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479

항상 현실의 삶을

어쩌다 나쁜 꿈이라도 꾸고 일어나면, 꿈에서 일어난 일을 마치 현재의 일인 것처럼 착각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아침부터 짜증을 낸다거나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게 되는데, 꼭 꿈이 아니더라도 현실 속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면서도 슬픔에 잠긴다거나, 공포를 느끼고 두려움에 빠져서 고통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다가 그것이 영화라는 걸 알아차리면 어떤가. 한 발 빠져서 지켜보는 입장이 되고 보면 비록 눈물은 흐르고 두려움은 있어도, 그 슬픔이나 두려움으로 인한 괴로움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과거의 일이 건, 미래, 현재의 일이 건 다 그렇다고 한다. 떠오르는 어떤 생각이나 올라오는 마음이 있으면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대로 두고 지켜보면 되는데, 우린 늘 그 생각이..

날마다 좋은 날

상대는 들리지 않는데 계속 말을 늘어놓으면, 그때부터는 더 이상 말이 아닌 '잔소리'가 된다. 내가 말하는 당사자 입장이 되면 모르겠는데 듣는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기 마련이다. 누구든 자라면서 부모님 '잔소리' 한번 들어보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하는 사람 입장이 되고 보면 그런 기억도 까마득히 잊어버리는 것 같다, "나도 속 끓어도 참고, 할 만큼 하는 사람인데, 며느리가 못마땅한 건 어쩔 수가 없나 봐요. 고칠 게 한두 가지라야죠. 뭘 가르쳐주면 잔소리로만 듣고..." 비가 오면 짚신 파는 아들이 걱정이고, 날이 맑으면 우산 파는 아들이 걱정인 것이, 어리석은 중생의 삶이라고 한다. 내 마음속에 '잘못됐다'는 부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한, 해결점은 절대로 찾을 수 없는 법이다. 진정한 수..

인생

인생이 무엇인가?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그 누구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생의 목적이라든가, 의미, 인생관이란 것이 살아가는 동안에 음미되고 축적되어 갈 뿐... 살아가는 동안, 언덕도 있고, 냇물도 있고, 진흙도 있을 것이다. 걷기 좋은 평탄한 길만이 아니다. 풍파 없는 항해의 단조로움도 있겠지만, 풍파와 고난 속에 삶의 기쁨도 있을 것이다. 동양의 고전에서는 인생에 대하여 이렇게 가르친다. 널리 배우며, 자세히 물으며, 신중히 생각하며, 밝게 변별(辨別)하며, 독실히 행할 일이다. 배우지 아니함이 있을지언정 배울 바엔 능숙해지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아니하고, 생각하지 아니함이 있을지언정 생각할 바엔 얻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아니하고, 변별하지 아니함이 있을지언정 변별할 바엔 밝게 하지 않고서는 그..

여자와 남자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여자이다. 제우스 신은 인간들이 밉고 괘씸했다. 불을 훔친 죄로 프로메테우스에게 형벌을 내렸지만, 화가 풀리지 않았다. 제우스 신은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에게 진흙으로 사람을 빚으라고 했다. 훌륭한 미인이 만들어졌다. 바느질의 신 아테네는 화려한 옷을 지어 주었다. 아프로디테는 간드러진 교태와 애가 타는 마음씨와 교활한 성미를 각각 주었다. 이리하여 판도라가 탄생하였다. 판도라라는 이름은 '모든 선물을 합친 여인'이라는 뜻이다. 그녀에게는 상자가 들리어졌다. 그리고 절대 상자를 열어 보지 말라고 주의를 받았다. 그리고는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내졌다. 앞일을 내다보는 프로메테우스는 동생에게 미리 주의를 주었으나, '뒤에야 정신을 차리는' 에피메테우스..

씀씀이를 좀 줄여보면

우리나라 경우 가계 지출비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교육 부담금'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영어에 쏟는 비용이 엄청나다고 한다. 요즘에는 우리 경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까 불황을 모르던 학원들도 경기를 탄다. 그래서 비용이 많이 드는 어학원 대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어학 학습기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단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씀씀이를 좀 줄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능하면 신용카드사용을 줄이고, 물건 살 것도 '꼭 필요한가?' 두 번 세 번 생각해 보고, 책도 가능하면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필요 없는 지출이 줄어서 좋고, 생활이 간소해지니까 삶이 더 명쾌하고 단순해진다. 쓸데없는 일에 정신을 뺏기지 않으니, 작고 소소한 즐거움도 더 많아진다. 무엇보다 '내가 내 삶의 ..

