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479

주인 된 삶을 살자

'세상의 모든 이치는 원인과 결과의 인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인연법이고, 불자들이 믿고 따르는 진리이다. 생각으로는 '믿는다, 안다.' 하면서도 막상 뜻하지 않은 일을 만나면 어떤가. 당장 결과의 원인을 찾아서 고치기보다는 우선 핑계부터 찾고 책임을 회피할 구실부터 찾기 급급하다. 신심이 아주 깊다는 불자들도 때로는 이렇게 말한다. "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나서 그렇게 절에 열심히 다녔는데, 공을 들여도 아무 소용도 없더라고요. 애가 시험에서 떨어졌는데... 제가 그 절에 나갈 마음이나 생기겠어요?" 시험에 떨어진 데는 분명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내 실력이 부족했거나 내 노력이 부족한 탓인 것이다. 원인을 알면 결과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도 한결 쉬워지고,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자연..

오늘의 운세

사람은 누구나 운세를 궁금해할 때가 있다. 어쩌다 잡지나 신문, 요즘은 인터넷을 보다가 '오늘의 운세'라고 적혀있으면, 그것을 믿건 안 믿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된다. 분명히 '믿지 않는다.' 하고서도, 막상 보고 나면 사람 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운세'가 좋다고 하면 기분이 좋지만, 행여 나쁘다는 말이라도 들으면 의기소침해지고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이렇게 변하는 마음을 보면 '사람 마음이 참 근거가 없는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석가모니는 사람의 마음을 두고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라고 비유하였다. 세상에 드러난 모든 존재가 다 그와 같다. 세상은 정해진 실체가 없어서 원인과 조건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인 것이다. 그래서 석가모니는..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기독교를 믿는 신도 분께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부처님 가르침 중에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하나님이 우리 인간을 위해서 모든 생명을 창조했는데, 어째서 만물의 주인인 우리 인간의 목숨과 하찮은 종에 불과한 개미의 목숨이 똑같이 귀할 수 있나요." 그 이야기를 들은 한 불자가 말했다. "정말로 신이 인간을 위해서 모든 것을 만들었다면 사람을 잡아먹는 사자나 호랑이는 왜 만드셨고, 귀찮은 빈대, 모기는 왜 만드셨을까요? 그것도 인간을 위해서 만드셨을까요?" 가만히 돌이켜보면 그렇다. 누가 종이고 누가 주인이라는 생각, 약한 것은 강한 것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생각, 소수는 다수의 권리를 위해 희생되어도 좋다는 생각, 이것처럼 위험한 생각은 또 없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세상의..

성장과 변화를 위하여

요즘 주변에서는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나라 경제가 안 좋다. 시장 경기가 나쁘다. 실업률이 높다." 주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얘기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리다가 넘어지면 그냥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 달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간혹 넘어진 자리에 주저앉아서 불평만 늘어놓기 바쁜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발전을 위한 궁리나 연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연의 세계에서는 변할 때 변화하지 못하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한다고 한다. 새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바람을 따라 쉼 없이 이동하고, 남극의 펭귄은 생존을 위해서 영하 70도의 혹한도 견딘다고 한다. 오직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만이 변화할 때 변화하지 못하고, 행동할 때 행동하지 못한다. 변명과 ..

어느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낄까?

사람은 과연 어느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낄까? 사람마다 그 답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돈을 많이 얻으면 행복하겠다는 사람,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편안하면 행복하다는 사람, 성공과 명예, 인기와 사랑을 얻으면 행복하겠다는 사람까지, 무엇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그 행복의 척도는 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러는 자기만의 행복을 위해서 남의 불행을 내 행복의 재료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내 이익을 위해서는 남의 손해나 불이익은 상관하지 않는다. 공중이 사용하는 시설에서 흔히 보는 일이다. 물 부족국가이든 말든 우리 집 아니라고, 수도든 샤워기든 그냥 틀어놓고 잠글 생각을 안 한다. 에너지는 고갈되든 말든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마구 소비한다. 넘치는 경쟁에, 넘치는 소비에, 넘치는 쓰레기에, 사람 사는 이..

