해결할 만한 수단이나 방법'이라는 설명이 있어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될 텐데요. 북한은 한자어와 외래어를 될 수 있는 대로 우리 토박이 말로 바꾸고 쉽게 풀어쓰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 결과, 남북한 간에 달라진 낱말 수가 5만 단어 이상인데요, 이처럼 남북한의 언어가 달라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과 정책의 차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어..

'짱깨'와 '짱꼴라'

우리가 외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많은데요. 그중 중국인을 칭하는 속어로 '짱깨', '짱꼴라'라는 언어를 주변에서 이따금 듣습니다. '짱깨' 또는 '짱꼴라'는 중국 대륙 출신 중국인을 부르는 속어인데요, 중화민국 출신의 경우에는 타이완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유로 섬중국인이라는 뜻으로 '섬짱깨'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도 하더군요. 또 짜장면, 짬뽕과 같은 음식을 '짱깨', 그 음식들을 요리, 판매하는 중국집의 경우 '짱깨집'으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짱깨'는 '짱꼴라'가 축약되어 쓰이는 말로, '짱깨'는 중국어로 가게 주인이라는 말인 '장궤(중국어: 掌櫃, 병음: zhǎngguì [짱꾸이])'가 짜장면과 발음이 유사한 것에서 유래된 말이라는 설도 있으나 이것은 틀린 주장으로 '짱깨'는 '짱꼴라'에서 나온 말이라는..

북한의 언어 : 사업과 학원

남한에서나 북한에서나 모두 쓰이고 있고 사전에도 나와있는 말이지만 그 쓰임새가 다른 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그 대표적인 말이 '사업'입니다. 이 '사업'이란 말은 북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어휘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와 다른 것은 우리는 보통 '사업'하면 경제활동에 한정해서 쓰는 경향이 있지만 북한에선 이 말을 아주 다양한 의미로 포괄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전에 나와있는 의미를 비교해봐도 그 쓰이는 범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전에는 '사업'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경영되는 지속적인 경제활동이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북한의 에서는 '사업'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라고 해서 그 쓰이는 범위가 포괄적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언어 : 녹두지짐

오늘도 남북한의 차이가 많이 나는 언어 중에서 음식용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탈북자(새터민)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낯설게 받아들이는 음식물의 명칭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빈대떡'이라고 합니다. 어떤 탈북자는 '빈대떡'이 도대체 어떤 음식인지 혹시 빈대로 만들어진 떡이 아닐까 너무 궁금해서 일부러 음식점에 갔다가 당황을 했다고 하는데요. '녹두를 갈아 기름에 부친 음식'인 '빈대떡'을 북한에서는 '녹두지짐'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또 남한에서는 '호박이나 고구마, 감자 등의 재료를 밀가루에 묻혀 부친 음식'을 '부침개'나 '전'이라고 하죠. 그런데 북한에서는 '호박이나 어류 등을 밀가루에 묻혀 부친 것' 만을 '전'이라고 하고요. '파나 감자, 김치 등을 부친 것'은 '지짐'이라고 한다는군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