겸손한 태도에서 지혜를

결혼한 여자나 남자를 부를 때 흔히 쓰는 호칭이 있다. 아줌마와 아저씨. 사실이 '아줌마'고, '아저씨'가 맞는데 이상하게도 사람은 달가워하질 않는다. 아줌마는 기왕지사 '아가씨' 소리 들으면 좋아하고, 또 아저씨들은 '총각 같다'라고 하면 좋아한다. 아줌마가 '아줌마' 보다 아가씨 호칭을 더 좋아하고, 아저씨가 '아저씨' 보다 총각 호칭을 더 선호하는 데는 분명한 그 까닭이 있을 것이다. 공부 안 하는 사람치고 '모른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용감해지고 싶으면 무식해지라.'는 말도 있듯이, 어리석은 사람이 '잘났다고 나서기' 쉽고, '모르는 사람이 아는 척하기 쉬운'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매력이 없다. 사람은 알면 알수록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한다. '오직 모를 뿐'인 자세, 겸손..

흐르는 물과 강은 바다에 이른다

내가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누군가는 그만큼 덜 갖게 되는 것이 경쟁사회가 갖는 특징이다. 차별과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를 살면서 '나 혼자만이라도' 차별을 떠나고 경쟁을 떠나 산다는 것은, 어지간한 중심 없이는 쉽지 않다. 석가모니 당시에도 사회적인 차별과 불평등은 무척 심했다고 한다. 당시에 우팔리라는 천민계급의 이발사가 있었다. 석가족의 왕자들이 출가하기 위해 자신에게 와서 머리를 깎는 모습을 보고 '석가모니는 대체 어떤 분일까?' 몹시 궁금해하게 됐다. "왕자라는 고귀한 신분보다 더 귀한 무엇이 있길래, 저들이 저렇게 출가를 하는 것일까?" 궁금함을 견디다 못한 우팔리는 마침내 석가모니를 찾아가서 그 제자가 되었다. 그런데 뒤늦게 승려가 된 석가족의 일곱 왕자가 천민 우파리를 알아보고, 그가 자신들과..

타고난 천성

외국의 우화 중에 '개구리와 전갈'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늘 강을 건너고 싶어 했던 전갈이 친구인 개구리에게 자신을 업고 강을 건너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전갈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개구리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강을 건너다가 위급한 일이 생기면, 전갈이 천성을 다스리지 못하고 자신을 물게 될 거라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 말에 전갈은 펄쩍 뛰었다. "만약 네가 죽으면 나도 강물에 빠져 죽게 되는데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결국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너게 되었다. 그러나 두려움에 떨던 전갈은 그만 그 긴장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개구리를 물어 죽이고 만 것이다. 결국 그로 인해 둘은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흔히 인간의 바꿀 수 없는 천성을 이야기할 때 이 ..

땀과 보람

대개 행복하게 지내는 사람은 노력가이다. 노력의 결과로 오는 어떤 성과의 기쁨은 그 흘린 땀에 정비례하는 것이다. 자기 고향 땅의 냄새를 맡은 마하트마 간디는 1년 동안 각지를 여행하면서, 인도의 여러 가지 문제를 면밀히 살펴보고는, 아마다바드 근처에 사티아그라하(Satyagraha) 초암(草庵)을 세웠다. 이 '사티아그라하 (Satyagraha)'란 말은 면밀히 정의(定義)를 내릴 필요가 있다. 이것은 간디가 만들어 낸 말로써 문자 그대로의 이 말은, '올바른 노력'이라는 뜻 밖에 없었으나, '진리의 힘' 또는 '정신적인 힘'이라 보통 번역되며, 나중에는 '비협력', '무저항', 그리고 '국민의 불복종' 등을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따라서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 운동의 본질은 땀이었다. 어제 대..

시비에 흔들리는 마음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시비를 건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는 사람을 다짜고짜 싸우자고 덤비는데... 어떻게 참을 수가 있냐고요... 부처님께서도 참 대단하시죠? 아니 어떻게 죽이려고 덤벼드는 사람에게 '부처가 된다.'라고 수기를 내리시냐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죠?" 그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스님께서 이런 법문을 하셨다. "엄마가 갓난아기를 대하듯이 하면 피하지 못할 싸움이 없고, 사랑하지 못할 원수가 없다." 아기를 대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그렇다. 똥오줌을 가리든 못 가리든, 울고불고 투정을 하든,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든, 그것을 상대로 화를 내거나 원망을 하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그럴 수 있겠거니, 이해하고 받아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