나이는 모든 것을 훔치나 마음만은

많은 중년의 여성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 집에서도 아니고 길에서 낯 모르는 사람한테 '할머니!' 소리를 들으면 갑자기 기분이 확 나빠진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아줌마' 소리를 들었는데, 하루아침에 '할머니'가 되니 괜히 짜증이 나고 삶의 의욕도 사라진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한 것 하나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대부분의 삶이 다 그렇다. 내가 가진 것에는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내가 없는 것, 갖지 못한 것만 찾고 구하다가, 그나마 지금 있는 행복까지 다 놓치면서 사는 게 사람의 인생이다. 일이 있으면 돈을 더 많이 받기를 바라고, 돈을 많이 받으면 또 승진이 안 된다고 괴로워한다. 욕심만 놓으면 있는 그대로가 복인데, 어리석은 사람이 더 움켜쥐려..

화목한 가정

휴일이나 명절, 연휴가 되면 새삼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이 가족의 소중함이다. 예부터 부부의 금실이 좋아야 가정이 화목하고, 별 탈 없이 평안하다고 했다. 누가 보기에도 '참 화목한 집이다' 싶은 가정을 보면 그렇다. 가족들 간의 질서도 분명하고, 서로 예의를 갖춰서 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가까운 부부 사이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서로 예의를 갖춰서 존중해 주는 모습이 남들 보기에도 참 좋은 법이다. 그런데 더러는 이런 집도 있다. "우리 집은 왜 이럴까요? 애들은 애들대로 버릇없이 제멋대로 굴지요. 아내는 아내대로 애들만 감싸고돌지. 완전히 뒤죽박죽이라니까요?" "그걸 몰라서 물어요? 애들이 누굴 닮았겠어요. 다 당신 못난 구석 닮아 그렇다고요." 흔히들 주고받는 부부들의 대화가 이렇다. 그..

외롭다가도 어울리면 귀찮고

사람 마음이 변덕스러워서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하다가도, 막상 여럿이 함께 어울리다 보면 또 어느새 귀찮다고 한다. 많은 가정의 주부들이 그럴 것이다.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나서 조금 심심하다 싶으면,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서 수다를 떤다. 그러다 보면 해놓은 일도 없이 하루해가 꼴딱 넘어가고는 한다. 이 모임 저 모임, 이 사람 저 사람 어울려서 놀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내지만, 돌아오는 길은 그렇지 않다.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괜히 허망한 생각에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까지도 든다. 오히려 전보다 더 큰 외로움이 밀려들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방법은 뭐지?" 석가모니는 '세상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라고 말하였다. 이 인연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 깊은..

내게 있는 것이 무엇일까?

옛 조사(祖師) 스님들은 '도는 구하고 얻는 것이 아니라, 비우고 덜어내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번뇌를 끊은 자리가 곧 열반이고, 속박을 벗어난 자리가 곧 해탈이라는 말이 있다. 행복과 지복(至福)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을 어지럽히는 번뇌와 망상을 비우고 드러내면, 바로 그 자리가 곧 불성이고 최상의 행복이라는 것이다. 요즘 나라의 경제사정이 어렵다 보니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하소연을 한다. "경제가 안 좋다.", "살림살이가 빠듯하다.", "먹고살기 힘들다." 그런데 또 일각에서는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는 사람도 있다. '돈' 대신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소질을 발휘해서, 서로 힘을 나누고 필요한 것을 구하는 공동체 모임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없다고 불평하기 전에..

행복의 제1 조건

행복의 제1 조건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한국인들의 60% 이상이 '돈'을 꼽았다고 한다. 그중에는 행복의 제1 조건인 돈을 위해서는 부모와의 관계도 끊을 수 있고, 친구 친지들과의 관계도 끊을 수 있다는 답변이 과반수 이상이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설문에 응답한 대상층이, 생존에 곤란을 느낄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조금 더 가지려는 마음이 조금 더 누리려는 욕심이,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돈을 선택하게 한 것이다. 돈이든 권력이든 인기든, 그것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믿고 쫓아다니지만, 막상 그것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스스로 '만족스럽다'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돈이 내 삶의 주인이 된다거나 권력이나 인기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한,..